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일본 다이이찌산쿄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가 공동 개발한 2세대 항체약물접합(ADC)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트주맙 데룩스테칸)가 유방암 조기치료제로 영역을 확장했다. 엔허투가 스위스 로슈의 1세대 ADC ‘캐사일라’(성분명 트라스트주맙 엠탄신) 대비 확실한 비교우위를 선점하며, ADC로 개발된 최상위 약물임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엔허투가 경쟁 약물인 캐사일라가 얻지 못한 적응증을 차례로 확보하면서 그 입지를 더 공고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엔허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3차 치료제에서 2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추가 승인받았다. 캐사일라는 여전히 3차 치료제에 머물러 있다. 또 엔허투는 지난해 미국에서 HER2 양성 위암과 위식도선암 치료제로도 승인받았다. 이 역시 캐사일라가 진입하지 못한 적응증이다.
| (제공=다이이찌산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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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C는 약물을 접합시킬 위치의 지정 가능 여부에 따라 1세대와 2세대로 구분한다. 항체에 무작위적으로 약물이 붙이는 1세대와 달리 2세대는 특정 부위에만 약물을 접합시킬 수 있다. 엔허투는 다이이찌산쿄의 2세대 ADC로 탄생했다.
이 물질은 스위스 로슈가 유방암 및 위암 치료제로 개발한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트주맙) 바이오시밀러를 기본 항체로 사용한다. 여기에 국소이성질화효소(토포이소머라아제)Ⅰ 억제제 계열의 데룩스테칸을 접합체(링커)를 통해 결합시켰다.
지난 2019년 다이이찌산쿄가 69억 달러(한화 약 8조원) 규모로 AZ에 엔허투를 기술수출하면서, 양사가 공동으로 글로벌 적응증 확대 개발 및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다이이찌산쿄는 현재 ‘U3-1042’(성분명 파트리투맙 데룩스테칸), ‘DS-1062’(성분명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 등 추가 ADC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U3-1042는 HER3 양성 유방암 치료제(임상 1상) 및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대상 오시머티닙 병용 치료제(임상 3상) 등으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이다. DS-1062는 국소 진행성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및 유방암 등의 적응증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물질 역시 2020년 AZ에 60억달러 규모로 기술이전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성과에 대해 다이이찌산쿄가 탄생한 직후부터 ADC 중심의 인수합병 및 연구개발에 주력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다이이찌산쿄는 2005년 다이이찌 파마슈티컬스와 산쿄 컴퍼니 등 약 100년의 역사를 가진 두 일본 제약사의 합병을 통해 탄생했다. 회사 측은 2008년 2억3500만 달러를 지급하며 독일 바이오벤처 U3 파마를 흡수합병했다. 현재 UC-1042의 기본 항체가 되는 HER3 타깃 단일클론항체 ‘파트리투맙(AMG-888)’도 이때 획득했다.
ADC 개발 업계 관계자는 “항암제로 신약개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려고 맘먹은 다이이찌산쿄가 ADC의 주목하고 관련 제약사를 흡수합병해 기초를 다졌다”며 “이를 통해 완성한 엔허투 등의 물질이 승인 전 임상 3상 등에서 경쟁 약물 대비 높은 효능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다이이찌산쿄가 가진 ADC 기술이 최상위 수준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였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ADC 개발사가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한 시기는 다이이찌산쿄 보다 다소 늦은 2010년대다.
먼저
레고켐바이오(141080)는 2012년 ADC 원천기술을 개발 완료해 미국 및 특허국제조약(PCT)에 출원했다. 회사 측은 이후 HER2 ADC인 ‘LCB14’을 발굴했다. 2019년 중국 포순(Fosun) 파마에 이 물질의 중국 판권을, 2021년 영국 익수다 테라퓨틱스에 글로벌 판권을 각각 기술이전 했다. 현재 포순 파마가 중국에서 엔허투와 같은 유방암, 위암, 비소세포폐암 관련 임상을 두루 진행하고 있다.
또
알테오젠(196170)은 2011년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현재 HER2 양성 유방암 및 위암 등 대상 ‘ALT-P7’을 발굴해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DC 시장은 이제 시작이고 해당 기술도 끊임없이 개선하고 있다”며 “개발 중인 후보물질이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많은 위암 관련 적응증을 획득한다면 후발주자라도 매출 성장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