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마스크를 벗기 시작한 미국에서 코로나19 엔데믹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는 속도에 맞춰 팬데믹 이전의 생활로 빠르게 돌아가자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내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을 중단했던 비보존도 다시 움직일 채비를 하고 있다.
| (제공=비보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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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업계에 따르면 비보존은 미국에서 수술 후 통증 환자에게 자사의 비마약성진통제 신약 후보물질 ‘VVZ-149(오피란제린)’를 주사해 투여하는 임상 3상을 진행하던 중 코로나19로 환자 모집 등의 작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였다. 미국이 엔데믹을 선언할 시 비보존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요구에 맞춰 일부 계획을 조정한 다음, VVZ-149에 대한 임상 3상을 재개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진통제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은 연조직과 경조직 등 강도가 다른 두 가지 피부 조직에서 진통 효과와 안전성 등의 지표를 충족해야 한다. 특히 신약 후보물질이 비마약성진통제일 경우 오피오이드 등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횟수 감소 및 오피오이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감소 효과까지 입증해야 한다.
비보존은 2019년 5월 복부성형술을 받은 연조직 환자군(307명)을 대상으로 VVZ-149의 임상 3a상에 착수했다. 2020년 상반기부터 회사 측은 무지외반증(엄지건막류)으로 수술을 받은 경조직 환자군(200명 이상)을 대상으로 VVZ-149의 임상 3상도 추가로 시도했다. 무지외반증은 구두 등 볼이 좁은 신발이 주는 압력으로 엄지발가락의 뼈가 한 방향으로 돌출되는 질병이다.
비보존이 진행한 연조직 환자군 관련 임상 3a상은 2019년 12월 완료됐지만, 현재 추가적인 임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회사 측의 발표에 따르면 VVZ-149는 임상 3a상에서 1차 지표인 12시간 통증면적합 관련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었다. 통증면적합은 시간대별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강도를 0~10의 그래프로 표시했을 때 측정할 수 있는 면적을 의미한다. 통증 강도가 4이하일 때 VVZ-149의 유효성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당시 비보존은 오피오이드 사용량 및 사용횟수, 첫 번째 오피오이드 요청 시간, 오피오이드를 사용하지 않은 환자 비율 등 모든 2차 지표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비보존은 VVZ-149 임상 3a상에서 1차 지표를 확보하지 못한 원인으로 통증 강도가 예상외로 낮았던 점과 오피오이드의 투여량 설계 오류 등을 꼽고 있다. 비보존 관계자는 “임상 설계 시 비교를 위해 투여하는 오피오이드의 용량을 높게 설정해 우리 약물의 효과를 말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왔던 것”이라며 “새로 수립 중인 계획을 적용해 연조직 환자군을 대상으로 추가 임상 3b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비보존이 진행한 경조직 환자군에 대한 VVZ-149의 임상 3상은 1차 투여 완료 후 코로나19로 인해 추가 환자 모집이 어려워져 잠정 중단한 상태였다. 비보존 관계자는 “무지외반증이 생명에 치명적인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19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크게 줄었다”며 “엔데믹 시 FDA와 일부 조건에 대한 협의를 마무리하는 대로 연조직과 경조직 환자군을 대상으로 남은 임상 3상을 활발하게 실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FDA는 중독 등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마약성진통제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비마약성진통제 개발을 앞당기기 위한 지침 초안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급성 통증 관리 적응증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신약개발 프로그램 유형 ▲마약성진통제 사용을 경감시킬만한 효능을 뒷받침하는 자료 ▲비마약성진통제의 신속개발 프로그램의 이용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FDA 측은 개발사나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한 후 오는 4월경 최종 독려지침을 발표할 계획이다.
비보존 관계자는 “이번 지침 초안에는 오피오이드 부작용 감소 효과를 입증하는 내용이 제외됐다”며 “VVZ-149는 이미 이전 지침에 맞춰 관련 내용을 충분히 확보했다. 당장 우리 물질의 임상 설계 과정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FDA가 비마약성진통제 개발에 우호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며 “현재로서는 과거 충족시키지 못한 1차 지표 충족 등을 위한 수정된 임상 계획, 엔데믹 시점 등이 임상 3상 재개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한편 VVZ-149는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 등에서 통증신호 전달과 조정에 관여하는 ‘5HT2a’와 ‘GlyT2’물질을 타깃하는 화학 약물이다. 비보존은 이 약물에 대해 한국(2015년), 미국(2016년), 일본 및 중국(2017년), 유럽연합(EU, 2018년)에서 물질특허를 등록했다. 또 비보존의 관계사인
비보존헬스케어(082800)가 주사용 VVZ-149의 국내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