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지난해 스탠다임은 기술특례상장 심사를 통한 코스닥 입성에 도전했지만 기술성 평가 관문을 넘지 못했다. 조만간 다시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겠다는 김진한 스탠다임 대표이사는 “회사가 정체되지 않고 꾸준히 성장해 차기·차차기 프로젝트를 계속 시도하려면 코스닥 상장이 절실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술특례 기업으로 코스닥에 상장하려면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두 곳의 전문평가기관에서 각각 A, BBB 이상의 등급을 받아야 한다. 스탠다임은 지난해 9월 평가기관인 나이스디앤비와 보건산업진흥원 모두에서 BBB 등급을 받아 기술성 평가 관문을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탠다임이 기술이전 성과, 매출, 파이프라인이 진전된 정도, 글로벌 빅파마와의 파트너십 여부 등 제약사의 기술특례 상장 기준을 맞추지 못한 것이 상장 실패의 원인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스탠다임은 기술성 평가에서 탈락한 후 영국 제약·바이오 전문투자 리서치사 딥파마인텔레전스(DPI)가 선정한 ‘AI 신약 발굴 분야 선두 기업 톱33’에 포함돼 아쉬움을 샀다. 유럽의 빅파마와도 신약개발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코스닥 입성에서는 고배를 마신 셈이다.
| 스탠다임이 보유한 파이프라인 (자료=스탠다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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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다임은 당장 내년 코스닥 상장을 위해 가시적인 지표를 만들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영국과 미국에 현지법인을 세워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력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자체 개발 중인 파킨슨병 치료물질 파이프라인의 임상시험과 기술이전도 추진하고 있다.
스탠다임 관계자는 “자본시장에서는 외부 투자를 통해 충분히 기술력을 검증받았지만,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는 보수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문제인 만큼 다음 평가에서 보다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흑자전환 시점은 늦어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강동균 최고재무책임자(전무)는 “기술이전으로 당장 수익이 발생해도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인력충원으로 흑자전환 시점은 빠르게 도래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글로벌 AI 신약개발 선두기업인 엑사이언티아, 리커전 역시 큰 규모의 기술이전을 달성했음에도 아직 적자다. 스탠다임은 4~5년 뒤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일종의 기술기업인 AI 신약개발사의 기술성 평가 기준이 기존 제약사와 동일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기술성 평가를 진행하는 심사위원들이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AI 신약개발 분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며 “신산업이 태동할 때는 기존 산업을 위해 만들어 뒀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줘야 경쟁력 있는 기업을 글로벌 시장에 뺏기는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