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현장 실정에 맞도록 비대면 진료 기준을 정비해달라는 목소리가 또 나왔다. 현재 기준은 재진 중심, 약 배송 금지 등이 걸려 있어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이다. 각국 환경에 맞게 구체화돼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해외 비대면 진료 사례와는 대조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출범 2주년을 맞아 연사들이 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제공= 원산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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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서비스 개선” 한목소리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닥터나우 이사)은 8일 원산협 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출범 2주년 심포지엄’에서 “지금 시행 중인 시범사업은 의사 판단 하에 질병, 종류, 나이, 거주지 제한 없이 모든 국민이 이용한 제도와 달리 매우 제한적”이라며 “장애인 등 아주 일부만 이용 가능 하도록 해 의료계와 산업계, 소비자 모두 만족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에 참여한 의료진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그간의 데이터로 현장 실정에 맞는 제도가 정비될 수 있게 정부와 국회에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국내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처음으로 한시적 허가를 받고 시작됐다. 비대면 의료 도입은 2000년부터 추진됐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대로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 2020년 말 법 개정을 통해 코로나 시기 한시적으로 허용된 것이다. 하지만 올해 공식적으로 엔데믹이 선언되자 비대면 진료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이에 정부는 6월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시범사업에서는 재진 환자만 받을 수 있고 약 배송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신규 환자 유입이 어려워 사업을 접는 플랫폼 기업이 속출했지만, 의료계는 초진환자를 비대면으로 하면 오진 위험이 높다며 맞서는 상황이다. 정부는 진료를 제도화하기 위해 오는 18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심사 후 24일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박현애 한국원격의료학회 회장은 “비대면 진료는 상급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 의료사고 발생 우려가 있었는데, 3년간 비대면 진료를 경험하면서 쏠림 현상이나 심각한 의료사고도 확인된 바 없다”며 “심평원에서 고혈압,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 효과를 처방지속지표로 평가했더니, 만성질환자들의 복용 정도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비대면 진료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도 “현재 수준으로 제도화 된다면 국민들이 겪은 경험이 후퇴할 것”이라며 “시범사업 단계에서 세 명 중 두 명은 비대면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보건복지부는 정보화가 가장 뒤떨어진 곳으로 서로 소통과 정보공유가 안 된다”며 “그럼에도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해 복지위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해외선 폭발적 성장해외의 경우 이미 비대면 진료 사업이 구체화됐고 각국 환경에 맞게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디지털 헬스 산업 지원을 위해 2018년부터 5년 간 3600억원 규모 투자를 계획해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팬데믹으로 발령된 비대면 진료 특례조치가 영구화됐으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헬스케어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비대면 진료의 폭발적 수요 증가로 이미 사회적 비용이 감소하는 추세다.
영국 로열 버크셔NHS재단 조 키친 박사는“영국에서는 2019년부터 비대면 진료에 대해 5개년 장기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수요는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라며 “병원 방문 빈도가 적어지면서 아이 돌봄 비용이 낮아졌고 전염병이 확산할 가능성도 줄었다.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들을 기다리는 시간 등을 절약할 수 있게 됐고 외래 병동 운영 비용도 절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