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서범석 루닛 대표가 이번에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이하 다보스포럼)에 공식 초청돼 업계 안팎에서 주목을 받았다. 국내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스타트업
루닛(328130)이 굴지의 대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세계의 현안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루닛은 이번 포럼에서 미래 의료시스템 변화와 글로벌 공공-민간 프로젝트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 서범석 루닛 대표 (사진=루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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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범석 대표에게 이번 달은 상당히 바빴던 기간이다. 서 대표는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12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찾아가 글로벌 투자사·제약바이오기업들과 미팅을 진행했다. 16일부터 20일까지는 스위스로 이동해 다보스포럼에서 AI를 활용한 미래 헬스케어 혁신 솔루션을 소개했다. 올해 53년째를 맞이한 다보스포럼은 세계 각국의 저명한 정치인과 기업인, 학자 등이 스위스 다보스에 모여 글로벌 당면 과제를 토론하는 연례 행사다.
특히 루닛은 올해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10여 개 안팎의 아시아권 중소기업 중 하나로서 눈길을 끌었다. 이번 포럼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상과 국내외 대기업 총수 등 정재계 리더 2800여 명이 대거 참석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JP모건 등 글로벌 기업과 현대차, SK, GS, LG, 한화와 같은 국내 굴지의 기업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루닛도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서 대표는 “전 세계 고위 관계자들이 한 곳에 모이는 자리란 점에서 이같은 행사에 초청받게 돼 영광이었다”며 “여러 미팅을 진행하면서 앞으로 루닛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소중한 만남과 경험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주제들이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의견들이 오가고 있는 직접 보고 듣고 함께 토론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루닛은 세계적으로 앞선 기술력을 인정받은 의료 AI업체다. 카이스트(KAIST) 출신 AI 전문가들이 설립한 루닛은 다양한 세계 AI 대회에서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제치고 1등을 여러 차례 차지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루닛은 2020년 다보스포럼 테크놀로지 파이오니어(기술 선도 기업)로 선발받고, 이번에는 글로벌 이노베이터로 선정돼 다보스포럼에 공식 초청을 받았다.
서 대표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하기 전에 국내외 100여 명의 주요 인사에 대해 구글 검색을 통해 얼굴을 미리 익히는 등 사전조사를 진행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카페나 라운지에서 얼굴이 기억나는 인사를 만나면 다가가 먼저 인사를 건네는 등 네트워크 활동을 하기 위한 포석에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서 대표는 다양한 국가의 다국적 제약사 CEO, 장관급 관계자들과 만남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서 대표는 이번 다보스포럼 참석을 계기로 루닛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업적 성공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업화에 집중해왔던 그의 시각이 사회적 책임까지 폭넓어진 셈이다.
그는 “AI라는 키워드가 하나의 주요 주제로 논의가 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반가웠고, 특히 ‘책임이 있는 AI(responsible AI)’라는 표현이 인상깊었다”며 “지금까지 AI 제품을 잘 만들어서 사업화하는 관점 위주로 생각을 해왔는데 다보스포럼을 통해 지속가능한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루닛 제품이 다양한 인종에서 잘 작동하고, 소외 계층에 도움을 주는 방향을 생각하게 됐다”며 “AI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피해가 없을지 한층 더 깊게 고민하게 된 좋은 계기가 됐다”고 부연했다.
루닛은 글로벌 의료AI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며 매출을 빠르게 늘려왔다. 루닛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99억원으로 전년 동기(25억원)보다 3.9배 성장했다. 이 중 해외 매출이 87.6%로 지난해 70.3%보다 비중이 더욱 높아졌다. 올해부터는 미국·유럽 등으로 해외 진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의료 분야에서의 AI의 역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국내보다 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루닛은 초창기 투자 단계에서부터 해외 기관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루닛의 누적 투자금 1600억원 중 950억원(60%)은 해외 기관으로부터 투자 받았을 정도다. 현재 루닛의 외국인 지분율은 25%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10%),
셀트리온(068270)(20%)보다도 높은 비율이다.
해외 기관의 추가 투자도 기대된다. 서 대표는 이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기간에 글로벌 톱 투자은행을 포함해 다양한 투자사들과 미팅을 진행했다. 서 대표는 “글로벌 투자사들은 이미 루닛이 하고 있는 사업 영역에 대해 미리 준비하는 느낌을 받았고, 그만큼 이해도가 깊은 미팅을 진행할 수 있었다”며 “미국이 의료 AI 분야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미국 시장에 대한 학습과 이해도가 커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루닛의 미국 시장 진출이 성공적으로 추진될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서범석 루닛 대표 약력
△2005년 2월 KAIST 생명과학 학사
△2009년 2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MD)
△2015년 2월 연세대학교 보건학 석사(M.P.H.)
△2016년 8월 경희대학교 경영학 석사(M.B.A.)
△2009년 3월~ 2013년 2월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2016년 6월~2018년 10월 루닛 의학총괄이사(CMO)
△2018년 10월~ 루닛 대표이사(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