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디앤디파마텍이 기술성에 대한 입증을 못 하면서 코스닥 상장의 최종 고배를 마셨다. 한국거래소에서 2년 연속 1차 심사격인 상장위원회, 2차 심사 시장위원회까지 개최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승인이 나온 첫 사례다.
| (자료=거래소) |
|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개최된 디앤디파마텍의 상장예비심사를 위한 시장위원회에서 탈락하며 IPO(기업공개) 도전에 실패했다. 앞서 디앤디파마텍은 2021년 10월 18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으며, 4월 21일 코스닥 상장위원회에서 미승인 통보를 받았다. 상장 철회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자동으로 시장위원회로 직행했다.
코스닥 상장을 위해서는 1차 심사격인 상장위원회에서 의결이 나와야 한다. 만약 상장위원회가 미승인으로 결론을 내리면 두 가지 옵션이 있다. 첫 번째는 상장 철회, 두 번째는 2차 심사격인 시장위원회 심사를 다시 한번 받아보는 절차다. 상장 철회를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시장위원회로 직행하며, 여기서 미승인이 나오면 최종 심사 탈락이 확정된다.
지난해 시장위원회까지 간 회사는 디앤디파마텍, 오상헬스케어, SM상선이 있다. 디앤디파마텍과 오상헬스케어는 시장위원회에서 미승인이 나왔다. 올해는 시장위원회가 개최된 회사는 에이프릴바이오와 디앤디파마텍이 있다. 이 중 에이프릴바이오는 상장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뒤집고 상장 승인이 나왔다. 디앤디파마텍은 최초로 2년 연속 상장위원회와 시장위원회에서 모두 미승인 성적표를 받았다.
거래소가 올해 역시 미승인을 내준 결정적인 이유는 기술성에 대해 보완된 게 없다는 점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첫 번째 시장위원회의 미승인 사유가 기술성과 사업성이 좀 더 입증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사업성은 이번에 기술수출 2건을 추가해왔다. 핵심 파이프라인과 관련이 없는 적응증의 기술수출이었지만, 간접적으로 사업성에 대한 능력은 인정은 해 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성은 핵심 파이프라인의 유효성에 대한 입증이다. 이번 상장위원회와 시장위원회 모두 첫 번째 미승인 나온 이후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만큼의 충분한 진전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거래소에서 유효성 입증이 필요하다는 파이프라인은 NLY01이다. 디앤디파마텍이의 NLY01은 GLP-1 타깃의 후보 물질이다. GLP-1은 이미 당뇨병과 비만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삭센다와 위고비가 가장 유명한 GLP-1 계열 의약품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퇴행성 뇌질환에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논문이 나오면서 많은 회사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디앤디파마텍은 NLY01으로 파킨슨병 적응증 글로벌 임상 2상 중이다. 상장 재도전은 NLY01 임상 2상 결과가 나오는 시기인 내년 상반기 정도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수출 성과가 회사의 핵심 파이프라인 ‘중추신경계’ 질환과 관련이 없다는 점도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앤디파마텍은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DD01’에 대해 중국 선전 살루브리스제약과 중국 지역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 400만 달러(약 47억원) 이외에 전체 계약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나머지 하나는 고형암 기술수출 성과인 것으로 전해진다.
디앤디파마텍이 상장에 실패하면서 국내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자금도 묶이게 됐다. 2018년 시리즈A에서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LB인베스먼트, 마그나인베스트먼트, 옥타브 라이프사이언스 등이 190억원을 투자했다. 2019년 시리즈B에서 옥타브라이프사이언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가 1410억원을 투자했다. 2020년 진행한 590억원 규모의 프리IPO에는 프랙시스캐피탈, DS자산운용, 큐더스벤처스, 한국투자증권이 참여했으며, 약 6000억원 밸류로 평가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