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글로벌 안티에이징 시장에서 국내 의료기기 및 뷰티 제품들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임플란트의 경우 중국 시장을 장악하는가 하면, 수술용 로봇은 해외 기업이 그대로 베껴 출시를 시도할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의료기기와 뷰티 분야의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은 한국 특유의 제조업 경쟁력과 IT 및 AI 기술력 등이 복합된 강력한 인프라 기반이 주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임플란트 시장 규모는 2029년 97억 달러로 전망된다. 이중 중국은 임플란트 보급률이 인구 1만명당 30개에 불과해 가장 성장률(연평균 36%)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이 시장을 한국 기업들이 선점했다. 2022년 기준 중국 내 임플란트 수입 규모는 6억5745만 달러인데 이 중 한국 제품은 2억7000만 달러로 약 41%를 차지했다. 중국 임플란트 시장 점유율도 1위가 오스템임플란트(33%), 2위가 덴티움(145720)(25%)으로 글로벌 기업인 스트라우만(스위스), 다나허(미국)를 제쳤다. 지난해 국내 임플란트 수출액은 최근 4년간 연평균 20.9% 성장하며 지난해 1조원(7억8800만 달러)을 돌파했다.
치과 진단장비인 디지털 덴티스트리 분야는 국내 기업들이 미국 등 선진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디지털 덴티스트리는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스캐닝 등 첨단 디지털 의료기기와 소프트웨어가 접목된 분야다.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한 바텍(043150)은 독자 개발한 2D, 3D 치과 진단장비와 구강스캐너를 통해 미국과 유럽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1위 치과 기자재 유통사 헨리 샤인과 파트너링을 맺어 미국발 매출 상승이 예상된다. 올해 사상 첫 4000억원대 매출이 기대되고 있다.
수술용 로봇 시장에서는 큐렉소(060280)의 활약이 독보적이다. 글로벌 수술용 로봇 시장 규모는 2022년 65억 달러에서 2030년 120억 달러(약 16조원)로 확대가 예상된다. 큐렉소 수술용 로봇은 실시간 뼈 정렬 확인, 완전 자동 밀링 절삭, 최소 절개 등 기능을 갖추면서 글로벌 1위 기업인 미국 스트라이커 제품과 동등한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에서도 뛰어나 북미, 유럽, 아시아 지역 등에 수술용 로봇 공급이 증가하고 있다. 2019년 344억원이던 매출도 지난해 729억원으로 100% 이상 증가했다. 큐렉소 제품의 경쟁력이 입증되자 인도에서는 큐렉소 제품을 모방해 출시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임플란트 기업들은 글로벌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치과 진단기기 시장에서는 한국이 바텍 등 글로벌 기업을 보유하고 있어 K-의료기기에 대한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큐렉소를 비롯한 우리나라 의료 수술 로봇은 뒤쳐지지 않는 기술력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초고령화 국가 일본, 세계 최고 기술과 시장을 보유한 미국에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고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뷰티 안티에이징 분야에서도 리프팅실, 화장품 등이 해외 진출 폭을 넓히고 있다. 한스바이오메드(042520)는 미국에서 리프팅실 시장을 개척했다. 리프팅실은 처진 피부에 실을 넣어 당겨주는 성형 시술에 꼭 필요한 제품이다. 한스바이오메드가 개발한 민트리프트는 미국 시장 90%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 사업을 담당하는 한스바이오메드USA의 연매출은 2020년 131억원에서 지난해 3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넷플릭스가 제작한 미국 리얼리티쇼에 민트리프트와 리프팅 시술 과정이 전파를 타 유명세를 치렀다.
한국의 의약품 기술력과 화장품 기술력이 합쳐진 코스메슈티컬 분야에서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화장품류 수출이 40억 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8% 증가했다. 동아제약 파티온은 여드름 흉터 치료제 노스카나겔 성분을 화장품 브랜드로 론칭했다. 매출은 2021년 24억원, 2022년 60억원, 2023년 132억원으로 퀀텀점프했다. 특히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주요 시장에 진출하면서 올해 1분기에는 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122% 성장한 수치다. 중국 인플루언서와 함께한 라이브쇼핑 방송에서는 1초만에 매출 2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의료기기 및 뷰티 기업들은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IT 기술 및 AI 기술력을 접목한 것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유”라며 “여기에 원가경쟁력 및 편의성은 물론 각 시장의 특성과 니즈를 빠르게 파악해 의료, 미용,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경재력을 확보.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