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미리 기자] “글로벌 바이오 섹터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수준은 전체와 비교했을 때 낮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고요.”
|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사진=이데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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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반 ESG 평가회사 지속가능발전소의 윤덕찬 대표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의 ESG 현황’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작년부터 이상기후, 코로나19 등으로 ESG 경영이 전 세계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등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만들거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속도를 내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지속가능발전소 후즈굿에 따르면 국내 전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ESG 평가점수는 36.17점이다. 소재 42.02점, 상업 및 전문서비스 41.83점, 에너지 40.66점 등 40점 전후에 분포한 다른 업종들보다 점수가 낮다. 윤 대표는 “ESG 성과를 비롯해 평판·운영 효율성·법적 안정성 등 ESG 리스크 관리 수준이 높지 않다”며 “절대평가에 의하면 모든 산업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 (자료 제공=지속가능발전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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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표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은 현재 △환경에서 기후변화 대응, 화학물질 관리 △사회에서 인권, 장기적 지역사회 발전 기여, 소비자 보호 △지배구조에서 이사회의 독립성, 도덕성·윤리준수 부문의 성과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작년 제약·바이오 업계 사건사고 기사의 64%를 차지한 ‘지배구조’에서의 취약점이 두드러진다는 전언이다.
그는 “글로벌 바이오사들은 약가 관련한 논란이 가장 빈번한 리스크였던 데 비해 국내는 도덕성(지배구조) 등 기타 이슈에 대한 리스크가 많았다”고 했다. 그 결과 작년 국내에서는
메디톡스(086900),
대웅제약(069620),
신라젠(215600),
코오롱티슈진(950160),
코오롱생명과학(102940),
셀트리온(068270) 등이 ESG 리스크가 높은 회사로 꼽혔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보툴리늄 균주 소송이 발목을 잡았다. 신라젠은 임원의 업무상 배임,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 허위자료 제출에 따른 임원 구속, 셀트리온은 높은 내부거래가 문제였다. 모두 지배구조 관련이다.
윤 대표는 구조적인 특성을 감안할 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ESG 경영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코스피 바이오사는 시장가치의 52%, 코스닥은 90% 이상이 무형자산으로 ESG 리스크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높은 구조”라며 “ESG 리스크가 기업가치에 직접 악영향을 미치고 기업 생존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불치병 치료, 보건위기 대응, 기아종식 등 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UNSDG)가 지속가능성장을 위해 설정한 목표 17개 중 제약·바이오 산업의 몫이 11개에 달하는 점도 이들의 ESG 경영이 시급한 요인 중 하나다. 윤 대표는 “UNSDG가 바이오 산업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바이오사들에는 이러한 목표에 기여하는 게 ESG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각사별로 자사의 ESG 리스크를 식별하고 리스크를 줄이는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며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UNSDG와 파리기후협정 목표가 있는데 이에 맞게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실천도 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