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21일 국내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섹터에서는 ‘엠폭스’(원숭이 두창 바이러스) ‘코로나19’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한풀 꺾였다. 전날 저녁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 허가를 받으며 국산 항암제로 새로운 역사를 시작한 유한양행(000100) 주가는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이외 급등락 폭이 컸던 종목으로는 장중 한때 상한가에 도달한 소마젠(950200)과 유상증자 신주 물량 유통을 앞두고 급락한 셀리드(299660) 등이 눈에 띈다.
거래소, 코로나19·엠폭스 테마주 과열 경고이날 KG제로인 엠피닥터(MP DOCTOR·옛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대부분의 엠폭스나 코로나19 수혜주의 주가가 하락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이날 코로나19·엠폭스 재확산 테마 관련 주가 과열 양상이 나타남에 따라 ‘투자유의’를 발동한 영향이 컸을 것으로 풀이된다.
| 21일 코스닥 시장에서 하락폭이 컸던 종목 중 코로나19·엠폭스 테마주가 대거 포함됐다. (자료=KG제로인 엠피닥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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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코로나19 백신 개발사로 주목받았던 셀리드(-28.37%)는 물론, 휴마시스(205470)(-16.32%), 수젠텍(253840)(-14.89%), 셀레믹스(331920)(14.76%), 피씨엘(241820)(-11.11%), 파미셀(005690)(-10.98%), 랩지노믹스(084650)(-10.84%),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10.46%), 제놀루션(225220)(-10.27%), 오상헬스케어(036220)(-9.26%), 씨젠(096530)(-9.16%), 우정바이오(215380)(-7.95%), 진양제약(007370)(-7.08%), 바이오노트(377740)(-8.11%), 국제약품(002720)(-7.89%), 오상자이엘(053980)(-7.13%), 미코바이오메드(214610)(-3.02%) 등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거래소는 이미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평균 주가 상승률이 82.7% 급등한 코로나19와 엠폭스 관련주 15개 종목에 대해 33회 시장경보 조치를 했다. 거래소 측은 “최근 코로나19와 엠폭스 재확산으로 바이오 관련주가 과도하게 상승하면서 주가급등락에 따른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바이오 연관 사업 진출 등 관련 수혜주라는 허위·과장성 풍문에 편승한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셀리드의 하락 폭이 컸던 데에는 오는 23일부터 유상증자 신주 유통이 시작될 것이란 우려의 영향도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셀리드는 지난 9일 유증이 마무리되면서 주금 232억원이 납입됐다. 문제는 오는 23일 유통될 유상증자 신주 수량이 750만주에 달한다는 것이다. 셀리드의 증자 후 발행주식총수는 2110만2977주로 증자 전(1360만2977주)의 1.6배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다. 조만간 대규모 물량이 한꺼번에 풀릴 것이라는 우려에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최근 1개월간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던 만큼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셀리드의 주가는 지난달 22일 종가 1760원에서 이날 1만200원으로 무려 5.8배나 급등했다. 이 기간 상한가에 도달했던 날만 7거래일(7월 23·24·25·26일, 8월 9·12·14일)에 달했다.
국산 항암제 새 역사 쓴 유한양행, 주가 상승은 ‘아직’?이날 국산 신약의 새로운 역사를 펼친 유한양행 관련 주가는 예상보다 힘찬 상승세를 보여주진 않았다. 유한양행의 주가는 소폭 오르는 데 그쳤으며, 원개발사인 오스코텍(039200)의 주가는 오히려 빠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전날 저녁 존슨앤드존슨(J&J)을 통해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품(FDA)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졌지만 이날 유한양행의 주가는 9만4300원으로 전일 대비 300원(0.32%) 오르는 데 그쳤다. 대신 우선주인 유한양행우(000105)로 수급이 몰리면서 유한양행우의 주가는 전일 대비 22.28% 치솟았다. 이 때문에 유한양행우의 주가가 9만6600원으로 유한양행의 주가보다 높아졌다.
렉라자의 원개발사인 오스코텍의 주가는 오히려 전일 대비 4550원(10.98%) 급락했다. 장 중 한때 4만5850원까지 치솟았지만 오전 10시부터 하락세로 돌아서며 결국 3만6900원에 장을 마친 것이다. 승인 후 모멘텀 소멸로 인한 ‘셀온’(호재가 나왔을 때 매도하는 것) 때문이라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오스코텍은 올 초 2만3000원대였던 주가가 지난달 들어 4만원대로 진입하는 등 우상향해왔다.
앞으로 유한양행의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도 관전 포인트다. 실제 미국에서 얼마나 잘 팔리느냐에 따라 주가 상승의 폭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이 2020년부터 현재까지 FDA 승인을 받은 13개 바이오텍의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품목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일주일 뒤 70%에 해당하는 기업의 주가가 평균 18% 상승했다. 미국 시장의 경우 승인 모멘텀이 선반영되기보다는 확인 후 상승한다는 특징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유한양행의 기업가치가 더 상승하려면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렉라자가 흥행에 성공해야 한다. 앞으로 렉라자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 대비 월등한 치료효과를 입증하고 J&J의 강력한 마케팅이 뒷받침된다면 글로벌 판매량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 수 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추가 데이터에 따라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 달성 가능성이 높다”며 “내달 열릴 세계폐암학회를 주목해야 하며, 가장 중요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 데이터는 2025년 미국종양학회(ASCO)에서 확인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이슈 부각된 티디에스팜·소마젠…에스티팜 ‘해프닝’이날 티디에스팜(464280), 소마젠 등 일부 종목은 개별 이슈가 부각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에스티팜(237690)의 경우 공식 홈페이지에 호재가 올라왔다가 갑자기 삭제됐다.
경피약물전달 시스템(TDDS) 기반 의약품 전문 업체 티디에스팜은 코스닥 시장 입성 첫날부터 공모가(1만3000원) 대비 300% 상승한 5만20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이 공모가 대비 18.28% 하락했던 것과 대비된다. 세포·유전자치료제 배양배지기업 엑셀세라퓨틱스도 상장 당일 공모가(1만원) 대비 16.7% 떨어졌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날 유한양행의 호재에도 불구하고 제약·바이오주가 전반적으로 힘을 받지 못한 모양새였다”며 “이 때문에 수급이 티디에스팜으로 몰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소마젠은 이날 미국 국립보건원(NIH)로부터 750만달러(약 100억원) 규모의 알츠하이머 환자 유전체분석 서비스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장중 한때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번에 소마젠이 수주한 금액은 지난해 연매출의 31.1%에 해당한다. 소마젠의 이번 수주는 지난 6월 마이클 J. 폭스 재단과 체결한 80억원 규모의 파킨슨병 유전체분석, 지난달 모더나와 맺은 80억원 규모의 유전체분석 공급 계약에 이은 쾌거다. 이번 계약까지 3개월간 총 26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은 셈이다.
에스티팜의 경우 홈페이지에 호재를 알리는 안내문이 올라왔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해프닝이 있었다. 해당 안내문이 시장에 돌면서 에스티팜 주가는 오후 1시를 기점으로 상승세로 반전되더니 전일 대비 5500원(5.58%) 오른 10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스티팜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에 연간 수조원 이상의 글로벌 매출을 올리는 저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 블록버스터 신약의 원료의약품 공급사로 선정됐다는 안내문을 올렸다. 해당 신약은 중국에서 원료를 공급받았으나 생물보안법의 영향으로 에스티팜이 대체 원료공급사로 선정됐다는 내용이었다. 회사는 2025년 시생산 원료 공급을 시작으로 공급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봤다. 단 공급 규모나 계약상대방, 계약금액 등에 대해선 공개되지 않았다.
해당 안내문은 이후 홈페이지에서 삭제되면서 의문을 남겼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해당 내용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은 없다”며 “해당 게시글 게재 후 동시 접속자 수가 폭증하면서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이 때문에 서버를 운영하는 곳에서 임의로 해당 게시물을 삭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