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3년차 상장사인 체외진단전문기업
바이오다인(314930)이 상장 후 처음으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며 회사 알리기에 나섰다. 2019년 글로벌 빅파마와 체결한 독점공급계약에 대해 공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최대한 회사의 정보를 알려 시장에 퍼진 회사에 대한 루머를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다.
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다인은 지난달 28일부터 IR을 진행하고 있다. IR은 상장사라면 기업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알림으로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진행하는 자연스러운 활동이나, 바이오다인의 경우 2021년 상장한 이래 따로 투자설명회(NDR)나 IR을 진행한 적이 없는 회사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바이오다인 관계자는 “시장에 글로벌 바이오테크컴퍼니와의 독점공급계약에 대한 내용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올 상반기 주가만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근거없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들었다”며 “독점공급계약건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잘못된 소문을 불식시키기 위해 회사의 잠재력이나 계약 진행상황에 대해 알리고, 기관투자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바이오다인 판매계약 총괄표(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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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기밀 사수 위한 ‘신비주의’에 루머 양산바이오다인은 지난 2019년 글로벌 10위권 제약사와 암 조기진단 액상세포검사(LBC) 기술에 대한 20년 독점장기계약을 맺으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 회사는 바이오다인의 특허기술을 적용한 장비 및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독점판매하기로 했다.
당시 해당 계약에 대한 세부사항은 빅파마의 요구로 공시 유보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마일스톤을 수령하는 등 계약이 진척되자 연내 세부공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고, 이 같은 기대감으로 연초부터 주가가 상승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글로벌 빅파마와의 독점판매 거래 이후 별다른 추가계약이 없었음에도 바이오다인의 주가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1년간 206% 올랐다(2022년 8월11일 2만7700원→2023년 8월11일 5만7100원).
이처럼 시장 일각에서 별다른 호재없이 바이오다인의 주가가 지속 상승하자 ‘라덕연 사태’를 떠올리며 작전주가 아니냐는 루머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바이오다인이 글로벌 빅파마와의 계약 기밀사항을 지키기 위해 언론 및 애널리스트와의 접촉을 최소화해온 것이 오히려 부메랑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바이오다인은 이달부터 기관투자자 등을 위한 IR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기관투자자 유치가 회사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봐서다.
| 임욱빈 바이오다인 대표이사(사진=바이오다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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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파마와 독점계약, 내년부터 본격 수확지난해 4분기 바이오다인은 약 77억원을 글로벌 빅파마로부터 계약금 및 마일스톤으로 수령하면서 해당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시장에 알렸다. 내년에는 바이오다인의 기술이 적용된 빅파마향 매출도 발생할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계약을 통해 계약금 및 마일스톤 외 추가 매출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년께 제품이 출시되면 계약으로 인한 지속적인 매출 발생이 시작된다. 2021년 코스닥 상장 당시 바이오다인은 글로벌 빅파마향 진단시약 키트 매출이 시현될 경우 출시 첫해 88억원, 출시 이듬해 약 209억원의 연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향후 수령할 마일스톤도 한 차례 더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상대방의 정체나 계약규모, 공급규모와 같은 독점계약 세부내용에 대한 공시는 제품 출시 이전에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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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 반사이익…하반기 매출 증대 기대중단기 매출 증가 요인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회사 관계자는 “러시아에서 미국 및 유럽에 본사를 둔 메이저 진단회사들이 철수하면서 러시아와 인근 국가의 진단키트 시장이 무주공산이 됐다”며 “바이오다인은 기존에 이쪽 국가에 총판을 두고 자궁경부암 진단키트를 납품하고 있었는데, 지난해부터 해당 지역에서 매출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지난해보다도 많은 양의 LBC 진단시약 키트 납품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다인은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75%를 웃돌 정도로 수출 비중이 압도적이다. 올해는 러-우 전쟁으로 러시아 지역에서만 지난해 대비 50% 이상의 매출 증가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2021년 38억원이었던 제품 매출은 지난해 2월 러시아 전쟁이 발발하면서 1년 만에 46억원으로 약 20% 늘었다(마일스톤 제외). 이는 빅파마와의 ‘독점’판매 조항 때문에 바이오다인이 신규 거래처를 확보할 수 없음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증가세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한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이고, 전쟁이 끝나더라도 한동안은 메이저 진단회사들이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동안 러시아 지역 매출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