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바이오벤처들이 해외 전문가 영입을 통해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 영입은 신약 연구·개발(R&D)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증시 상장과 함께 해외 시장 진출에 있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1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제약사 출신 신약개발 전문가를 비롯해 사업개발과 경영, 상장 등 해외 전문가들이 국내 바이오벤처에 잇달아 합류했다. 해외 전문가를 영입한 바이오벤처는 확인된 곳만 10곳 이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벤처의 경우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최종적인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투자 유치가 가장 중요하다”며 “신속하게 임상 진입 등 일련의 성과를 내려면 숙련된 전문가가 필요하다. 해외 제약사 출신 전문가의 경우 신약개발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고, 투자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국내 바이오벤처에 합류한 글로벌 석학들. 왼쪽부터 우사 래퍼티(피노바이오), 피나 카다렐리(지피씨알), 개빈 초이(씨지 파마슈티컬스).(사진=각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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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리더부터 옵디보 개발 주역까지우선 3세대 ADC(항체약물접합체) 플랫폼 기술 기반 차세대 항암제를 개발하는 피노바이오는 화이자 출신 우사 래퍼티 박사를 최고임상운영책임자(CCO)로 영입했다. 래퍼티 박사는 미국 바이오텍 데시피라 파마슈티컬스 임상개발 임원을 거쳐 화이자 임상개발팀 리더를 역임한 신약개발 분야 전문가다. 그는 현재 피노바이오 미국법인에서 고형암 치료제와 혈액암 치료제 임상을 총괄하고 있다.
GPCR(G-단백질 결합 수용체) 기반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인 지피씨알은 면역항암제 연구 권위자를 품었다. 지피씨알에 합류한 피나 카다렐리 박사는 BMS에 재직할 당시 블록버스터 면역함암제로 성장한 ‘옵디보’를 개발했다. BMS가 백혈병 신약으로 개발 중인 CXCR4 항체 ‘울로쿠플루맙’도 카다렐리 박사가 개발을 주도했다. 지피씨알 관계자는 “카다렐리 박사가 지피씨알 기술력을 확인하고 가능성을 높게 판단해 최고과학책임자(CSO)로 합류했다”고 말했다.
코넥스에서 코스닥 이전 상장을 추진 중인 대사질환 신약개발 기업 노브메타파마도 신약개발 분야 석학을 영입한 뒤 치료제 개발에 한창이다. 노브메타파마는 요한 오웍스 스위스 로잔 연방공과대학(EPFL) 교수를 합류시켰다. 오웍스 교수는 로잔 연방공과대학 연구책임자 출신으로 2형 당뇨병, 노화, 비만 등 대사질환 치료체를 개발해왔다. 그는 노브메타파마가 개발 중인 2형 당뇨병 치료제 기술에 관심을 보이면서 회사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 GC
녹십자홀딩스(005250)와 GC
녹십자랩셀(144510)이 미국 현지에 설립한 아티바는 주노테라퓨틱스 임상개발 부사장 출신 제이슨 리튼을 비롯해 연구인력과 임원을 글로벌 제약사 출신으로 꾸렸다.
크리스탈지노믹스(083790) 미국 자회사 씨지 파마슈티컬스는 길리어드사이언스 출신 개빈 초이 박사를 영입했다. 초이 박사는 길리어드사이언스 임상 과학자 출신으로 27년간 항암제 등 신약개발 연구를 이끌어 온 전문가다.
|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사진=SK바이오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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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전문가 합류는 韓 기술력 인정한 결과”전문가들은 신약개발 바이오벤처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전문가 영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SK바이오팜(326030)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는 존슨앤드존슨 뇌전증 치료 블록버스터 약물 ‘토피라메이트’ 임상을 총괄했던 마크 카민 박사(現 SK라이프사이언스 최고의학책임자), 존스홉킨스 의대 그레고리 크라우스 박사, 배너대학 메디컬센터 신경과학연구소장 스티브 정 박사 및 재클린 프렌치 前 미국 뇌전증학회장 등 최고 전문가들이 임상 과정에 참여해 많은 기여를 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글로벌 시장 도전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바이오벤처에 해외 전문가 영입을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계와 투자업계(IB)는 글로벌 제약사 출신 전문가들이 국내 바이오벤처에 합류하는 현상을 두고 국내 신약개발 기술력이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 역사가 짧은 국내에서는 분야별로 숙련된 전문가를 찾기 어렵다”며 “결국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그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석학들이 영입대상이다. 과거에는 고액에도 영입하기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에 먼저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상장 전 바이오벤처는 기관 투자자들이 글로벌 전문가 영입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상장과 신약개발 성공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해외 시장 진출 등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업계에서 신뢰할 수 있는 연구인력을 확보해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