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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크부터 코오롱티슈진까지...약물의 새로운 적응증을 찾아라
  • 머크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폐암에서 전이성 신장암까지 적용 승인
  • 코오롱티슈진 인보사도 미국서 무릎에서 고관절로 임상 연구 확대
  • 신약 개발 기간과 비용 모두 크게 낮출 수 있어
  • 전문가 “넓은 생체 기전의 작용하는 물질 발굴하면 다양한 적응증에 관여 가능”
  • 등록 2021-12-07 오전 8:33:57
  • 수정 2021-12-07 오전 8:33:57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최근 미국 제약사 머크(MSD)는 미국에서 자사 항암제의 적응증을 확대해 새 시장을 열었다. 코오롱티슈진(950160)은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던 무릎관절염 치료제를 골관절염까지 확대 적용하기 위한 임상 2상을 진행하게 됐다.

국내외 제약사가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된 기존 약물로 새 시장을 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적응증을 넓혀 새로운 시장을 향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을 약물 재창출이라고 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 부터 신세포암까지 적응증을 넓히도록 승인받은 미국 제약사 머크(MSD)의 키트루다(왼쪽)와 최근 FDA로부터 무름 골관절염에서 고관절 골관절염으로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 2상을 승인 받은 인보사(오른쪽, 미국 프로젝트명 TG-C). (제공=머크, 코오롱티슈진)


적응증 확대 연구 왜?...개발 기간, 비용 단축 등 두 마리 토끼 잡아

후보물질 발굴부터, 전임상, 임상 후 승인까지 전통적인 신약 개발 과정을 거치려면 최소 10여 년에 걸쳐 2~3조 원이 든다고 알려졌다. 이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많은 제약사가 자사 약물의 적응증을 확대시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머크의 블록버스터급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폐암 등에서 신세포암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신세포암은 신장에서 생기는 악성종양으로 30%가 전이성 암으로 발전한다. 이어 지난 3일에는 국내 제약사인 코오롱티슈진(950160)이 무릎 골관절염 관련 세포 유전자 치료제로 개발한 인보사(미국 프로젝트명 TG-C)’를 골반(척주와 다리 사이에 있는 뼈)과 대퇴골(허벅지 뼈)을 잇는 고관절 골관절염 치료에도 쓸 수 있도록 적응증을 확대하는 임상 2상 연구계획서를 FDA로부터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적응증 확대 연구를 통해 이들 두 회사가 신약 개발 개발 기간과 비용 등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20년 9월 내놓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 국내·외 현황과 과제’ 보고서 따르면 전통적인 신약 개발은 최소 10여 년의 기간이 필요하며, 개발비용은 약 2~3조에 달한다. 신약 개발을 위해 5000~1만 개 후보물질에서 10~250여 개의 전임상용 물질을 추리는데 평균 5년, 전임상에 2년, 임상 1상~3상까지 진행하는데 6년, 판매 허가를 받는 데 다시 2년이 걸리는 식이다.

키트루다는 2014년 FDA로부터 흑색종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다음, 전 세계에서 수십 가지 암종에 대한 임상을 동시에 진행해왔다. 그 결과 올해 FDA로부터 신세포암에 대한 허가까지 받아 냈다. 이 약물은 국내에서 2015년 흑색종 2차 치료제로 첫 허가를 받은 뒤 신세포암, 방광암 등 11개 암종으로 적응증을 꾸준히 확장해 온 바 있다. 업계에서는 머크가 적응증 확대 연구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신약 개발기간을 최소 8~10년 이상, 신약 개발 비용은 최소 20~30% 이상 줄이는데 성공했다는 평가하고 있다.

인보사의 적응증 확대와 관련한 FDA의 결정에 대해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인보사는 개발 초기부터 비슷한 계열의 질병인 고관절염이나 퇴행성 척추 디스크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근거를 축적해 왔다”며 “미국에서 임상 1상 없이 2상을 바로 진행하게 되면서 개발 속도를 앞당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암이나 염증 질환 관련 약물에서 적응증 확대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내 생명공학계 한 연구자는 “암세포가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회피하는 기전이 다른 암에서도 발견되고 염증 질환과 관련해 널리 나타나는 신호물질도 관련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때가 많다”며 “국내외 회사들이 암 또는 염증 관련 적응증을 확대하는 것이 비교적 용이한 이유”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신약 개발 단계별 소요되는 기간으로 최소 10여년이 소모된다.(제공=-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항암제에서 치매 신약으로, “적응증 확대 가능성은 열려있어”

최근 국내에서 한 가지 항암제를 4가지 암 질환에 적응시키려는 신약 개발 시도부터 항암제를 알츠하이머(치매) 치료제로 확대하려는 시도까지 다양한 연구가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제넥신(095700)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자사의 GX-17(성분명 에피넵타킨 알파)과 스위스 제약사 로슈의 표적항암제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을 악성 뇌종양인 재발성 교모세포종의 환자에게 병용 투여하는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제넥신은 2017년부터 GX-I7을 이용해 고위험 피부암, 삼중음성유방암, 비소세포폐암 등의 임상을 동시에 진행해 왔다. 이번에 교모세포종까지 포함되면서 4가지 적응증에 대한 신약 임상 연구를 동시에 시행하게 됐다.

또 젬벡스앤카엘은 췌장암 면역항암제로 출시한 ‘GV1001’을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임상 3상 진행)와 알츠하이머 치료제(임상 2상 진행)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한 임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젬벡스앤카엘 관계자는 “GV1001이라는 후보물질이 우리 몸 전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항염증, 항산화 작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전립선이나 알츠하이머 관련 문제에서도 충분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 중이며, 개발 완수를 위해 노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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