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국내에서 찬밥 대우를 받는 닥터나우가 오히려 해외에서 더 인정 받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내 정부기관끼리 비대면 진료 허용 여부를 두고 엇박자를 내는 동안 해외에서는 원격의료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 닥터나우 로고 (사진=닥터나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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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원격의료업계에 따르면 닥터나우는 올해 들어 해외에서 4회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 혁신성을 인정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의료계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하고, 정부 규제로 인해 녹록지 않은 환경 속에서 일궈낸 성과다.
닥터나우는 포브스로부터 올해 5월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30인(30 under 30 Asia list 2022)’ 헬스케어 부문에 선정된 데 이어 8월에는 ‘2022년 100대 유망 기업(Forbes Asia 100 To Watch 2022)’ 헬스케어 부문에 선정됐다. 지난달에는 CES 2023 디지털 헬스 부문 혁신상을 받고 이달에는 ‘구글플레이 베스트 오브 어워즈’에서 올해를 빛낸 선한 영향력 앱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화려한 수상 이력을 가진 닥터나우지만 국내에서는 수상 신청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의료계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했기 때문에 수상 신청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닥터나우는 지난 5월 시범출시한 ‘원하는 약 처방받기’ 서비스로 인해 서울시의사회와 경기도약사회로부터 고발받았다. 해당 서비스가 소수 특정 의료기관으로 처방이 쏠리게 유도한다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는 원격의료업계와 의료계의 갈등을 중재하고 비대면 진료 법제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내비쳤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무총리실 산하 개인정보위원회에서 비대면 의료앱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여부를 살펴보겠다고 나서면서 닥터나우를 포함한 원격의료업체들이 조사를 받게 됐다. 정부기관끼리도 비대면진료를 두고 엇박자를 내면서 원격의료업체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국내 규제에 발목이 잡혀있는 동안 해외에서는 원격의료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대표적인 원격의료기업들은 조 단위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원격의료업체 텔라닥은 이달 기준 시가총액이 42억달러(약 5조5646억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에서는 ‘핑안굿닥터’가 지난해 말 기준 4억20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핑안헬스케어는 시가총액 44억4400만달러(약 5조8676억원) 규모의 기업이 됐다.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비대면진료를 허용한 일본의 경우 ‘라인닥터’, ‘클리닉스’, ‘포켓닥터’ 등 다양한 원격의료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국내 1위 원격의료업체인 닥터나우도 2019년 창업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가치는 약 2000억원대에 불과하다.
닥터나우는 2019년 장지호 대표를 포함한 4명이 창업한 업체로 임직원수가 2020년 10명, 2021년 38명, 올해 75명 순으로 늘었다. 2020년 12월 국내 최초로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배송 서비스를 론칭한 이후 제휴의료기관으로 1500여 곳을 확보했다. 닥터나우는 지난 6월 4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마치면서 2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원격의료업계에 정책적으로 전혀 도움을 안 주고 있고, 규제로 인해 수익을 낼 수 없다 보니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약사들이 약 배송 서비스를 필사적으로 막고 있어 비대면진료 서비스 이용률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은 OECD 38개국 중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다.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는 37개국 중 35개국은 약 배송까지 실시하고 있다. 한국은 2020년 2월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현행법상 비대면 진료는 불법이다.
닥터나우는 원격의료와 함께 약 배송 서비스를 같이 제공하고 있는 업체다. 약 배송 서비스 포함 시 비대면 진료를 받고 약을 사기 위해 따로 약국에 들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편의성이 증대된다. 미국에서는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서비스를 각각 다른 앱이 제공하고 있다.
원격의료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많은 사람들이 의료 서비스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의료 혁신에 기여할 수 있다”며 “비대면 진료 서비스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