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역대 최고 규모인 13조원의 기술수출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기술수출 규모와 건수가 늘어난 만큼 기술반환 숫자도 불어나고 있다. 정확한 원인분석과 대응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해외로부터 33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는 2020년(15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계약건을 제외하면 지난해 총 계약규모만 13조3720억원 규모에 달한다. 여기에
지씨셀(144510),
에이비엘바이오(298380),
종근당바이오(063160),
이수앱지스(086890) 등이 올해 1월부터 4건의 기술수출을 확정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간 기술수출 추이 (제공=한국제약바이오협회) |
|
문제는 회사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기술반환 건수도 이에 비례해 속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0년 3건이었던 기술반환 건수는 지난해 총 8곳으로 2.6배 늘었다. 올 초에도
압타바이오(293780)가 기술반환을 공시했다. 지난달 27일 미국 바이오벤처 호프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Apta-12(췌장암)’ 파이프라인의 권리를 반환받은 것이다.
기술수출 소식에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것과 반대로 기술반환 소식에 주가가 떨어지는 일 역시 부지기수다. 압타바이오도 기술수출 공시가 이뤄진 지난달 27일에는 주가가 전일대비 -4.5% 하락했다.
기술반환과 기술수출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성장할수록 기술반환 사례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관건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심’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반환에 회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렸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전임상 단계의 기술이전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임상 1상, 임상 2상에 드는 비용이 높은데 전임상 단계 기술이전 비중이 더 많다는 건 실패확률도 높다는 뜻이다. 그만큼 기술반환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조2720억원 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한 에이비엘바이오의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ABL301’ 역시 전임상 단계에서 프랑스 사노피에 기술이전을 성공한 케이스다.
이어 이 부회장은 기술반환을 ‘기술실패’로 단순화하는 것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에 독이 된다고 했다. 그는 “물론 기술반환을 줄이기 위해 내부 임상역량을 키워 연구 초기부터 글로벌 기준에 맞춘 결과를 토대로 기술수출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기술반환을 물질 자체가 불량이거나 기술이 실패한 결과라고 보는 시각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번 반환된 기술을 다시 수출한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권세창
한미약품(128940) 대표이사는 우정바이오 주최 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술반환이 된 경우 아예 다른 적응증으로 분석해 다시 한번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며 “이런 노력으로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권 대표의 말대로 한미약품은 수년전 얀센이 반환한 물질을 지난 2020년 미국 MSD에 다른 적응증으로 다시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압타바이오 관계자도 “반환된 Apta-12 치료제는 현재 비임상 단계로 임상 진행을 서두름과 동시에 글로벌 빅파마에 다시 기술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술반환에 대한 충격파를 줄이려면 업프론트의 비중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이전에서 업프론트 비중이 높을수록 계약 상대방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이기 때문”이라며 “초기계약금 비중이 10%만 넘어가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