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2018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HLB생명과학(067630)이 체외진단의료기기 업체 인수로 흑자전환을 꾀한다. 하반기부터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약점으로 지적돼 온 재무리스크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HLB그룹은 최근 들어 잇따라 체외진단의료기기를 인수하면서 계열사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신약개발 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다른 사업과의 시너지도 노리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B생명과학은 지난 31일 체외진단의료기기 전문업체 ‘에임’을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HLB생명과학은 에임 인수를 위한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에임 전체 지분 10만주를 979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모든 인수절차가 완료되면 에임은 HLB생명과학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
| HLB 바이오생태계 가치사슬 (자료=HLB) |
|
HLB생명과학, 4년 연속 적자 고리 끊는다이번 인수는 관리종목 지정 등 재무적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HLB생명과학은 연결기준 △2019년 매출 1140억원, 영업손실 45억원 △2020년 매출 918억원, 영업손실 81억원 △2021년 매출 535억원, 영업손실 185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매출액은 줄어드는 반면 영업손실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었던 셈이다. 지난 1분기에도 매출 160억원, 영업손실 11억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HLB생명과학은 대표이사, 재무책임자가 포함된 인수검토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을 중심으로 올 초부터 인수 대상을 물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HLB생명과학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 자금 1000억원을 모집했다. 이중 타법인 인수목적 자금 600억원을 투입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에임은 조용호 대표가 2011년 경기도 화성시에 설립한 회사로 감염증 예방과 진단에 필수적인 검체채취기, 혈액샘플수집장치 등 체외진단의료기기를 제조 및 판매한다. 주요 고객사로는 안국애보트진단, SD바이오센서(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 등을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 1669억원, 영업이익 422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탄탄한 비상장 기업이다. 이번 인수로 이르면 하반기부터 곧바로 HLB생명과학의 재무구조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달 중 합병절차가 끝나면 오는 3분기부터 에임의 실적이 HLB생명과학의 실적에 포함되므로 연내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캐시카우’ 의료기기사업으로 벌어 신약개발에 투자HLB그룹은 그간 의료기기 업체 인수합병(M&A)을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에 힘써왔다. 지난해 10월 HLB는 체외진단의료기기 업체 에프에이를 흡수합병해 HLB헬스케어 사업부로 재편, 실적이 반영되기 시작한 지난 1분기부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지난 1분기 매출이 634억원을 넘어서며 전년동기 대비 1052% 성장했고, 188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인수한
HLB테라퓨틱스(115450)도 1분기 매출 증가와 함께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최근
HLB(028300)는 이사회를 열어 종속회사인 화진메디칼과 화진메디스를 33억원에 HLB테라퓨틱스에 매각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HLB테라퓨틱스는 이번주 중 이사회를 열고 인수를 확정할 계획이다. 화진메디칼과 화진메디스는 HLB가 지난 2018년 인수한 의료기기 회사로 일회용주사기, 필터주사기 등을 판매한다. 꾸준히 매출을 내고 있었지만 그 규모가 다소 작아 HLB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HLB는 교통정리를 통해 화진메디칼 화진메디스를 넘겨 보다 큰 규모의 사업에 집중하고, HLB테라퓨틱스는 두 회사 인수로 수익성 개선 효과를 꾀하고 있다.
재무리스크 해소와 함께 올해부터는 보유 중인 파이프라인에서도 성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HLB가 글로벌 권리를 보유중인 리보세라닙은 최근 간암 1차 치료제 글로벌 3상 임상과 미국, 한국에서 진행된 선양낭성암 1차 치료제 2상 임상에서 유의미한 데이터가 확보돼 신약개발 가능성이 커졌다. HLB생명과학은 세포주기를 억제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기전의 항암 후보물질을 도입하고, 뇌전증 치료제 및 항암제 개발을 위한 의료용 대마 ‘헴프’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개선된 펀더멘털에 더해 빠르면 올해 주력 신약 파이프라인인 리보세라닙이 간암, 선낭암에서 국내 최초의 글로벌 항암신약으로 승인받을 경우 시장의 우려가 불식되며 기업가치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