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케어젠(214370)의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 후보물질 ‘CG-P5’ 임상 1상 디자인이 업계 눈길을 끌고 있다. 1상에서부터 유효성을 검증하고 경쟁 약물과 직접 비교하는 ‘헤드-투-헤드’(head-to-head) 임상을 진행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 정용지 케어젠 대표.(자료= 케어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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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업계에 따르면 케어젠이 지난 2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결과는 다음달 23일쯤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케어젠은 지난 26일 FDA에 합성 펩타이드를 기반으로 한 점안액 타입의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 후보물질 IND를 제출했다.
이번 임상 1상에서는 습성 황반변성 환자를 대상으로 위약 비교를 통해 안전성을 평가하고, 대조 약물인 아일리아와 비교해 비열등성과 유효성을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적정 용량을 찾기 위해 진행되는 용량테스트(dosage finding)도 생략하기로 했다.
통상 임상1상은 약물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단계인 만큼 정상인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케어젠은 임상 1상에서부터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아일리아와 약물 유효성을 직접 비교하는 임상을 하는 것이다. 아일리아는 리제네론이 개발한 황반변성 치료제로, 지난해 전 세계 매출 96억달러(약 12조 6000억원)를 기록한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경쟁약물과 헤드-투-헤드 임상은 3상에서도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임상 디자인이 가능한 건 전임상 결과가 상당히 긍정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회사 측은 전임상 결과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공개한 IR 자료를 보면 CG-P5 투여군의 맥락막 혈관신생혈관(CNV) 발생 정도나, 혈관 누출(leakage) 정도가 위약보단 우월했고 아일리아 투여군과는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정용지 케어젠 대표는 “동물시험 결과 아일리아 투여군을 대조군으로 했더니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FDA가 사전미팅(Pre-ind) 당시 먼저 아일리아 투여군과 비교해보라고 권유해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습성 황반변성은 황반에 신생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는 것이 주된 발병 원인이다. 신생 혈관은 약하고 터지기 쉽기 때문에 혈장 성분이 새어 나와 황반에 물이 차 시력이 저하되고 악화될 경우 실명에 이른다.
‘파격’에 가까운 디자인으로 설계된 임상 1상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전체적인 임상 기간은 대폭 단축될 전망이다. 일단 적정 투여 용량을 찾은 만큼 용량테스트 절차가 생략됐다. 통상 용량테스트에 걸리는 기간은 6개월 정도다. 또 케어젠은 임상 1상에서 긍정적 데이터를 확인하면 2상부터 적응증 확대 임상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건성 황반변성과 당뇨병성 망막병증 등으로 적응증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케어젠은 임상 1상 중간 결과는 내년 상반기, 임상1상 종료 시점은 내년 말로 전망하고 있다.
케어젠은 임상1상 결과에 따라 혁신 치료제 지정(BTD) 신청도 고려 중이다. 혁신치료제로 지정되면 가속 승인이나 조건부 사용 허가 등으로 개발속도를 높일 수 있다. 상용화까지 걸리는 기간이 기존 3~4년에서 더 단축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점안액이라는 약물 제형 또한 강점으로 평가된다. 현재 출시된 황반변성 치료제들은 모두 주사제 형태이며, 점안액 형태 중 상용화된 제품은 아직 없다.
대표적인 황반변성 치료제인 아일리아는 2022년 글로벌 매출 약 77억5000만 달러(약 10조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또 다른 황반변성 치료제인 루센티스(라니비주맙)는 약 18억7000만달러(약 2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케어젠은 아일리아와 루센티스의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상용화된다면 대량 생산이 가능해 가격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케어젠은 CG-P5가 기존 주사제 형태 치료제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케어젠 관계자는 “합성 펩타이드는 대량 생산해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어 기존 주사제보다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다”며 “주사제는 투약 후 감염 등의 위험으로 곧바로 일상생활이 어렵지만 점안제 형태는 곧바로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이러한 편의성에다, 약효도 증명되면 기존 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오는 2028년까지 미국, 유럽 주요 5개국, 일본, 중국, 호주 등의 습성 황반변성 시장 규모는 2018년 대비 2배 가량인 187억달러(약 24조원)에 이를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8.1%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