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표적치료제 전문 신약개발사
보로노이(310210)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VRN07’이 추가 기술이전 가능성에 한발짝 다가섰다. 글로벌 판권 일부를 사 간 미국 제약사로부터 임상 1상 진입에 따른 마일스톤을 수령하면서다. 지난 3월 국내에서 개시된 임상 1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이 시그널이, 남아있는 중화권 국가에서의 판권 가치를 높이고 기술이전 논의 속도도 빠르게 할 전망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로노이는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오릭 파마수티컬로부터 30일 이내 500만달러(한화 약 65억원)의 마일스톤을 수령할 예정이라고 지난 17일 공시했다.
| 보로노이가 보유한 파이프라인의 개발상황 (자료=보로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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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임상 1상 대상자로 등록된 다섯 번째 환자가 VRN07을 투약받으면서 마일스톤이 지급된 것으로 본다. 마일스톤 수령액은 보로노이 3분기 매출액으로 집계될 예정이다.
VRN07은 EGFR(표피 성장 인자 수용체) 엑손20 INS 돌연변이 타깃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클리니컬 트라이얼에 게시된 VRN07 임상 1상 계획에 따르면 비소세포폐암 환자 42명을 한국 8개 병원에서 모집해 내년 9월 주요 평가변수 도출, 같은 해 12월 임상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에 수령한 마일스톤의 규모는 지난해 보로노이 연 매출(약 148억원)의 44% 정도다. 업계에서는 마일스톤의 크기보다는 보로노이가 마일스톤을 수령했다는 사실 자체가 가진 의미가 크다고 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 1상이 순조롭다는 점이 VRN07 중화권 판권에 관심을 가진 글로벌 제약사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VRN07가 파이프라인의 몸값을 높여 더 좋은 조건에 추가 기술이전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2020년 10월 오릭은 전임상 단계에 있던 VRN07을 업프론트(선급금) 1300만달러(한화 약 172억원), 총 계약규모 6억2100만달러(약 8240억원)에 기술이전해 갔다. 당시 오릭이 가져간 권리는 중화권 국가를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권이다. VRN07의 중화권 판권은 추가 기술이전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는 VRN07의 중화권 판권에 대한 기술이전이 이뤄질 경우 계약 규모가 작지 않을 것으로 본다. 타깃 환자나 시장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나 일반적으로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중화권 시장은 10~20%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통상 임상 단계가 한 단계씩 진전될 때마다 기술이전 계약 규모도 두 배 이상 높아진다. 전임상단계에서 기술이전됐을 때보다 보로노이는 확실히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
보로노이가 보유한 9개의 파이프라인 중 비소세포폐암을 타깃으로 하는 것은 ‘VRN11’까지 두 가지다. 세부 타깃 환자는 다르지만 연간 225억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비소세포폐암 시장에서 보로노이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먹는 치료제로 개발 중인 VRN11은 C797S를 포함한 이중 돌연변이를 표적하는 약물로 전임상단계에 있다. 최근 VRN11은 국가신약개발사업 지원 과제로 선정, 2년간 연구개발비로 12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오는 10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전임상데이터를 공개한 뒤 연내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하는 것이 목표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VRN07의 중화권 판권에 대한 기술이전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지금으로서는 여러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