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이종장기 이식 연구의 경우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R&D)가 듭니다. 1차적으로는 민간기업이 이를 부담하는 것이 맞지만 국내 기업들이 개발에 앞서 나가면 전세계에 기술수출도 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 투자가 절실합니다.”
| 옵티팜 중앙실험실의 모습 (제공=옵티팜) |
|
김현일 옵티팜 대표는 지난 26일 이데일리와 줌(zoom)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부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옵티팜은 연간 36억원의 R&D 비용을 인체사업에 투자한다. 보유 중인 200억원가량의 공모자금을 내년까지 인체 사업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지만 공모자금이 고갈되면 또 다시 자본금 확충을 위해 나서야 한다.
그래도 지난 2020년 첨단재생바이오법(첨생법)이 시행된 뒤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이전에는 줄기세포,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이종장기 이식이 다 불법이었지만 첨생법 시행 이후 합법이 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이른 시일 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임상 진행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장류에 대한 전임상실험의 경우 몇 마리의 원숭이에 어떻게 실험을 해야 그 데이터를 인정할 것인지 등 실험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종간 장기이식 이슈를 언급하면 빼 놓지 않고 언급되는 윤리적 문제도 옵티팜이 맞닥뜨린 과제다. 특히 한국은 관련 논의가 미진해 추후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이 진행될 때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동물복지나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돼지를 사람의 장기제공처로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반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옵티팜 연구원이 메디피그를 돌보는 모습 (제공=옵티팜) |
|
김 대표도 이 같은 고민이 타당하며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당장 기업입장에서 할 수 있는 동물복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김 대표는 “최소한 동물들이, 돼지들이 고통받지 않고 불안하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이식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준비하고 배려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생성이 있는 돼지들과 작업자들 사이에 유대감이나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어미돼지가 작업자 앞에서 새끼돼지에게 젖을 물리지 않는다”며 형질전환돼지들과 작업자들이 함께 있는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커진 이종간 감염병에 대한 공포심 역시 옵티팜을 비롯한 이종장기 이식 연구 기업 앞에 놓인 문제다. 김 대표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때 140여가지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해 추적관리함으로써 품질관리가 확실한 돼지만 활용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며 “이종간 장기이식을 할 때는 감염학자들이 고안해낸 모든 안전절차를 거쳐 우려하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감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