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전문의약품(ETC)으로 승인된 경구용 발기부전치료제들의 일반의약품(OTC) 전환에 꾸준하게 제동을 걸고 있다. 발기부전치료제의 오남용 문제로 인한 심장질환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아서다.
반면 영국은 이미 수년 전 “발기부전치료제 관련 대체품 등 불법 제품의 유통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며 이를 허용한 바 있다. 발기부전치료제의 OTC 전환 시 해당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관련 업계가 이번 이슈에 주목하고 있다.
| 미국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 (성분명 타다라필). 프랑스 사노피는 2014년 일라이릴리로부터 시알리스 일반의약품(OTC) 제품에 대한 북아메리카와 유럽, 호주 등 지역에서 허가 신청 및 독점판매권을 획득했다. (제공=일라이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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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사들, 경쟁 심화로 발기부전치료제 OTC 전환 노려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사노피는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성분명 타다라필)를 OTC로 전환하기 위한 자사의 임상 시험 계획에 대해 FDA로부터 보류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사노피는 지난 2014년부터 미국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시알리스의 OTC 전환을 위한 협약을 맺고, 미국과 캐나다 등 북아메리카 지역 및 유럽, 호주 등의 지역에서 해당 제품의 허가 및 독점 판매권을 획득한 바 있다.
6일 로이터 등 외신을 종합하면 사노피 측이 FDA와 시알리스 OTC 전환 논의를 조율해 나겠다고 강조하고 나섰지만, FDA에서 이를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계에서 널리 팔리는 발기부전치료제로 미국 화이자 ‘비아그라’(성분명 시데나필)와 시알리스, 독일 바이엘의 ‘레비트라’(성분명 바데나필) 등이 있다. 해당 약물은 순서대로 각각 2012년과 2015년, 2020년에 특허가 만료됐다. 현재는 국내외 여러 제약사가 이들의 제네릭(복제약)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국내에선 동종 계열 약물 중 세계에서 4번째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한 ‘자이데나’(성분명 유데나필, 2005년 허가)와
SK케미칼(285130)이 개발한 ‘엠빅스’(성분명 미로데나필, 2007년 허가) 등이 널리 유통되고 있다. 자이데나 역시 오는 11월 1일로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다.
발기부전 치료제 중 1998년 가장 먼저 FDA의 판매 승인을 획득했던 비아그라는 화이자가 고혈압이나 협심증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하기 시작했던 약물이다. 회사 측은 비아그라의 성분인 시데나필의 임상 1상에서 발기 유발 가능성이 확인되자, 방향을 바꿔 발기부전 치료제로 완성했다.
비아그라를 비롯한 발기부전치료제는 음경에 있는 효소 중 ‘포스포디에스테라제(PDE) 5’의 작용을 억제해 근육을 이완시키며, 혈관을 확장시키는 효과를 나타낸다. 다양한 PDE5 억제 계열의 약물이 발기부전치료제로 속속 출시돼 경쟁이 심해졌고, 2000년대 초반부터 각 개발사들은 시장성을 확장하기 위해 해당 제품의 OTC 전환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기부전치료제 OCT 전환, FDA “부작용 이슈 해소 못해”하지만 현재까지 미국에서 승인돼 유통 중인 발기부전치료제 관련 OTC 제품은 전무하다. FDA는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발기부전치료제과 관련 대체품의 부작용 및 오남용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FDA는 2005년 PDE-5 억제 계열의 발기부전치료제가 실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또 2007년에도 명확한 원인은 찾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돌발성 난청 질환과의 상관성이 엿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해 6월 FDA는 ‘익스텐즈’(Extenze)나 ‘리비도 맥스’, ‘남성 엑스트라’(Male extra) 등 온라인 사이트나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발기부전치료제의 대체품에 대한 강력히 경고도 내놓았다. 익스텐즈에는 미신고된 양의 시데나필이, 리비도 맥스나 남성 엑스트라의 경우 L-아르기닌 등 각종 천연 성분이 각각 들어 있지만, 정식 기관의 평가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FDA는 협심증 치료제의 주성분인 니트로글리세린과 발기부전치료제의 성분이 잠재적으로 상호작용할 위험이 있고, 두 약물을 같이 복용할 경우 심각한 혈압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미국 화이자가 개발한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성분명 시데나필)의 일반의약품(OCT)제품인 ‘비아그라 커넥트’로 2017년 말 영국에서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제공=화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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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C 전환 시 시장성 무궁무진, 하지만 쉽지 않을 것”다만 지난 2017년 화이자가 생산한 비아그라의 OTC 버전인 ‘비아그라커넥트’에 대해 영국 의약품안전청(MHRA)이 판매 승인했다. 해당 제품은 현재 영국 내 거주자의 경우 온라인을 통해 1알당 약 4.5파운드(한화 약 7030원)에 구매할 수 있다.
당시 MHRA 측은 “심혈관 질환, 간 손상, 중증 신장질환 등으로 인해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는 비아그라커넥트를 의사 처방없이 사용해선 안 된다”며 “발기부전치료제의 부작용 위험성이 있지만, 해당 약물의 OTC 전환으로 불법적인 판매, 위조 의약품 판매 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포메이션이 발표한 ‘세계의 발기부전 시장 인사이트, 2028년까지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2021년 48억6000만 달러(한화 약 6조847억원)에서 매년 약 7%씩 성장해 2028년 81억 달러(한화 약 10조1412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규모는 2021년 기준 1050억원이다. 해당 시장의 점유율 1위 제품은
한미약품(128940)의 비아그라 제네릭 ‘팔팔’이며, 지난해 매출 205억원을 기록했다. 그 뒤를 이은 것은 종근당의 시알리스 제네릭 ‘센돔’으료 같은 기간 108억원의 매출 올렸다.
일각에서는 발기부전치료제의 OTC 전환 시 해당 시장의 성장세가 더 가파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남성의 발기부전에 대한 치료 의지가 매우 높은 것과 달리 해당 시장 규모가 다소 작다고 평가된다. 비뇨기과에서 약물을 구매하기까지 절차가 까다롭고, 심리적으로 병원 방문을 꺼리기 때문이다”며 “발기부전치료제의 OTC 제품이 허용된다면 관련 기업이 시장 성장성을 보고 뛰어들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각국 의약 당국이 이를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