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뉴로보의 글로벌 신약 개발과 상용화는) 이제 시작이라 보면 된다. 글로벌 연구개발(R&D) 전진기지의 터전은 구축됐으니 다음 단계를 기대해주길 바란다.”
| 김형헌 뉴로보 파마슈티컬스 김형헌 대표 (사진=동아에스티) |
|
김형헌 뉴로보 파마슈티컬스(NeuroBo Pharmaceuticals, 이하 뉴로보) 대표는 이데일리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뉴로보는 2022년
동아에스티(170900)가 동아쏘시오그룹의 글로벌 R&D 전진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인수한 나스닥 상장사다.
뉴로보의 R&D 중추는 NASH 치료제와 비만 치료제현재 뉴로보는 자사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2형 당뇨 및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DA-1241’와 비만 치료제 ‘DA-1726’의 R&D에 전념하고 있다. 김 대표는 “‘DA-1241의 임상 2상을 개시했으며, DA-1726의 연내 임상시험계획서(IND) 제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 뉴로보의 파이프라인별 개발 계획 (자료=뉴로보) |
|
DA-1241은 지난 9월 미국에서 첫 환자 투약을 개시하며 글로벌 임상 2상을 시작했다. DA-1241은 전임상에서 간경화, 염증, 섬유화, 지질 대사와 포도당 조절 등의 개선 효과를 확인한 신약후보물질이다. 2024년 3분기에 임상 2a상의 마지막 환자 방문이 이뤄지고, 같은해 4분기 임상 2a상 톱라인(Top Line)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뉴로보는 DA-1241 임상 2상을 통해 확실한 데이터를 도출하고, 다른 의약품과의 병용 가능성도 열어둔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이번 임상 2상에서 당뇨병 치료제 ‘시타글립틴(Sitagliptin)’과의 병용을 보는 것과 같이 추가적인 다른 약물과의 병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대사이상성간질환(MASH), 즉 대사성 장애(metabolic dysfunction)을 다각도로 치료할 수 있는 콤보(combo)를 만드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NASH 시장(market) 전반에 대한 1차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싶다”고 언급했다.
DA-1726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은 비만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DA-1726의 경우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GLP-1R)의 부작용을 줄여 음식물 섭취를 크게 줄이지 않아도 글루카곤 수용체(GCGR)로 에너지를 활성화해 경쟁약물 대비 동등한 체중 감소를 증명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GLP-1R의 부작용을 줄이며 충분한 체중 변화를 가져갈 수 있다면 시장에서 차별화를 가져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서도 “DA-1726은 장기 전략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했다.
DA-1726이 임상 1상에 진입하면 GLP-1 R의 부작용 및 전반적인 독성에 대해 면밀하게 관찰할 계획이다. 임상을 통해 실제 투약 후 반응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한 후 전략적 검토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DA-1726의 연구 결과 발표는 2024년 하반기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급 바이오 불황 겹쳤지만 저평가된 주가 부양·투자 유치 노력 중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가 뉴로보를 인수한 이유 중 하나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하고 있는 나스닥 상장사로서 자금 조달이 용이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몫 했다. 보스턴은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로 하버드와 MIT 등 주요 대학은 물론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과 연구소들이 몰려있는 곳이다.
다만 인수 시기가 역대급 바이오 불황기와 겹치면서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환경이 닥쳤다. 김 대표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최신의 모달리티(modality·치료접근법)와 성공을 경험한 경영진만으로도 투자 유치에 성공할 정도로 긍정적인 시장이었지만 현재는 임상 데이터 없이는 투자 유치나 주가 부양이 어려운 시장으로 변모했다”며 “현재 나스닥 상장 바이오텍의 경우 대부분의 회사가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동아에스티가 지난 8월 김 대표를 뉴로보의 최고경영자(CEO)로 신규 선임한 것도 자금 유치를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2021년부터 뉴로보 이사로 재직 중이었던 김 대표는 앞서 동아에스티와 동아쏘시오그룹의 법률고문 겸 수석부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변호사로서 연구, 임상, 라이선스, 인수·합병(M&A), 투자 유치 등 폭넓은 경험과 제약·바이오·의료기기 산업을 두루 거쳤다. 특히 김 대표는 동아에스티와 동아쏘시오홀딩스에 재직하는 동안 라이선싱, 투자 거래 등 중요한 거래를 다수 협상한 경험이 있다.
김 대표가 받은 특명 중 하나는 저평가된 뉴로보의 주가를 부양하는 것이다. 뉴로보의 주가는 2022년 12월 주가가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진 이후 2023년 내내 주가가 1달러 미만을 유지했다. 이 때문에 뉴로보는 지난 2월 상장폐지 경고 서한을 받기도 했다. 뉴로보는 이 문제를 보통주 8주를 1주로 병합하면서 해결했다. 주식 병합 덕에 지난 21일부터 뉴로보의 주가는 3.5달러로 뛰었다.
뉴로보는 최근 투자자들과 만남을 늘리며 회사와 R&D 현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김 대표는 “뉴로보의 경우 최근 많은 변화가 있었고 든든한 최대주주가 있으므로 기업설명회(IR), 투자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최대한 회사의 이미지 변화 및 소개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임상 데이터가 있고 그 회사가 진행하는 R&D 활동의 길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여전히 투자 유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뉴로보에 대한 대외적인 인지도와 우리의 길에 대한 공감대가 없으므로 더 많은 투자자들과 접점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뉴로보와 동아쏘시오홀딩스그룹의 인연은 2018년부터 시작됐다. 동아에스티는 2018년 1월 당뇨병성신경병증 천연물신약 ‘DA-9801’을 기술이전하면서 계약금 200만달러와 뉴로보 지분 5%를 받았다. 또 퇴행성신경질환 천연물신약 ‘DA-9803’을 뉴로보에 양도하면서 500만달러와 지분 24%를 수령했다.
이후 뉴로보가 나스닥 상장사인 젬파이어테라퓨틱스를 합병하고 2019년 12월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지분율이 10.8%로 희석됐다. 동아에스티는 2022년 9월 뉴로보에 DA-1241과 DA-1726을 기술이전하고 3700만달러(약 529억원)를 투자해 뉴로보 지분 65.5%를 확보했다. 같은해 12월에는 동아에스티가 뉴로보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