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짧지만은 않은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던
수젠텍(253840)이 진단키트 수직계열화로 제2의 도약을 꿈꾼다. 회사는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 이후 차기 먹거리로 알레르기 진단사업을 꼽았다. 연내 중국에 관련 제품을 출시해 하반기부터 매출을 내겠다는 복안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높아진 주주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주주친화정책 도입에도 의지를 나타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수젠텍은 올 1분기 매출 679억원, 영업이익 44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배, 영업이익은 8배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이기도 하다. 회사측은 오미크론 팬데믹으로 인한 항원 신속진단키트의 판매 증가를 호실적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지핀 불, ‘알레르기 다중진단키트’로 키운다수젠텍의 포스트코로나 전략이 관심사다. 코로나19가 풍토병화되면서 향후 수젠텍을 비롯한 진단키트 업체들의 실적 악화가 예견되고 있어서다. 최근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에서도 회사는 대부분의 시간을 포스트코로나 전략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수젠텍이 꼽는 신성장 동력은 △알레르기 진단사업 △여성호르몬 자가진단 사업 △결핵 현장진단 사업 △치주질환 진단키트 사업의 네 축으로 구성된다. 이중 결핵진단과 치주질환진단 플랫폼은 출시에 성공할 경우 수젠텍의 제품이 최초의 진단플랫폼이 된다.
가장 빠른 사업화가 예상되는 것은 알레르기 진단사업이다. 현재 수젠텍은 알레르기 다중면역블롯 시스템인 ‘INCLIX Total IgE’의 개발을 마치고 중국 내 관련 제품 승인도 마쳤다. 중국 현지 대형 진단기업인 YHLO와 협력해 현지 판매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102종의 음식 및 흡인성 알레르겐에 대한 특이 lgE를 검출할 수 있다.
수젠텍 관계자는 “지금은 중국내 알레르기 진단키트 시장 수요를 살피면서 출시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부터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중국 출시 반응에 따라 추후 유럽 진출도 꾀하고 있다. 회사가 추정하는 세계 알레르기 진단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6조9800억원 수준, 경쟁사는 독일의 유로이뮨이다. 체코의 다이넥스로부터 분석기기를 납품받아 자사 진단키트와 함께 의료기관에 판매하는 유로이뮨과 달리 수젠텍은 분석기기와 진단키트를 모두 다룬다는 점에서 경쟁우위가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유로이뮨 제품대비 수젠텍 제품의 필요 검체량도 8분의 1 수준으로 적다.
| 수젠텍이 신성장 동력 중 하나로 꼽는 알레르기 진단 시장 분석 (자료=수젠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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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중 임상시험 진입을 계획했던 세계 최초 여성호르몬 진단제품인 여성호르몬 자가진단키트 ‘슈얼리스마트 프로’는 일정이 하반기로 다소 늦춰졌다. 외부 임상기관과의 협의가 진행 중인데 코로나19 상황으로 피험자 모집이 순탄치 않았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글로벌 여성호르몬 진단시장은 오는 2023년 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호르몬 5종을 검사해 개인의 건강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제품의 특징이다.
주춤했던 결핵 진단사업도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다만 최근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어 당장 사업 재개시점을 구체화하는 것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회사측은 결핵 진단사업 재개를 위해 중국 현지 코로나19 상황을 살피고 있다. 결핵 세계 보균자는 20억명에 이른다. 분자진단 방식의 기존 제품보다 신속·간편하고 가격은 3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수젠텍이 최초로 시장에 진입할 경우 2조6000억원에 이르는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회사는 서울대 치의대와 국책과제로 진행 중인 치주질환 진단 사업도 장기 신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치과 방문 환자가 줄어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엔데믹이 자리잡으면 임상 진행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치주질환 환자 수는 2020년 기준 1637만명에 달하지만 외형상 두드러질 정도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조기진단이 어려워 불편함이 있었다. 수젠텍의 제품이 출시되면 치주질환의 조기진단이 가능해진다.
“배당금 지급, 내년 1분기 가능…자사주 매입도 검토”시장에서는 수젠텍의 첫 배당 시점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수젠텍의 이익잉여금은 750억원으로 지난해 말 누적 결손금 56억원에서 이익잉여금으로 전환됐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식발행초과금으로 적립된 자본준비금을 결손금 보전에 사용하면서다. 정기주총 당시 중간배당 근거 규정을 신설하고 이익잉여금까지 확보하면서 배당금 지급이 가능해진 것이다.
다만 배당금 지급시점은 이르면 내년 1분기가 될 전망이다. 전년도 확정 재무제표상 누적 결손금이 56억원으로 올해는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이익잉여금이 올 연말까지 결손금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내년 1분기 재무제표 확정 이후 이사회 결의 및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이익잉여금 범위 내 지급이 가능하다.
회사측은 배당금 지급 외에도 다양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젠텍 관계자는 “내년 1분기 배당가능이익이 확정되면 이익잉여금 범위 안에서 배당금은 물론 자사주 매입도 검토할 예정”이라며 “지난해에는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이 없어 불가능했지만 올해 실적이 확정되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주주가치 제고 전략을 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