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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지분투자한 신약·의료기기 스타트업들이 코스닥 상장을 위한 9부 능선을 넘고 있다. 유한양행이 투자한 에임드바이오의 경우 최근 2년새 상장한 신약개발사 중 가장 큰 기업가치에 도전한다. 한림제약이 투자한 쿼드메디슨 또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 동국제약이 투자한 인벤테라도 예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동아에스티가 투자한 메쥬는 예심청구를 접수했고, 녹십자가 2대주주인 카나프테라퓨틱스 또한 예심청구 채비를 갖추고 있다.
 | | (그래픽=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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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지분가치 1730억…에임드바이오 10월 추가 기술이전 가능성에 눈길 유한양행(000100)이 지난 2021년과 2023년 도합 40억원을 투자한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개발사 에임드바이오는 29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에임드바이오가 제시한 희망공모밴드 9000원~1만1000원 기준으로 보면, 밴드 상단에서 유한양행이 보유한 에임드바이오 주식 157만 2945주의 가치는 1730억원 규모다.
유한양행은 에임드바이오 상장 직후 지분 절반을 출회할 수 있다. 나머지 절반인 78만 6472주에 대해서는 2개월간 매각제한을 적용받는다. 상장 후 에임드바이오 주가 향방에 따라 유한양행의 구체적인 회수 규모는 변동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유한양행의 투자단가가 2500원대인 점에서 적지 않은 차익실현이 예상된다.
에임드바이오가 제시한 희망 시가총액은 5770억~7000억원으로, 이는 최근 침체기를 맞았던 바이오 상장 시장에서 역대급 규모다. 작년에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비만치료제 개발사 디앤디파마텍(347850)이 시가총액 3430억원 규모로 상장해 ‘톱’이었다. 올해엔 2월 상장한 분해제-항체접합체(DAC) 항암제 개발사 오름테라퓨틱(475830)이 4185억원으로 상장시총이 가장 컸지만 에임드바이오가 이를 넘어설 전망이다. 물론 오름테라퓨틱도 최초 기대했던 5000억~6200억원의 시총에서 조정된 값에 상장했기에 에임드바이오 또한 최종 공모가 확정까지 지켜볼 필요는 있다.
허남구 에임드바이오 대표는 이데일리에 “당사의 밸류에이션이 높은 것에는 시리즈 A에 유한양행, 시리즈 B에 삼성이 참여해 일반적인 바이오벤처와 달리 초기부터 전략적투자자(SI)가 함께한 점을 들 수 있다”며 “상장 전이나 후나 회사 본질가치(펀더멘털)보다 고평가(오버슈팅) 되어있다는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임드바이오는 비록 연구단계가 모두 전임상에 머물러 있지만, 기술이전 성과가 다양하다. 구체적인 계약규모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회사는 작년 12월 미국 바이오헤이븐에 ‘AMB302’ 파이프라인을 기술이전했다. 이어 올 5월에는 국내 SK플라즈마에 ‘AMB303’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술이전 옵션계약을 체결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회사가 제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10월초 미공개 대상에 ‘AMB304’ 기술이전이 예정되어 있다. 회사는 올해 매출로 410억원을 예상하고 있어, 선급금 규모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신고서에 기술수출을 10월초 예상한다고 적을 정도면 계약이 굉장히 구체화된 단계일 것”이라고 말했다.
에임드바이오는 이번 공모를 통해 확보하는 578억~707억원을 △전임상 개발 중인 고형암 파이프라인 ‘AMB303 ’의 전임상 비용(94억원, 16.9%) 및 1상 비용(60억원, 10.8%), △후속 파이프라인인 AMB305, AMB306, AMB307의 전임상 비용(317억원, 56.9%), △신규 플랫폼 개발 비용(85억원, 15.4%)에 쓸 계획이다.
제약사들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신규먹거리 탐색 에임드바이오와 같은 날 예심승인을 받고 하루 차이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신약개발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리보자임핵산(RNA) 유전자치료제 회사 알지노믹스다. 국내 제약사 투자를 받은 내용은 없으나 미국 빅파마 시총 ‘톱’ 일라이릴리에 1조 9000억원대 기술이전을 이룬 점이 주목받는 기업이다. 글로벌 연구기관의 감별력이 국내의 안목이나 배짱을 넘어선 사례로 언급된다. 알지노믹스의 상장 시총은 회사가 제시한 희망 공모밴드 상단 기준 3085억원이며 변동 가능하다.
제약사 투자는 없었으나 알지노믹스는 과학기술통신부가 관리하는 ‘국가전략기술기업’으로 선정되어 기술성평가 A 등급 하나만 있으면 상장에 도전할 수 있는 ‘초격차상장’ 트랙을 탔다. 회사는 그럼에도 안전한 상장을 위해 두 군데 기술평가 기관에서 A·A 등급을 확보한 바 있다.
에임드바이오, 알지노믹스에 이어 차례로 상장에 도전 중인 주자들은 한림제약이 투자한 쿼드메디슨, 동아에스티가 투자한 메쥬, 녹십자가 투자한 카나프테라퓨틱스다. 쿼드메디슨은 증권신고서를 제출, 메쥬는 예심 청구를 이뤘고 카나프테라퓨틱스도 이달 중 예심 청구를 앞두고 있다.
지난 1989년 설립한 한림제약은 작년 별도기준 연매출 2300억원에 영업이익률 7.5%를 기록한 비상장사다. 주력 품목은 제네릭의약품인데, 이를 탈피해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오픈이노베이션 파트너로 쿼드메디슨을 낙점했다. 2일 쿼드메디슨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제시한 희망 밴드 상단 기준 상장 시총은 1700억원이다.
한림제약은 지난 2022년 쿼드메디슨에 30억원을 투자했으며 밴드 상단 기준 해당 지분가치는 38억원으로 26% 올랐다. 상장 후 2년가 보호예수의 의무가 적용됐다.
한림제약은 쿼드메디슨의 S-MAP 기술을 활용한 골다공증치료제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으로 제형 개발 계약을 체결, 현재 호주 임상 1상을 완료했다. 이어 2024년과 올 8월 한림제약 관계사인 상명이노베이션과 쿼드메디슨이 비만치료제, 급성알러지치료제의 S-MAP 제형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쿼드메디슨의 S-MAP은 마이크로니들을 피부에 부착시 작은 팁 끝이 피부 안에 남아 약물이 정해진 양만큼 정확하게 전달되는 기술이다.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은 의료기기와 약물을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사업영역이며 유통안정성이 높아 유망한 약물전달플랫폼으로 발굴되고 있다.
국내 전통제약사 중 매출 3위인 녹십자(006280)는 주력 의약품 품목이 혈액제제, 백신제제이지만 여기서 나아가 면역항암제 영역에 관심이 큰 것으로 드러난다. 이는 녹십자가 적극 투자에 나선 신약개발사 카나프테라퓨틱스와 넥스아이의 R&D 내용에서 드러난다.
녹십자는 특히 지난 2020년 50억원에 이어 2023년 19억원을 투자해 누적 70억원을 베팅한 카나프테라퓨틱스가 최근 기술성평가를 통과했다. 카나프테라퓨틱스가 개발하고 있는 이중항체 약물-항체접합체 후보물질에 대해 녹십자가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오픈이노베이션에 더불어, 지분증권 평가에 따른 회계적 효익도 대두된다.
전통제약사의 병원 마케팅 및 유통사 역할 동아에스티(170900)의 경우엔 30억원을 투자한 생체신호 원격모니터링 기업 메쥬가 1일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심청구를 이뤘다. 영업일 35일~45일 안에 결과를 수령하는 최근 분위기상 늦어도 연말 또는 내년초에는 예심 결과를 받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에스티는 메쥬 제품의 병원 마케팅 파트너이기도 하다. 작년 상장한 씨어스테크놀로지(458870)가 대웅제약(069620)을 파트너로 병원내 모니터링 시장 선점에 나서 의료AI 기업 최초로 흑자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따낸 것처럼, 동아에스티와 메쥬가 이를 뛰어넘는 성과를 보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메쥬는 씨어스테크놀로지보다도 다양한 생체신호를 한가지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수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동국제약(086450)과 동국생명과학(303810)이 각각 15억원씩 투자한 차세대 조영제 기업 인벤테라도 올 7월 예심청구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인벤테라는 차세대 자기공명영상(MRI) 조영제 개발사다. 조영제란 관찰 대상 장기를 주변보다 밝게 비춰주는 의약품으로, 업계에서는 MRI 조영제로 가돌리늄 기반 제품이 널리 사용되어 왔다.
가돌리늄은 인체유해성이 있지만 대체제가 없어 사용되던 것으로, 인벤테라는 인체에 무해한 철분을 활용한 차세대 조영제를 개발했다. 철분을 조영제로 사용하는 이점은 전부터 알려져 있던 사실이나 철분 조영제로 촬영한 영상의 명암이 반전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단점이었다.
인벤테라는 철분을 사용하면서도 보기 편한 일반적인 명암과 높은 해상도의 조영제를 개발했다. 나노입자가 각기 다른 조영제를 관절, 림프 등에 특화된 임상을 진행해 각각 품목허가를 받는 내용의 사업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스타트업인 인벤테라의 기술력과 국내 조영제 유통망 1위 기업인 동국생명과학은 지분투자 및 파트너십을 통해 양사간 시너지를 도출해내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