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진원생명과학(011000)이 지난 6월 100% 지분을 보유한 VGXI 미국 1공장 증설을 마쳤지만 현재까지 수주를 받지 못했다는 보도에 대해 앞뒤가 다른 입장을 밝혀 논란을 키우고 있다.
| (자료= 진원생명과학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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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이데일리는 <
“돈줄 묶이고 경쟁 심화”… 진원생명 CMO 사업 ‘개점휴업’>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당시 진원생명과학 경영지원팀 관계자는 ‘신공장에 대한 수주를 받지 못해 아직 가동을 안하는 상태냐’는 이데일리 질문에 ‘그렇다. 지속적인 영업활동 결과가 곧 수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나아가 경영지원팀 또 다른 관계자는 24일 오후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신공장 증설 후 수주가 한 건도 없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경기 상황이 악화됐다. 영업을 하고 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해명도 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해당 기사 보도 이후 공식 홈페이지에 뒤늦게 전혀 다른 입장문을 게재했다. “‘6월 완공 후 현재까지 계약 0건’과 ‘완공 후 아직까지 단 한 건의 계약도 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라는 내용은 명백한 허위 사실로 강력히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 즉 진원생명과학은 ‘신공장이 완공된 시점인 6월 후 계약건이 존재하고, 이데일리가 허위로 계약이 없다고 보도했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팜이데일리 유료 기사가 25일 오전 8시 30분 먼저 나간 후 회사 측 대응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회사 측이 주장한 대로 ‘계약 0건’이 ‘허위사실’이라면 이에 따른 기사 내용 수정 요청이나 정정 보도 등을 먼저 요청하는 것이 통상적인 대응 순서다. 하지만 당시 경영지원팀 관계자는 기사 내용에 대한 언급은 없이 “선공개된 유료 기사를 무료 공개하지 않는 것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을 뿐이다.
결국 유료 기사가 8월 26일 오전 8시 30분 무료로 공개되면서 진원생명과학 주가는 급락했다. 25일 종가 기준 11800원이던 주가는 8.05% 하락한 1만850원에 장을 마쳤다. 회사는 이날 오후 회사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법적대응’을 시사했다.
| 박영근 대표이사.(자료= 진원생명과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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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진원생명과학의 VGXI 1공장 증설과 관련해 적지 않은 ‘장밋빛’ 전망들이 쏟아졌다. 전망이 나올 때마다 주가도 여러 번 급등했다. 하지만 ‘약속의 시간’이 다가옴에도 전망이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먼저 VGXI 신공장 관련 증권사 리포트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 간 7건 나왔다. 오승택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6월 15일 “진원생명과학이 연말까지 10배 생산능력을 확장할 예정이며 연 매출액은 내년 이후 5000억원, 오는 2023년 8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리포트가 나온 후 진원생명과학 주가는 2021년 6월 15일 종가 기준 2만 2400원에서 7월 15일 기준 4만9800원으로 한달 만에 무려 122.3% 치솟았다. 2021년 6월 18일과 6월 23일에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올해 5월 17일 오 연구원 보고서가 다시 나왔고 주가는 또 급등했다. 오 연구원은 이 리포트에서 2022년 예상 매출액을 2000억원으로 전망했다. 리포트가 나오기 전날인 16일 1만450원(종가 기준)이던 주가는 하루 만에 16.7% 올랐다.
이밖에도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5월 17일 리포트를 내고 “신공장은 2022년부터 풀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연간 5000억원 이상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올해 상반기 진원생명과학 매출액은 263억원이다.
박영근 대표이사도 지난해 7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1차 증설 후 연 매출 규모는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께 2차 증설을 마치고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장을 가동하면 1조원 이상 매출을 낼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회사 자체적으로도 2019년부터 최근까지 VGXI 1공장 증설 관련 보도자료를 8건 냈다. VGXI 신규 공장 증설을 위해 JP모건을 주간사로 선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는 1137억원 규모 유상증자 발표 다음 날 나오기도 했다.
한 CMO 기업 관계자는 “예상 매출액이 2000억원이라고 한다면 지금 기준 1700억원 정도가 비는건데,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하반기 1700억원 수주를 받기가 지금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DNA 쪽은 항체의약품과 달리 대량 생산이 쉽지 않아 한다고 해도 웬만한 대형 기업과 수주가 아니면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미상환 사채 물량이 172억원 가량 남아 있는 상태기 때문에 사모펀드든 VC(벤처캐피탈)든 투자자들이 물려있어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려면 회사 입장에서는 뭐라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아무리 급해도 기사에 잘못된 내용이 있다면 정정 요구 등을 할 수도 있었는데, 그런 말은 전혀 없이 갑자기 법적 분쟁을 하겠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원생명과학 경영지원팀 관계자는 “변호사에게 일임했고 더 이상 말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