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국내 1위 의약품유통기업 지오영이 백제 약품 일부 지분 인수와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덩치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지오영이 의약품유통시장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의약품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지오영의 최대주주가 사모투자펀드(PEF)인 만큼 주식 상장을 위한 포석 차원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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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위 의약품유통기업 지분 인수 검토17일 의약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지오영은 국내 2위 의약품유통기업인 백제약품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은 김동구 백제약품 명예회장이 보유 중인 일부 지분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지오영이 백제약품의 지분을 인수하면 주요 주주로 올라서 백제약품의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시너지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오영은 사업 다각화에도 나서며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오영은 지난달부터 다국적제약사인 한국유씨비제약의 알레르기질환 치료제 ‘지르텍 10정’의 공급과 영업·마케팅을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르텍은 국내에서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130여개 제네릭 의약품이 출시돼 있는 국내 항히스타민제 시장에서 5년 연속 판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르텍 공급은 국내 의약품유통업체 중 다국적 제약사와 의약품 공동마케팅을 시작한 첫 사례로 의약품유통기업이 직접 마케팅을 추진하는 것은 전례가 없었다.
지르텍은 지난달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공급실적 21만5988개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지오영은 기존 주력 사업인 의약품 유통 외에 광고마케팅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오영은 대중광고 제작 등의 마케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의약품 광고시장 규모는 약 4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지오영은 임상용 의약품 유통으로 사업 범위도 넓힌다. 해외에서는 이미 신약 개발 과정에서 의약품 전문유통기업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는 등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의약품을 다루는 전망성에 대한 인식과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지오영은 기존 질환의 치료는 물론 신약의 연구개발 영역까지 의약품 유통의 역할을 적극 확대할 방침이다. 지오영은 국내 최대 규모의 의약품유통 공급망을 적극 활용한다. 지오영은 의약품분업이 시행된 2000년부터 국내 최초로 약국 하루 2회 배송을 통해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약국과 병원에 배송하고 있다. 배송차량은 지난해 기준 470여대에 달한다.
지오영은 기업가치 증대를 위해 ‘볼트 온 인수합병(Bolt-on M&A, 동종 또는 연관업계 기업을 인수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인수합병 방식)도 실시했다. 지오영은 2021년 방사성 의약품 1위 듀켐바이오를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오영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지오영의 2021년 매출과 영업이익(감사보고서 기준)은 각각 2조4500억원, 559억원으로 전년(2조7374억원, 504억원) 대비 매출은 다소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10.9%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꾸준히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6년 217억원 △2017년 319억원 △2018년 354억원 △2019년 404억원 △2020년 504억원 △2021년 559억원 등으로 상승했다.
블랙스톤, 국내 단독 투자 기업 엑시트 실적 전무업계 일각에서는 지오영이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있는 것은 주식 상장을 위한 포석 차원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지오영의 최대주주는 조선혜지와이홀딩스(지분 99.17% 보유, 2021년 기준)다. 세부적으로 조선혜지와이홀딩스는 사모투자펀드인 블랙스톤이 약 70%, 지오영 공동창업자 조선혜 회장과 이희구 명예회장이 각각 23%, 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블랙스톤은 2019년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 46%를 약 1조1000억원에 인수한 뒤 꾸준히 보유 지분을 늘렸다. 블랙스톤이 지오영의 지분을 인수할 당시 기업 가치를 매입 가격의 두 배 이상인 약 2조4000억원으로 평가하는 등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블랙스톤이 국내 기업 중 조단위 규모로 투자한 곳도 지오영이 처음이다.
지오영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은 지분 인수 5년 차에 접어든 최대주주 블랙스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실제 블랙스톤이 지오영을 인수할 당시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향후 투자금 회수 최우선 순위로 주식 상장을 꼽았다.
앞서 블랙스톤이 2015년 지분 30%를 인수해 2대주주 자리에 올랐던 국내 명품 핸드백 위탁생산(ODM)기업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의 주식 상장을 2021년에 추진했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당시 블랙스톤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유일하게 구주 매출(보유 지분 중 70%)에 나섰다. 하지만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은 예상보다 부진한 수요 예측 등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블랙스톤이 지오영과 시몬느엑세서리컬렉션 등 단독으로 투자한 국내 기업 중 아직 투자금 회수 성과가 아직 없다는 점도 공격적인 행보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블랙스톤은 지난해 4월 한국법인 철수 8년 만에 다시 한국법인을 설립하며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점들에 비춰봤을 때 지오영에 대한 투자금 회수 시기가 머지 않았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블랙스톤이 국내 단독 투자 기업에 대한 투자금 회수 성과가 아직 없다는 점에서 국내 첫 조단위 금액을 투자한 지오영에 대한 투자금 회수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