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건성 황반변성(AMD) 분야 최초 신약 ‘시포브레’(Syfovre, 성분명 페그세타코플란)를 승인했다.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경쟁 약물 ‘지무라’까지 더해지면 2027년경 해당 시장이 59억 달러(한화 약 7조6000억원) 규모로 크게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알레그로와
한미약품(128940)도 건성 AMD 환자 대상 신약 후보 ‘루미네이트’의 임상 3상을 준비 중이다. 한미약품 측은 “약물의 적용 시점이 시포브레 건성 AMD 후기지만, 루미네이트는 조기 치료제로 달라, 차별화된 시장 전략을 가져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 미국 아펠리스 파마슈키컬스의 후기 건성 황반변성(AMD)으로 인한 지도성 위축증(GA) ‘시포브레’(성분명 페그세타코플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를 시포브레를 해당 질환 분야 최초 신약으로 승인했다.(제공=아펠리스 파마슈티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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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간) FDA가 미국 아펠리스 파마슈티컬스(아펠리스)가 개발한 시포브레를 건성 AMD로 인한 후기 합병증인 ‘지도성 위축증’(GA) 환자 대상 최초의 치료제로 승인했다. 지난해 11월 심사를 승인한 지 3개월 만에 내놓은 결과다.
세계 3대 안질환인 노인성 AMD는 크게 건성과 습성으로 나뉜다. 2020년 기준 전체 AMD 환자는 1억9600만명에 달한다. 이중 약 90%가 건성 AMD 환자이다. 건성 AMD 환자 중 20~30%는 급격한 시력 저하에 이어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습성 AMD로 진화한다. 반면 대부분의 건성 AMD환자는 시력 감퇴 등 여러 안구 관련 증상을 경험하게 되지만, 이를 되돌릴 치료제가 부재했다.
특히 건성 AMD 환자의 병이 악화될 경우 거의 대부분의 환자가 안구가 지도 모양으로 쪼그라드는 지도성 위축증을 겪게 된다. 아펠리스에 따르면 미국에만 100만명, 세계적으로 500만명의 환자가 각각 후기 건성 AMD 단계에서 지도성 위축증 증상을 앓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펠리스가 내놓은 시포브레는 면역 연쇄 반응에 관여하는 ‘보체인자3’(C3)의 과도한 활성을 막는 물질이다. FDA는 건성 AMD로 인한 지도성 위축증 환자에게 의사 재량에 따라 25~60일 간격으로 시포브레를 주사하는 용법을 허용했다. 회사 측은 오는 3월부터 1바이알당 2190달러(약 280만원)의 가격으로 시포브레를 출시할 계획이다.
세드릭 플랑수아 아펠리스 대표는 “시포프레는 임상 결과 시간이 흐를수록 효능이 더 뚜렸해졌었다”며 “의사 재량으로 유연하게 약물을 투여해 세계에 흩어진 지도성 위축증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유럽의약품청(EMA)도 시포브레의 승인 심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난해 1월 내놓은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 및 기술개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건성 AMD 시장은 2020년 39억 달러(당시 약 4조4600억원)에서 매년 8.39%씩 성장해, 2027년경 59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품목으로 시포브레의 성분인 ‘페그세타코플란’을 선정했으며, 2026년경 이 성분이 11억 달러(20일 기준 1조425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에서 또다른 주자로 선정된 미국 이벨릭 바이오의 ‘지무라’도 있다. 시포브레와 같은 적응증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지무라는 보체인자 중 C5가 C5a와 C5b로 쪼개지는 것을 막아 만성 염증이나 세포 사멸을 막는다. 지무라의 3상 결과는 올 하반기에 나올 예정이다. 시포브레의 승인이 해당 약물에 허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건성 AMD 신약을 개발 중인 한미약품 관계자는 “아펠리스의 시포브레를 비롯해 개발 중인 대부분의 건성 AMD 신약 후보 물질이 해당질환의 후기에 쓸 수 있는 치료제다”며 “그중에서도 지도성 위축증을 세부 적응증으로 갖는 약물이 대부분이다”고 운을 뗐다.
| 미국 알레그로가 건성 황반변성 신약 후보물질 ‘루미네이트’(성분명 리수테가닙, 프로젝트명 ALG-1001)관련 미국 내 임상 2b/3상을 준비 중이다. 한미약품은 루미네이트의 국내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제공=각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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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미국 알레그로의 ‘루미네이트’(성분명 리수테가닙, 프로젝트명 ALG-1001)에 대한 국내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기술이전받았다. 루미네이트는 안구 내 이상혈관을 억제하는 인테그린 저해제로 알려졌다. 현재 알레그로가 미국에서 조기 건성 AMD 환자 대상 루미네이트의 임상 2b/3상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앞선 관계자는 “시포브레와 루미네이트는 타깃 세부 적응증이 다르다. 전자는 후기 건성 AMD, 루미네이트는 병증이 발발한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며 “루미네이트는 시포브레와 다른 미충족 수요를 채워줄 핵심 약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시포브레나 지무버와 같은 후기 건성 AMD 대상 물질 보다 환자 수가 수십 배 이상 많은 조기 건성 AMD 신약 후보물질인 루미네이트의 시장성이 더 크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병의 진행 단계에 관계없이 치료 옵션이 부족했던 건성 AMD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은 분명하다. 현재로선 루미네이트의 국내 개발은 진행하는 게 없다”며 “루미네이트의 글로벌 임상 진행 상황을 논의하면서 더 적절한 시점에 국내 도입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에는 AMD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유전자치료제의 개발도 활발하다. 영국 자이로스코프 테라퓨틱스 리미티드가 ‘아데노연관바이러스2’(AAV2)기반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 ‘GT005’를 건성 AMD 치료제로 임상 2상 중이다. 해당 물질은 C1 단백질의 생산을 증가시켜 체내 면역시스템을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국내 리보핵산간섭(RNAi) 치료제 개발 전문기업
올릭스(226950)가 건성 및 습성 AMD 치료제 후보물질 ‘OLX301A’의 미국 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해당 물질은 지난 2020년 프랑스 테아 오픈 이노베이션에 9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됐으며, 지난해 12월 OLX301의 첫 환자 등록이 완료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