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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투자 초 호황세의 역설, “갑을 관계가 뒤 바뀌었다”
  • 벤처캐피탈(VC) 자금 바이오 분야로 몰려
  • 과열되는 투자, VC업계 투자 기업 찾기 삼만리
  • 기업이 VC에 투자금 높여 역제안하는 병폐현상도
  • 등록 2021-02-20 오후 12:16:21
  • 수정 2021-02-20 오후 12:16:21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벤처캐피탈 심사역 A씨는 최근 시리즈A 단계 투자 기업을 찾던 중 항암 후보물질을 발굴한 바이오 기업을 만났다. 하지만 이 회사는 A씨에게 투자 금액으로 300억원을 요구했고,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투자 요구에 다른 기업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해당 기업은 항암 치료제가 될 수 있는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하는 수준에도 불구, 매출 발생이 가능한 수준의 기업이 받을 수 있는 시리즈C 수준의 투자를 요구한 것이다.

바이오산업 활성화로 벤처캐피탈(VC) 자금이 바이오 분야로 집중되고 있다. 20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VC 업계는 2130개사가 총 4조3045억원을 벤처 및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 중 바이오 분야가 1조1970억원(27.8%)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벤처캐피탈 업종별 신규튜자 비중.(자료=한국벤처캐피탈협회)
보통 스타트업 기업은 엔젤, 엑셀러레이터, 시리즈 투자 단계를 밟게 된다. 기술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본이 부족한 기업이 엔젤 투자를 받게 된다. 이후 기업의 골격이 갖춰지면 엑셀러레이터의 관리와 투자를 받고, 시리즈 단계 투자 유치에 나서게 된다. 시리즈 투자의 경우 시기와 자금 규모 등에 따라 A, B, C 3단계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시리즈A는 10억 이내 투자 유지를 받고, 시리즈B는 VC 등으로부터 20억~100억 규모의 투자가 진행된다. 시리즈C는 100억원 이상 규모의 투자를 받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투자업계 물밑에서 투자할 수 있는 바이오 기업 찾기에 혈안이 되면서 투자자와 기업 간의 미묘한 지위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위와 같은 사례처럼 기업이 오히려 심사를 받고 투자 밸류에이션(Valuation)을 제안받아야 할 VC에 투자 밸류에이션을 높여 역제안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자금은 너무 많은데 투자할 기업이 없다는 게 VC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기업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투자 심사역들이 기업 유치를 위해 반 영업사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VC 투자 심사역은 투자 대상 기업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전문가다.

VC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에 대한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투자가 바이오 분야로 몰리고 있다. 그게 너무 활성화돼 VC가 투자할 바이오 기업을 엔젤 투자를 받아야 할 초기 기업들까지 찾아다니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VC 투자 심사역들은 심사가 아닌 영업사원처럼 우리 투자금 좀 받아달라고 영업 아닌 영업을 하고 있다”며 “서로 돈을 주겠다고 하니 바이오 기업들은 콧대가 높아져 자체적으로 밸류에이션을 높게 책정하고 무리한 금액을 VC에 역제안하고 딜을 한다. 그래도 투자를 집행하는 VC들이 많다. 기업이 갑, VC가 을이 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때문에 VC업계 내부에서도 바이오 벤처에 대한 부실 검증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보통 VC 심사역들이 정말 신중하게 투자 기업에 대한 레퍼런스 체크를 한다. 바이오 벤처의 경우 현실적으로 증빙할 수 있는 게 없어 창업자, 핵심연구원, 후보물질 등을 철저하게 살펴본다”며 “하지만 투자 기업 확보 경쟁이 자칫 부실 검증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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