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고셔병 치료제 ‘애브서틴’(성분명 이미글루세라제)으로 지난해 수출 비중을 전체 매출의 57%까지 끌어올린
이수앱지스(086890)가 올해는 파브리병 치료제 ‘파바갈’(성분명 아갈시다제베타)로 또 한번 자사 매출 신기록에 도전한다. 러시아에서 진행한 파바갈과 사노피 젠자임의 ‘파브라자임’ 간 비교임상 1상이 최근 종료됐는데, 이 임상 결과를 토대로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에 판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 박상호 이수앱지스 사업본부장(전무) (사진=이수앱지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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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바갈, 4개월만 露1상 종료…“수출 투트랙으로”지난 4일 경기 판교 이수앱지스 본사에서 만난 박상호 사업본부장(전무)은 “애브서틴이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에 들어가는 걸 보고 다른 업체들에서는 애브서틴은 놓쳤으니 파바갈이라도 가져가겠다는 러브콜이 나오고 있다”며 “러시아에서는 이르면 3분기 중 수출 개시가 예상되고 추후 CIS로도 수출할 예정이며 중동지역으로도 순조롭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21년 알제리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애브서틴은 알제리 중앙병원약제국(PCH) 입찰을 시작으로 MENA 지역으로 성공리에 세를 넓혀가고 있다. 현지에서 이수앱지스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애브서틴 효과’가 회사의 다른 의약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박 본부장의 설명이다.
애브서틴의 경우 수년전부터 수출되고 있었지만 파바갈은 지난해부터 해외 진출이 개시됐다. 지난해 러시아 페트로박스에 파바갈의 러시아 및 CIS 지역 판권을 이전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3월 파브라자임과의 비교임상 1상까지 마쳤다. 지금은 러시아에서 품목등록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러시아 파브리병 시장 규모를 200억~300억원으로 추정한다.
박 본부장은 “이번 임상 결과로 파바갈은 러시아와 그 주변국가에 판매할 수 있게 됐다”며 “페트로박스는 자국내 파바갈 직접생산을 목표로 삼고 있어 3~4년 뒤엔 러시아 및 주변국에서 나오는 파바갈 매출로는 로열티만 받고, 이외 지역에서는 이수앱지스 생산 제품을 수출하는 투 트랙 전략을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파바갈 완제품 및 원액 생산을 위한 기술이전을 마치면 페트로박스 생산공장과 이수앱지스의 생산공장간 비교동등성 시험도 진행할 예정이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이수앱지스의 올해 파바갈 매출액이 9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는데, 여기에 3분기부터 러시아 매출이 나올 경우 파바갈 단일 제품으로만 올해 100억원대 중반의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러시아 품목등록 승인이 파바갈 수출을 위한 첫 번째 모멘텀이라면, 두 번째 모멘텀은 2025년이다. 2025년 국내 파브라자임과의 비열등성 비교를 위한 임상 3상 종료가 예정돼 있어서다. 박 본부장은 “2025년 임상 3상이 종료되면 이 데이터를 근거로 미국, 유럽에도 파브라자임의 바이오시밀러로 품목허가를 요청할 예정”이라며 “미국,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기준의 추가 임상을 진행해야겠지만 진행 중인 임상 3상 데이터가 확보되면 간소화된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유전병인 파브리병은 주로 성인기에 증상이 발현되며 국내 약 200여명의 환자가 있다. 알파-갈락토시다제 A 결핍으로 세포 내 당지질이 분해되지 않고 쌓이면서 발생하는 대사질환 장애다. 대표 증상으로 손·발의 타는 듯한 통증, 각막 혼탁, 검붉은 피부발진이 꼽힌다. 조기 치료하지 않으면 성인기 이후 신장과 심장, 신경계에 영구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진단되면 매주 1회 정맥주사(IV) 형태로 파바갈을 투여한다.
| 이수앱지스가 개발한 파브리병 치료제 ‘파바갈’ (사진=이수앱지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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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맨’ 애브서틴도 꾸준히 수출영토 확대현재 애브서틴을 수입하고 있는 나라는 △이란 △알제리 △페루 △콜롬비아 △에콰도르 5개국이다. 지난 5월에는 베네수엘라에서도 품목허가를 받아 수출을 앞두고 있다. 수출국 확대로 애브서틴의 연 매출도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20년 115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은 이듬해 124억원, 2022년 233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애브서틴 매출이 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회사는 △이라크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아에서도 수출 절차를 밟고 있다. 박 본부장은 “이들 4개국에서 애브서틴 판매 파트너사는 이미 탐색을 마쳤고 이중 후보 파트너사와 입찰을 준비하는 국가도 있다”며 “연내 최소 2개국에 애브서틴 품목허가신청을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국·공립병원 입찰의 경우 품목허가 전에도 작은 규모로는 입찰에 참가 및 낙찰될 수 있어 당장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이들 지역에서 소규모 추가 매출이 나올 수도 있다.
이수앱지스가 수출 확대를 노리는 MENA 지역은 애브서틴과 성분이 동일한 사노피 아벤티스의 ‘세레자임’의 독점시장이었으나 애브서틴이 세레자임 대비 저렴한 약가를 내세우자 앞다퉈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애브서틴은 후발주자로 비교적 신식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어 가격경쟁력뿐만 아니라 생산성과 효율성에서도 앞선다”고 부연했다.
파바갈과 애브서틴을 비롯해 파브리병과 고셔병의 기존 치료제들은 체내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효소를 보급해 결핍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하므로 한번 진단되면 평생 투약해야한다. 여기에 유전병을 둘러싼 환경 변화까지 더해지면 전체 시장 규모는 꾸준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본부장은 “파브리병과 고셔병 모두 진단기술의 까다로움이나 유전병에 대한 편견 때문에 진단률이 낮은 형국이라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아직 진단되지 않은 환자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기 진단하면 환자 스스로의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고, 어린 자녀들이 유전병으로 장기에 영구손상을 입기 전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진단기술의 혁신과 유전병에 대한 인식개선이 꾸준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수앱지스는 올 상반기 누적매출액 231억원, 영업적자 25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세로 연내 흑자전환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전년(412억원) 대비 매출이 45% 늘어나 599억원을 기록하고 손익분기점(BEP) 수준의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