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화이자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사노피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인적분할을 통한 사업부 분사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나라마다 시행하는 물적분할 규제에 관심이 모인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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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는 23일 <‘인적분할’이 옳았다… 글로벌 빅파마 3곳 중 2곳 시총 늘어> 보도를 통해 인적분할을 통한 자회사 분사 후 상장 방식이 모기업 시가총액 증가로 이어졌다는 내용을 다뤘다. 인적분할은 모회사 주주가 새로 생기는 회사 주식을 배분받는 기업 분할 방식이다.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자회사 주식을 100% 소유하게 된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 대부분은 물적분할이나 모회사와 자회사 동시 상장 등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물적분할 시 소액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의 사업부 분사 후 상장이 대부분 인적분할 후 현물 배정 방식을 취하는 배경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7월 발간한 ‘물적분할과 모자기업 동시상장의 주요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대부분 주에서 기업 분할을 별도 회사법으로 규제하고 있지는 않다. 기업 분할의 기본적 형태는 인적분할이지만,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기 때문에 물적분할 형태 기업 분할도 허용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미국은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회사 가이드라인에 ‘기존 주주 의결권은 기업 활동이나 신규 증권 발행을 통해 축소되거나 제한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모회사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돼 의결권이 축소될 가능성을 제도 장치를 통해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제약사 MSD(머크)는 지난해 여성 건강 주력 헬스케어 기업 ‘오가논’ 분사 당시 기존 머크 주주들에게 1주당 오가논 주식 0.1주를 지급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지역은 대부분 물적분할을 허용한다. 주주총회 참석을 통한 주주 권한 행사 외에 별도의 보호 조치를 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유럽 자본 시장에서도 이사(理事)의 충실 의무를 회사 뿐 아니라 주주에게도 적용하라고 하는 것이 기본적인 추세다.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의 경우 원료의약품 사업부 ‘유로에이피아이’를 지난 5월 6일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에 상장시키면서 사노피 23주 당 유로에이피아이 1주를 투자자들에게 배정했다.
다른 국가보다 뒤늦게 물적분할을 도입한 일본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소액주주를 보호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모회사와 자회사 기업 동시상장을 규제하고 있다. 싱가포르 거래소는 상장 규정을 통해 동시상장 자회사의 상장 신청 시 자산과 영업 범위 중복성 심사를 통과해야 상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올해부터 모자기업은 지배관계를 중단해야만 상장 신청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국내에서도 이른바 ‘쪼개기 상장’으로 인한 주주 피해가 이어지자, 주주 권리 보호 강화책이 시행됐다.
당장 내년 1월부터 기존 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된다.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물적분할이 추진되기 이전 주가로 주식을 매각할 수 있다. 매수 가격은 주주와 기업 협의로 결정하지만, 협의가 안되면 법원에 매수가격 결정 청구를 할 수 있다. 이밖에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심사와 기업 공시 의무도 강화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