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조병철 연세의대 교수(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는 최근 이어지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와 얀센의 항체치료제 ‘리브리반트’ 실험 데이터는 여전히 가치가 있다며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 이번 임상은 다른 임상과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실험이며, 표준치료제로써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확신했다.
| 27일 오전 조병철 연세의대 교수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MARIPOSA 임상 데이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진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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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철 신촌 세브란스병원 폐암센터장은 27일 오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최근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공개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요법 임상인 ‘MARIPOSA’ 연구결과에 대해 더 자세하게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MARIPOSA 임상 3상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 1차 평가지표인 무진행 생존 기간 중앙값(mPFS)은 23.7개월로 나타났다. mPFS는 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기간의 중간값을 의미해 길수록 효과가 좋은 것으로 해석된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 mPFS는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mPFS 16.6개월 보다 6개월 이상 늘어나 충분한 이득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일각에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 mPFS가 타그리소+화학요법 병용 임상인 FLAURA2 결과 대비 mPFS 기간이 짧아 표준 치료 요법으로 사용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최근 데이터가 공개된 MARIPOSA 임상을 타그리소와 화학요법을 병용한 FLAURA2 데이터와 많이 비교하는데, 임상 디자인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수치를 단순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8주마다 검사…동일 기준 시뮬레이션은 mPFS 27.5개월조 교수는 “MARIPOSA 임상의 경우 환자에 대한 MRI와 CT 검사 기간을 매우 촘촘하게 잡아 질병이 진행되는 것을 더 빨리 발견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 의 mPFS가 타그리소+화학요법보다 더 짧게 집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MARIPOSA의 경우 뇌 MRI 촬영 기준이 매 8주마다 모든 환자에게 실시한 반면 FLAURA2는 뇌전이가 확인된 환자에 한해 임상적으로 필요시마다 MRI 촬영이 이뤄졌다. 또 흉부와 복부 CT 역시 MARIPOSA는 매 8주마다 이뤄졌지만, FLAURA2는 초반 2회는 6주마다 찍고 이후 12주마다 촬영이 이뤄졌다. 30개월 기준으로 마리포사 연구에서 환자당 5번 더 많은 CT 촬영이 이뤄진 셈이다.
조 교수는 “데이터 수치에 대한 지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해 MARIPOSA 임상을 FLAURA2와 같은 기준으로 평가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봤는데, 이 경우 mPFS가 27.5개월로 역시 더 좋아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 27일 오전 조병철 연세의대 교수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MARIPOSA 임상 데이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진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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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OS’조 교수는 PFS보다 실제 처방에서 더 중요한 것은 ‘전체 생존 기간’(OS)이라며 내년 이 수치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히 높다는 입장이다.
조 교수는 “실제 환자들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를 의약품 선택시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여기며, 이번 임상 데이터에서도 2차 평가변수인 OS를 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MARIPOSA 임상 OS 데이터의 경우 현재 25% 가량 집계된 상황으로, 내년 데이터 집계율이 55% 가량 되면 구체적인 OS 수치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교수는 “OS 값 역시 단순 숫자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어 어느 정도 더 길어야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라며 “하지만 OS 연구결과 추세를 살펴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렉라자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단독 요법 대비 더 좋은 효과를 보이면서 두 요법 간 OS 데이터 차이가 벌어지고 있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약물과 관련된 부작용은 비슷한 수준이번 데이터 발표 후 이슈가 된 또 다른 부분은 ‘부작용’ 관련 내용이다. MARIPOSA 임상에 따르면,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경우 3등급 이상 부작용 발생률이 75%로 나타났다. 이는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43%보다 높은 것이다. 또 이상반응 발생으로 치료를 중단한 비율도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35%로 타그리소 단독요법 14%보다 높았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표준치료제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조 교수는 실제 세부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 역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조 교수는 “이번에 시장에서 언급되는 부작용은 ‘TEAE’이지만, 사실 약물과 관련된 부작용 이슈만 확인하기 위해서는 ‘TRAE’ 데이터를 봐야한다”며 “TREA 데이터에서는 타그리소와 비교해서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치료제 투여 후 부작용을 의미하는 TEAE(treatment emergent adverse event)는 임상 약물로 치료를 받던 환자에게 생긴 모든 질병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즉, 약물과 관련이 없는 질병이 발생했더라도 부작용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 임상 의약품을 활용했을 때 부작용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치료 관련 부작용을 나타내는 ‘TRAE’ (treatment related adverse event)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에 따르면 렉라자+리브리반트의 TRAE은 10% 수준으로,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TRAE 3%와 비교해 우려할 정도의 부작용 발생은 아니라는 말이다.
또 조 교수는 “약물을 병용 투여하는 경우 하나의 약물만 사용 했을 때 보다 부작용 발생이 많아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얼마나 중대한 부작용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망으로 이어진 이상반응은 렉라자+리브리반트군 8%, 타그리소 단독요법군 7%로 두 군이 유사했다. 그러나 렉라자+리브리반트의 경우 손발톱염증과 피부발진 등 생명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부작용이었지만, 타그리소+화학요법의 경우 백혈구·혈소판 감소증 부작용 비율이 높아 환자의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끝으로 조 교수는 “MARIPOSA 임상을 잘 살펴본다면 렉라자의 효과에 대해 의심할 이유가 없으며, 앞으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새로운 표준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