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암 정복을 위해 항암제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오는 2035년 전 세계 암 환자가 2400만명 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항암제 개발 시장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오는 2022년 전 세계 항암제 시장 규모는 약2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최초 항암제가 개발된 것은 약 70년 전인 1940년대. 그 이후 30년이 더 지나서야 우리가 알고 있는 1세대 항암제인 화학항암제가 개발됐다. 이 항암제는 세포 독성 물질을 이용해 암세포 성장과 분열을 방해해 항암 효과를 나타낸다. BMS 탁솔(성분명 파클리탁셀)이 대표적인 제품으로, 국내에서는 보령제약과 삼양바이오팜 등이 도입해 상당한 매출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암세포 외 정상 세포도 공격하는 부작용이 나타나 암 정복에는 한계를 보였다
화학항암제의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하고자 개발된 것이 표적항암제다. 2세대 항암제인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의 신호에 따라 암세포에 나타나는 특정 단백질과 유전자를 표적하는 방식의 치료제다. 반면 특정 유전자 변이 환자에게만 효과가 나타나고, 반복투여에 따른 내성 문제와 개발 및 전이 가능성이 높아 새로운 치료제 개발 필요성이 대두됐다.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 면역회피 경로를 차단하거나 직접 암세포를 표적하는 치료제로 개발됐다. 암세포 위장신호(공격대상이 아닌 것으로 위장)를 억제하는 면역관문억제제, 하나의 항체가 두 개의 인식 능력을 보유한 이중항체, T세포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암조직에 투여하는 CAR-T 등 여러 기전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의약품은 키트루다, 옵디보, 여보이 등이다. 꽤 높은 효과에도 불구, 반응률이 낮고, 병용투여에 대한 환자 부담감, 면역 교란 부작용 등으로 차세대 항암제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 4세대 항암제 대사항암제 작용 기전.(자료=하임바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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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를 굶겨 죽인다”
4세대 항암제라 불리는 대사항암제는 정상세포에 비해 활발하게 세포 분열을 일으키는 암세포 대사 활동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특히 암세포 대사량을 50% 이상 낮추고,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정상세포에 대한 피해가 거의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대사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는 암세포 에너지원을 차단해 굶겨 사멸시키는 것이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국립암센터 김수열 박사(암생물학연구부)연구진은 암세포 에너지원이 지방산임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바 있다. 연구팀은 인체와 유사한 배양조건의 세포실험을 통해 암세포는 정상세포보다 산소를 더 많이 사용해 더 빨리 자란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정상세포의 에너지원은 포도당이지만, 암세포는 지방산 산화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췌장암 자연 발생 마우스 모델에서 지방산 섭취를 차단하고 탄수화물로 대치하자 암 발생이 4배나 감소했다.
미국에서는 MD앤더슨암센터가 대사항암제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하버드대와 MIT 공대도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하임바이오, 삼양바이오팜, 뉴지랩, 바이오케스트 등 여러 기업이 대사항암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뉴지랩은 미국 자회사 뉴지랩파마를 설립하고 대사항암제 개발에 돌입했고, 삼양바이오팜은 지난해 1월 대사항암제 개발을 위해 바이오벤처 ‘엘마이토 테라퓨틱스’로부터 신약후보 물질을 기술이전 받아 개발 중이다.
특히 대사항암제 원천기술을 보유한 하임바이오는 국내 기업 최초로 2019년 임상 1상에 돌입했다. 하임바이오가 개발하고 있는 4세대 대사항암제 스타베닙(Starvanip, NYH817100)은 정상세포의 에너지 대사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암세포 에너지 생성 경로의 핵심 물질을 억제해 암세포 에너지 대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지난해 6월에는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된 임상 1상 중간결과가 발표됐는데, 표준치료에 실패한 암 환자에서 치료 효과가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임바이오에 따르면 표준 치료에 실패한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을 경구 투여하는 방식의 안전성 평가 중, 병용투여가 아닌 단일물질을 투여한 환자군의 종양평가시 위암환자 종양 크기가 감소하는 부분관해(PR)가 확인됐다. 단일물질에서도 부분관해가 보였다는 것은 스타베닙 투여 시 암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한편 하임바이오는 국내 임상 외에도 글로벌 임상 전문 컨설팅업체 엑셀리드(Axcelead)사와 미국 임상 2상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