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미국 인터셉트 바이오파마(인터셉트)가 보유한 ‘오칼리바’(성분명 오베틱콜릭산)의 두 번째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적응증 확대 도전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자문위)가 부작용 이슈 등을 이유로 해당 약물의 허가 심사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관련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친 미국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즈(마드리갈)에 시선이 쏠린다. 최근 국내
한미약품(128940)과
동아에스티(170900) 등 2곳의 제약사 자체 발굴한 후보물질의 NASH 임상 2상에 진입해 관련 시장 개척을 시도하고 있다.
| 미국 인터셉트 바이오파마가 자사의 원발성 담관염 치료제 ‘오칼리바’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적응증 확대를 위해 재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가 이에 반대하고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성분명 오베틱콜릭산)(제공=FD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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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H는 알코올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염증 동반 지방간질환으로, 심할 경우 간경변이나 간암 등으로 진행된다. 인슐린 저항성이나 지질대사 염증 관련 면역 작용, 섬유화 등 여러 생체 반응이 NASH 발병에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NASH 치료제로 승인받은 약물은 전무하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57개 기업이 70여 개의 NASH 신약 후보 물질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물질들의 임상 결과에 따라 2030년경 글로벌 NASH 치료제 시장이 20~30조원 규모로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오칼리바 NASH 적응증 획득 불투명...‘마드리갈’ 행보 주목지난 19일(현지시간) FDA 자문위는 NASH로 인한 간경변 전 섬유증 치료 적응증 확대 관련 오칼리바의 가속 승인 심사 건에 대한 반대 권고 결정을 공표했다. 내달 22일로 예정된 해당 허가 심사 기한이 연기되거나 반려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번 결정에 따르면 투표 자격이 있는 16명의 FDA 자문위 위원 중 15명이 “오칼리바의 추가 임상 3상 결과를 더 지켜봐야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셉트의 오칼리바는 2016년 미국에서 원발성 담관염(혹은 간경변) 치료제로 승인된 약물로, 당과 지질 대사에 관여하는 ‘파네소이드 X수용체’ 작용제로 알려졌다. 회사는 지난 2020년에도 오칼리바의 NASH 적응증 획득을 위해 FDA에 허가 심사를 신청했다고 실패했다.
인터셉트는 지난해 11월 오칼리바의 NASH 관련 리제네레이트 추가 임상 3상 중간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당시 1차 평가 지표인 ‘섬유증 악화 없이 1단계 개선’ 효과를 확인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적응증 확대를 재시도했다. 하지만 FDA 자문위는 해당 추가 임상 3상의 최종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의견이다.
NASH 신약 개발 업계 관계자는 “오칼리바는 2021년 간 독성 부작용이 제기돼 극히 일부 조건을 만족하는 환자에게만 사용하도록 제한이 걸렸다”며 “NASH 적응증 확장을 위한 리제네레이트 임상 3상의 중간 결과에서도 이런 간 독성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가 없었다. 사실상 가속승인을 위한 인터셉트와 FDA 측의 추가 논의 과정에서도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칼리바의 리제네레이트 임상 3상은 2025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그 최종 분석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제 업계의 시선은 주요 경쟁물질인 마드리갈의 ‘레스메티롬’(개발코드명 MGL-3196)에 쏠리고 있다.
레스메티룸은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 β의 선택적 작용제로 간 내 지방 축적을 막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드리갈은 지난해 12월 레스메티롬의 임상 3상에서 자사 약물 투약군의 약 30%가 NASH 증상 악화가 관찰되지 않았고, 간 섬유증 정도를 1단계 이상 개선한 것이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허헤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11일 ‘만성 염증 심포지엄 2023’에서 “마드리갈이 올 상반기 중 NASH 신약 후보의 가속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며 “시판 허가 시 2028년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도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가 자사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NASH 적응증 확장을 위한 임상 2상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오젬픽 관련 NASH 임상 2상에서 간섬유화를 개선하지 못한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한미·동아, NASH 후보 글로벌 임상 2상 진행 국내에서는 한미약품과 동아에스티 등 글로벌 임상 2상에 진입한 NASH 신약 후보물질을 자체 발굴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5일 한미약품은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DMC)로부터 미국과 한국 등에서 진행 중인 자사의 NASH 신약 후보물질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개발명 HM15211)의 임상 2상에 대해 기존 계획대로 진행해도 된다는 권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는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GCG와 인슐린 분비와 식욕 억제를 돕는 GLP-1. 항염증과 관련한 GIP 등의 수용체에 삼중작용제다. 회사 관계자는 “IDMC의 이번 권고는 유효성을 평가한 중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다”며 “글로벌 신약으로서의 잠재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3일 동아에스티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가 개발 중인 ‘DA-1241’의 미국 내 NASH 임상 2상을 FDA가 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은 해당 임상을 올 3분기 내 개시해 내년 하반기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LG화학의 ‘LG203003 및 LG303174’ △유한양행 ‘YH25724’ △일동제약 ‘ID119031166M’ 등도 미국 또는 유럽에서 글로벌 NASH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삼일제약과 종근당 등은 각각 이스라엘 갈메드 파마슈티컬스의 ‘아람콜’(글로벌 임상 3상)과 캔파이트 바이오파마의 ‘나모데노손’(글로벌 임상 2상) 등의 국내 판권을 기술도입하기도 했다.
NASH 신약 개발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당과 지질 관련 대사에 작용하는 기전을 가진 약물들이 다른 대사 부작용 없이 간섬유화를 개선하는 효능까지 갖추는 것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며 “NASH 신약 후보물질들의 임상 2~3상의 후기 성과들이 나오는 2025년을 전후가 되면, 유력한 후보물질이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