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비보존 제약(082800)이 2022년도 감사보고서에서 적정 의견을 받았지만 자본잠식 상태에 접어들었다. 적자를 줄이거나 자금조달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비보존 제약의 2022년도 사업보고서. 지난해 기준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어 자본잠식에 돌입했다.(자료= 금융감독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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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비보존제약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본총계는 1058억원, 자본금은 1170억원으로, 자본잠식에 돌입했다. 자본잠식은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로, 적자가 쌓이면서 기업이 원래 갖고 있던 자기자본이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적신호가 켜졌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비보존 제약 자본잠식률은 10%대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년 연속 자본잠식률 50% 이상을 기록한 코스닥 상장사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비보존 제약의 자본잠식 발생은 부진한 본업 외에도 관계기업 투자주식 취득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비보존 제약은 투자 활동으로 관계기업에 606억원을 투자했다. 비보존 제약은 지난해 3월 이두현 비보존그룹 회장이 보유한 비보존의 보통주 446만827주를 602억원에 취득, 지분율 23.9%를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전환사채(CB) 조기 상환 영향도 있다. 비보존 제약은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사채권자가 7차례 행사한 풋옵션(조기상환 청구)을 상환하기 위해 현금 약 238억원을 썼다.
이에 따른 비보존 제약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24억원으로 전년(138억원)대비 82.6% 감소했다. 단기금융상품(116억원)과 단기투자자산(124억원)을 합친 현금성자산은 264억원으로, 전년(641억원)에 비하면 58.8% 줄었다. 결손금 규모도 마이너스(-)2170억원에서 지난해 마이너스(-)2550억원으로 380억원 가량 늘었다. 회사는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현금 33억원이 유출됐고 투자활동으로 345억원을 지출했다. 재무활동으로는 236억원이 유입됐다. 이에 따라 현금 114억원이 감소했다. 그간 계속된 적자 기조에 지난해 공격적 투자활동으로 결손금이 쌓이면서 자본이 잠식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본금보다 자본총계 규모를 늘리거나 영업활동으로 이익을 내 이익잉여금을 늘리면 된다. 혹은 유상증자 등을 통해 투자를 받아 자본잉여금을 늘리거나 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감자는 주식 금액이나 주식 수의 감면을 통해 자본금을 주식을 줄이는 것으로, 주주 입장에서는 일정 감자 비율 만큼 주식 수를 잃게 돼 통상적으로 악재로 해석된다.
수익 창출과 관련해 비보존 제약이 영업활동으로 당장 흑자를 낼 가능성은 높지 않은 국면으로 분석된다. 실제 비보존 제약은 2017년부터 연결 기준 6년 째 영업적자를 내면서 영업활동만으로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영업손실 규모도 커지고 있다. 2020년 -79억원, 2021년 -179억원, 지난해 -185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폭이 확대됐다.
당장 비보존 제약 본업인 LED 사업 매출액은 2019년 44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98%를 차지했지만 2020년 282억원(64.6%), 2021년 83억원(14.8%), 지난해 56억원(9.5%) 순으로 급감했다. 제약 사업 매출의 경우 2020년 620억원, 2021년 471억원, 지난해 516억원으로 최근 3년 간 정체 상태다. 같은 기간 화장품 사업 매출은 23억원, 22억원, 19억원 순으로 꾸준히 감소세다.
회사가 최근 품목허가 신청 계획을 밝힌 비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 승인부터 제품 생산, 매출 발생 과정들이 모두 올해 안으로 이뤄질 것으로 낙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결국 본업 개선 외에 자본잠식을 벗어나려면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감자나, 유상증자 또는 CB 발행 등을 통한 외부 자금 수혈이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비보존 제약 측은 수익성 개선 방안을 묻는 이데일리 질문에 “외부 자금 조달 계획 등은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도 수익성 개선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비보존 제약은 내부회계관리제도에서 ‘비적정’ 의견을 받았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업의 재무제표 신뢰성에 대한 합리적인 확신을 줄 수 있도록 만든 내부회계관리규정과 이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내부회계관리제도에서 비적정을 받는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 주의가 필요하다.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언제든 횡령사고가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