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치료제 부족사태가 터지자 추가적인 코로나19 치료제 승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일동제약(249420)이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 개발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엔시트렐비르’(제품명 조코바)가 빠르게 승인된다면 치료제 수급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조코바는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뒤 8개월째 심사 중이다.
| 일동제약이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 개발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엔시트렐비르’(제품명 조코바) (사진=시오노기제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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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품목허가 심사만 8개월째…긴급승인 가능성은?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조코바는 8개월째 품목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앞서 일동제약은 지난해 12월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 개발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엔시트렐비르’(제품명 조코바)의 허가를 신청했다. 식약처의 허가심사 법정처리 기간은 120일이다. 이는 업무일 기준이므로 실질적으로는 5개월 내에 허가 여부를 통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식약처의 의약품 품목허가 심사 과정에서 보완 요구를 1회 이상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심사가 특별히 길어진 상황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식약처로부터 1번이라도 보완 요구를 받을 경우 품목허가 심사 기간은 8~9개월 정도로 늘어나게 된다. 식약처가 보완 요구를 하면 회사는 60일 내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식약처가 회사로부터 보완 자료를 받으면 1개월 내에 허가 심사 결론을 내린다.
식약처 측은 보완 요청 여부에 대한 질문에 “개별 제품의 허가 진행 상황이나 지연 여부에 대해서는 외부적으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시기가 시기인 만큼 조코바의 긴급사용승인을 다시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긴급사용승인은 회사가 아닌 질병청에서 신청한다. 앞서 질병청은 2022년 조코바의 긴급사용승인을 검토했으나 같은해 12월 불발됐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질병청이 조코바의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재검토한다는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코바가 현재 정식 품목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질병청으로선 별도로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공급난에 조코바 허가 여부 ‘촉각’현재 국내에서 쓰이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미국 머크(MSD)의 ‘라게브리오’ 2종으로 최근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라게브리오는 긴급승인 이후 아직 정식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국내에서 처방 가능하면서 품목허가를 획득한 코로나19 치료제는 팍스로비드뿐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질병청은 올해 상반기 팍스로비드 11만6000명분, 라게브리오 6만3000명분 등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를 총 17만9000명분만 도입했다. 지난해 상반기 팍스로비드(20만명분)와 라게브리오(14만1000명분) 등 총 34만1000명분 도입한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더구나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막대한 예산이 소모된다. 업계에선 팍스로비드의 국내 공급가가 2배가량 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앞서 화이자는 지난해 10월 팍스로비드의 판매가격을 1390달러(한화 약 190만원)로 2.5배 높인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팍스로비드의 약가가 인상될 것이 유력해지자 업계에선 새로운 코로나19 치료제 승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 옵션이 좀 더 다양했다면 이처럼 특정 치료제의 가격이 들썩거린다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약주권 확보 차원에서라도 국산 코로나19 치료제가 새로 승인된다면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존 코로나19 치료제 대비 조코바의 강점은?특히 조코바의 경우 이미 일본에서 승인을 받고 2021년 말부터 실제 투여한 환자 데이터가 축적된 만큼 안전성과 유효성이 어느 정도 입증됐다는 평가다. 또 비교적 최신 약인 만큼 치료 효과를 실질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임상디자인을 거쳐 개발됐다는 강점이 있다.
조코바는 일본에서 2011년 11월 긴급사용승인을 받고 의료 현장에서 쓰이기 시작했고, 지난 3월에는 후생노동성에서 정식 허가를 받았다. 시오노기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일본 내 3개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중 조코바의 시장점유율이 7월 셋째주 기준으로 67.6%에 달했다.
이처럼 일본에서 조코바가 많이 처방되자 시오노기는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18세 이상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실제 임상 데이터를 확보했다. 해당 환자군을 조코바 투약군과 다른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투약하지 않은 환자군으로 나눠 비교한 결과 조코바 투약군의 입원율이 대조군에 비해 약 37%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는 팬데믹 초기에 개발된 의약품이기 때문에 이후 새로운 임상데이터가 업데이트되면서 약효에 대한 의구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 치료제는 개발 당시엔 주로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실시했지만 이후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임상을 진행했다. 그러자 몇몇 해외 연구에서 고령자 및 기저질환자에 대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업계 관계자는 “팍스로비드가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에 개발된 약이다 보니 당시엔 약효를 제대로 입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중증화, 입원을 억제하는 정도만 돼도 효과가 있다고 봤다”고 했다. 이어 그는 “오미크론 변이 발생 이후에는 보다 실질적으로 증상이 개선되는지를 확인해보기 위한 임상디자인이 만들어졌다”며 “나중에 개발된 약들이 보다 유효성이 확실하게 입증됐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