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뗀 지 2년 만에 복귀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시간은 2년이다. 바이오업계에선 돌아온 서 명예회장이 셀트리온그룹에서 무슨 일을 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 (사진=셀트리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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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그룹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068270),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셀트리온제약(068760) 등은 3일 이사회를 열어 서 명예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서 명예회장은 오는 28일 열리는 3사의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동 이사회 의장에 오르게 된다. 임기는 2년이다.
서 명예회장이 이번에 복귀한 데에는 회사 경영에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 명예회장은 2021년 3월 은퇴하면서 회사 경영에 급격한 변화가 생길 경우 구원투수로 돌아오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셀트리온그룹 측도 “최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셀트리온그룹의 현 경영진이 창업주인 서 명예회장의 한시적 경영 복귀를 강력히 요청했다”며 “서 명예회장의 리더십이 셀트리온그룹의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 명예회장이 풀어갈 현안은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손꼽히는 과제는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3사 합병이다. 3사 합병은 2020년 1월부터 거론됐던 셀트리온그룹의 숙원 중 하나다.
그러나 ‘신속히 추진하겠다’던 3사 합병은 아직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진 탓이 컸지만 회사 내부의 추진력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게 업계 진단이다. 지난해 3월 증권선물위원회가 분식회계 혐의에 고의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후에도 회사 측은 ‘내부 검토를 지속 중’이라는 입장만 유지했었다.
3사 합병이 이뤄질 경우 시가총액 32조8010억원(3일 기준)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10위로 도약하게 된다. 다만 이는 3사의 시총을 단순 합산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도 이러한 시총이 될지 장담하긴 어렵다. 시장에서는 3사 합병 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간 거래로 인해 발생했던 중복 매출이 사라지면서 합산 시총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현재 셀트리온의 매출 중 70% 이상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바이오의약품 판매·용역 매출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매출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76.4%, 2020년 80.1%, 2021년 70.1%으로 집계됐다. 이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 제품의 독점 글로벌 판매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현재까지는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물량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매출이 인식되고 있다.
또한 각 회사별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상이하기 때문에 이를 설득하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3사 합병은 주주총회에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다.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소액주주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각각 67.49%, 55.5%, 45.07%에 달한다. 반대가 극심할 경우 반대주주 주식 매수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그룹의 신성장동력인 신약 개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은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마이크로바이옴 등의 분야에 기술 투자를 지속하고 기술도입 계약 규모를 확대해 바이오신약 개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2024년부터 매년 1개 이상의 항체 신약 임상 개시를 목표로 항체 신약도 자체 개발 중이다. 신약 개발 사업을 위한 인수합병(M&A)도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신약개발사로의 체질 전환은 본업인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수익성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인 2조2840억원을 기록했음에도 영업이익은 6472억원으로 13.03% 줄어들었다. 램시마IV(정맥주사 제형)의 매출 비중이 증가한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는 발목을 잡았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램시마IV의 매출 비중 증가로 인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이 직접 경영에 나서면서 얼마나 주가를 끌어올릴지도 관전포인트다. 소액주주들로서는 서 회장이 주가를 얼마나 회복시킬 수 있을지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서 회장이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셀트리온의 주가는 고공행진했지만, 2021년부터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강성주주로 꼽히던 소액주주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셀트리온의 3일 종가는 15만600원으로 2020년 12월 7일 사상 최고가(37만4620원)에 비하면 59.8% 떨어진 상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서정진 명예회장 특유의 카리스마로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했기 때문에 직접 경영 일선으로 복귀한 것 아니겠나”라며 “아무래도 3사 합병 작업을 본격화하는 문제가 우선순위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액주주들은 서 명예회장이 복귀하면서 주가를 얼마나 끌어올릴지에 가장 관심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
△1957년 충청북도 청주 출생
△1990년 건국대학교 산업대학원 산업공학 석사
△1986~1991년 한국생산성본부 전문위원
△1992~1999년 대우자동차 상임고문
△2002~2021년 셀트리온그룹 회장
△2021년~현재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