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자신이나 가족의 질환 또는 투자 등 목적은 다를 수 있다. 제약바이오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법한 전 세계 블록버스터 약물을 2020년 기준 매출이 높은 순으로 소개한다. 약의 탄생과정부터 그 특징, 비슷한 계열의 경쟁 약물까지 두루 살펴본다.
이번에는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길리어드)의 경구용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젠보야’(성분명 엘비테그라비르·코비시스타트·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이다. 2020년 기준 글로벌 시장 매출액은 약 33억 달러(당시 한화 약 3조8940억원)로 전체 의약품 중 매출 30위를 기록한 블록버스터다.
| (제공=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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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를 유발한다. 이 바이러스는 T세포를 파괴해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HIV를 치료하기 위해 여러 항바이러스제 성분을 병용하거나 이를 복합제로 개발했다.
젠보야는 엘비테그라비르, 코비시스타트, 엠트리시타빈,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 등 네 가지 성분의 단일정 복합제다. 엘비테그라비르는 HIV의 유전물질인 리보핵산(RNA)을 숙주세포의 디옥시리보핵산(DNA)에 끼워 넣는 통합효소 ‘인테그레이스’를 억제하는 물질이다. 또 코비시스타트는 간과 내장에서 발견되는 CYP3A 계열의 효소들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엘비테그라비르의 효과를 증대시키는 물질이다.
길리어드가 2004년에 개발한 엠트리시타빈은 바이러스의 역전사효소 억제제로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한 사람에게는 심각한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한 물질이다.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는 역시 역전사효소 억제제이며, 림프구 내로 흡수된 HIV에 특히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일 1회 경구형 HIV 치료제로 ‘젠보야’의 판매를 승인했다. 유럽의약품청(EMA)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각각 2015년과 2016년에 성인 HIV치료제로 젠보야를 승인했다.
젠보야의 경쟁약물인 ‘빅타비’(성분명 빅테그라비르·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 역시 길리어드가 개발했다. 빅타비는 젠보야의 엘비테그라비르와 코비시스타드 조합 대신 2016년에 새로 개발한 빅테그라비르로 넣은 약물이다.
길리어드 측은 빅타비가 매우 강력하게 인테그레이스를 억제하며 반감기도 17시간으로 길고, HIV의 내성이 발생할 확률도 낮다고 평가했다. 빅타비는 FDA와 EMA로부터 2017년, 식약처로부터 2019년에 각각 HIV 치료제로 승인됐다.
이 같은 효과에 힘입어 시장 진입 후 빅타비가 젠보야의 점유율을 대부분 가져가게 됐다. 실제로 빅타비는 2020년 글로벌 시장 매출액이 72억6000만 달러(한화 약 8조7000억원)으로 전체 의약품 중 매출 9위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주사형 HIV치료제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GSK와 미국 얀센이 공동개발한 주사형 HIV치료제 ‘카베누바’(성분명 카보테그라비르·릴피비린) FDA와 식약처 등으로부터 각각 2021년과 올해 판매 승인을 획득했다. 카베누바는 2달 간격으로 주사하는 약물로 편의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