[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아미코젠(092040)이 이달 20일 도래하는 400억원 규모의 제3회 전환사채(CB)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에 대한 대책을 어느 정도 마련했다고 전했다. 전액 현금 상환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주가를 올려 보통주 전환도 노리고 있다. 최근 주가가 하락하면서 보통주 전환보다 자금 조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증자만큼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 아미코젠 송도 배지 공장 조감도 (사진=아미코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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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코젠, 주가 8037원보다 높여야 하는 이유2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아미코젠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이달 20일 도래하는 400억원 규모의 제3회 CB 조기상환청구에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아미코젠은 지난 5월 사채권자들이 87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했기 때문에 400억원을 전부 현금으로 상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말 현금성자산(단기금융자산) 436억원에서 87억원만 제해도 349억원으로 400억원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아미코젠은 전액 현금으로 마련하기보다는 신공장 완공 등의 이벤트로 주가를 상승시켜 보통주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해당 CB의 전환가액이 8037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주가가 높아져야 한다. 아미코젠의 주가는 지난 20일 7990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5거래일 만에 5170원(27일 종가)으로 28.4% 내려앉았다. 지난 27일 종가 기준으로 주가가 55.4% 이상 올라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주가 부양에 대한 부담감이 높아지게 됐다.
아미코젠의 주가 하락에는 팜이데일리가 26일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한 <
삼성도 외면한 아미코젠, 1300억 공장 애물단지 전락 우려>라는 기사 영향이 컸을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해당 기사가 포털에 공개되자 아미코젠의 주가는 전일 대비 17.9%(1130원) 하락한 51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여기에
비피도(238200) 횡령 사건이라는 악재도 겹쳤다. 아미코젠의 자회사 비피도는 자금 업무 담당 직원이 81억원을 횡령했다고 27일 공시했다. 이로 인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사유가 발생하며, 이날 오전 11시48분부터 비피도의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됐다.
배지·레진공장, 캐시카우 될까…수주 현황은?현재로선 주가 상승에만 기댈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앞으로 레진 공장과 배지 공장이 안정적인 캐시카우가 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는 둘 다 수주 계약이 체결되진 않은 상태지만 연내 성과를 내겠다는 게 회사 측의 목표이다.
아미코젠의 레진 개발 자회사인 퓨리오젠은 레진 사업으로 2026년까지 당기순이익 1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퓨리오젠은 지난달 31일 전남 여수 레진공장 준공 승인을 받았다. 해당 공장의 연간 레진 생산 규모는 1만ℓ로 약 400억~500억원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레진은 바이오의약품 개발·생산 단계의 필수 소재로 배양 세포로부터 단백질을 분리하고 바이러스와 불순물을 정제하는 역할을 한다.
퓨리오젠의 첫 고객사는 스웨덴의 바이오웍스(Bio-Works)가 될 전망이다. 최근 퓨리오젠은 바이오웍스와 공급의향서(LOI)를 체결했으며, 8월 본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내년까지 42억원 규모의 수주를 받고 계약 규모를 2026년 50억원, 2027년 7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회사는 올해 50억원의 레진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아미코젠의 배지 자회사 비욘드셀의 경우 인천 송도의 배지공장의 준공 허가를 받고 시운전하고 있는 단계이다. 오는 8~9월에는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규정에 따른 배지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 말까지 배지공장 생산능력(CAPA)의 40~50% 수준으로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간 CAPA가 3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말까지 배지 생산으로만 1200억~1500억원의 매출을 내겠다는 계획을 세운 셈이다. 연내 비욘드셀의 합병을 마치면 이러한 실적은 100% 아미코젠에 반영될 전망이다.
실제 수주를 얼마나 달성할지가 관건이다. 아미코젠은 연내 두자릿수 중반의 수주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아미코젠 측은 “현재 약 20곳과 배지 시제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6곳과도 곧 시제품 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시제품 테스트 진행 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수주가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 운영을 위한 자금 조달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부 운영 자금이 필요하겠지만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지는 않다”면서 “당사 주식가치 희석이 발생하는 자금 조달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악의 경우 오더라도 증자는 안 할 것”아미코젠은 곧 다가올 400억원 규모의 CB 풋옵션 행사에 대한 대책을 어느 정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경우 주주들에게 손벌릴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도 확실히 했다.
아미코젠 관계자는 “아직 CB 풋옵션을 얼마나 행사할지는 확정되지 않아서 시나리오별로 봐야 할 것 같다”면서 “일단 상환은 문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양한 방법이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증자를 추진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 주주들은 배지·레진 공장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이 부동산 투자로 새어나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앞서 아미코젠이 2020년 5월 부산시와 부산 금곡동에 2025년까지 1100억원 이상 투자해 연구개발센터와 글로벌 연구본부를 짓겠다고 양해각서를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미코젠과 자회사 비피도는 지난해 금곡벤처밸리의 모회사인 테라랜드에 각각 30억원씩 출자하기도 했다.
아미코젠은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지식산업센터를 건립해 본사와 연구소를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백지화했다. 따라서 부산 금곡동에 1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내년까지 추진할 일은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