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2022년 한 해 동안 진행됐던 ‘블록버스터 톺아보기 파트1’은 3년 전인 2020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 1~55위를 차례로 다뤘다. ‘블록버스터 톺아보기 파트2’는 지난해 새롭게 10억 달러 이상 매출을 올렸거나 3~4년 내로 그에 상응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약물을 하나씩 발굴해 다룬다. 이른바 신흥 블록버스터로 떠오른 약물의 탄생과정과 매출 전망 등을 두루 살펴본다.[편집자 주] | 스위스 로슈의 황반변성 등 안과질환 치료제 ‘바비스모’(성분명 파리시맙)(제공=로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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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로슈의 황반변성 등 안과질환 치료제 ‘바비스모’(성분 파리시맙)이 동종 질환 대상 투약간격 면에서 편의성을 내세우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로슈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바비스모의 세계 매출은 4억3200억 달러로 전분기 보다 28% 성장했다. 토마스 슈네커는 바비스모를 투도 “로슈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이라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지난해 1월 황반변성이나 당뇨병성 황반부종 환자에게 1~4개월 간격으로 투약 간격을 조절해 사용할 수 있도록 바비스모를 시판승인했다. 유럽의약품청이 같은해 9월 이 약물을 승인했다. 바비스모는 지난해 1분기 출시 첫해 약 2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21년 기준 세계에서 널리 쓰는 황반변성 치료제는 미국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과 독일 바이엘이 공동개발한 ‘아일리아’와 로슈가 개발한 ‘루센티스’였다. 아일리아는 약 10조575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체 의약품 중 8위, 동종 약물 중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세계 시장에서 약 4조 4000억원 어치 판매된 루센티스가 그 뒤를 따랐다.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같은 기간 아일리아는 705억원, 루센티스는 34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아일리아는 황반변성이나 당뇨병성 망막병증 등 적응증에 2개월 간격으로 투약 시점을 조절할 수 있도록 승있됐었고, 지난해 6월 당뇨병성 망막병증에 한해 최대 4개월로 투약 간격을 확대 승인받은 바 있다. 루센티스는 황반변성 등 환자에게 1개월 간격으로 투약하는 약물이었다. 로슈가 내놓은 안과질환 분야 후속 신약 바비스모가 동종질환에 쓰던 기존 약물 대비 투약간격 면에서 비교우위를 가진 셈이다.
미국 주요 안과학회에서도 바비스모를 인정하고 나섰다. 지난해 7월 미국망막전문의악회는 ‘2개월 간격으로 아일리아를 눈에 두 번 주사한 환자’와 ‘4개월 간격으로 바비스모’를 한 번만 투여한 환자‘를 2년간 비교 분석한 결과 비슷한 수준의 시력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힌 것이다. 안과질환 시장을 두고 아일리아와 바비스모의 본격적인 시장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다만 아일리아의 경우 내년부터 2030년까지 중국, 유럽 연합, 미국 등에서 차례로 물질특허가 만료됐다. 아일리아의 개발사인 미국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가 투약용법, 적응증 등 용도 특허와 제법특허 등으로 방어에 나섰지만, 특허 회피 또는 합의 과정을 거쳐 다양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이 등장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암젠과, 독일 포마이콘,
알테오젠(196170),
셀트리온(068270) 등이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의 막바지에 이른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아일리아 시장이 쪼개질 것을 고려하면, 안과질환분야 최대 매출 약물의 자리가 바비스모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황반변성 등 안과질환 시장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미국에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바비스모의 매출은 분기별로 20~40%씩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