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낮은 시장성을 이유로 미운오리새끼로 취급받던 희귀의약품이 황금알을 낳는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과 GC녹십자가 희귀의약품 개발 선두 주자로 꼽히는데, 서로 상이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업계는 국내 희귀의약품 개발 경쟁이 한국판 제2 키트루다 개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20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글로벌 희귀의약품 시장은 2026년 355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일반의약품의 연평균 성장률이 5.3%인데 반해 희귀의약품은 12%로 집계돼 성장성을 입증하고 있다. 실제 항암제 키트루다(머크)는 2022년 기준 매출이 약 26조원에 달하고, 2024년까지 희귀의약품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등 성공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메드팩토(235980),
보로노이(310210) 같은 바이오텍은 물론 전통제약사인 한미약품, GC녹십자,
유한양행(000100) 등 국내 기업들도 희귀의약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중에서도 한미약품과 GC녹십자는 희귀의약품 파이프라인 숫자와 임상 진행 속도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 한미약품 희귀의약품 지정 현황.(자료=한미약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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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매출 내다보는 롤론티스, 단장증후군 치료제는 3조 시장 선점 유력한미약품(128940)은 희귀의약품 같은 혁신신약 개발에 대부분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한다. 희귀의약품 개발 뼈대는 자체 개발한 플랫폼 랩스커버리(LAPSCOVERY)다. 랩스커버리는 의약품 반감기(약효) 증가를 통해 효능을 높이면서 투여량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지난 십수년간 매출액의 15% 이상을 희귀의약품 등 혁신신약 R&D에 투자하고 있다”며 “최근 10년간 이들 신약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1조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미약품이 희귀의약품 등 혁신신약 개발에 투자한 연구개발비는 2020년 2261억원(매출액 비중 21%), 2021년 1615억원(13.4%), 2022년 3분기 누적 1222억원(12.5%)에 달한다.
랩스커버리 첫 작품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다. 호중구감소증은 백혈구 내 비정상적으로 감소한 현상으로 희귀질환에 속한다. 8조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한 롤론티스는 지난해 미국(제품명 롤베돈)과 한국에서 품목허가를 받았다. 美 유통사 스펙트럼은 롤론티스 매출을 올해 1억 달러(약 1313억원), 2026년 4억1300만 달러(약 5423억원)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한미약품은 적응증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데, 성공하면 롤론티스는 매출 3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 파이프라인이 미국과 유럽, 한국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은 건수는 20건에 달한다. 이영미 한미약품 글로벌 R&D 혁신 총괄은 “단장증후군 치료제(HM15912),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치료제(HM15136),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HM43239)가 임상 2상 단계”라며 높은 기대를 보였다.
특히 단장증후군 치료제는 세계 최초 한달 1회 투여 제품으로 매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유일하게 출시된 가텍스주(다케다)가 1일 1회 주사 형태인 것에 비해 편의성에서 우위를 갖는다. HM15912가 상용화되면 가텍스주를 제치고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단장증후군 치료제 시장 규모는 연평균 19.18% 성장해 2026년 24억7611만 달러(약 3조242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그래픽=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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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라제 성공 경험, 녹십자표 블록버스터 목표GC
녹십자(006280)도 희귀의약품 개발을 통해 블록버스터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희귀의약품 분야에서의 상용화는 한미약품보다 훨씬 빠르다. 지난 2012년 세계 두 번째로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를 개발해 국내 시장을 선점(80%)했다. 헌터라제는 현재 한국 포함 러시아, 브라질 터키 등 14개국에서 처방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국내 약 244억원, 해외 약 560억원 등 약 700억원대로 집계된다.
회사는 독자개발 외에도 최근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확대하는 등 희귀의약품 개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재 희귀의약품 파이프라인은 6개에 달한다. GC녹십자 관계자는 “희귀의약품 시장의 특수성이 있다. 퍼스트인 클래스 약물 개발이 가능하고 국가별 지원책으로 빠른 상용화가 가능하다”며 “2022년 기준 전체 R&D 투자는 약 1373억원인데, 이 중 60%를 희귀질환 중심 혁신 신약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지난해 美 미럼사로부터 희귀간질환 신약 ‘리브말리(성분명 마리릭시뱃)’를 도입했다. 배출돼야 할 담즙이 간에 축적되는 질환으로 관련해 3개의 적응증을 대상으로 한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리브말리는 최근 미국과 국내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약가 협상 중이라 리브말리 예상 가격대를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 매출 목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추정은 가능하다. 리브말리는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로 연 치료비가 약 40만 달러(약 5억원)에 달한다. 국내 환자수는 100명을 넘는 수준으로, 회사는 리브말리 출시로 약 500억원이 넘는 신규 매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GC녹십자는 이 외 미국 스페라젠과 숙신알데히드 탈수소효소 결핍증(SSADHD) 치료제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희귀의약품 개발 전문 바이오벤처 노벨파마로부터 도입한 산필로포증후군 A형 치료제가 FDA로부터 희귀소아질환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