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미국 생물보안법이 하원을 통과하면서 국내 3위 규모 위탁개발생산(CDMO) 생산 용량을 가진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334970)가 수주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제제가 중국의 거대 CDMO 기업 우시 바이오로직스(우시)를 겨냥하고 있는 만큼,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가 이에 버금가는 생산역량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회사는 “올초부터 미국 내 기업 3곳 이상과 CDMO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수주 실적을 창출해 내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충북 오송에 위치한 1~4공장을 통해 총 15만4000ℓ의 생산 캐파(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제공=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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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모회사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950210)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900억원의 자금이 납입 완료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는 이번에 유입된 자금으로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신뢰할 수 있는 CDMO 기업으로서 글로벌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CDMO 수요에 맞춘 안정적인 자재 확충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보다 유리한 고지에서 고객사와 수주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된 생물보안법은 중국 바이오 기업과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이다. 대표적인 중국기업으로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우시앱텍 등이 명시됐다. 이중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스위스 론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일본 후지필름 등과 함께 글로벌 CDMO 기업으로 손꼽힌다.
일각에서는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가 우시의 수요를 대체하려면 결국 수주 성과와 실력을 입증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CDMO 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우시는 여러 장점이 있겠지만 단연 그 결과물이 좋다. 원하는 고객사가 원하는 물질을 요구대로 정확하게 맞춰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미국 내 우시가 누리던 수요를 대체하려면 결국 실력 입증부터 철저히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충북 오송에 △1공장(6000ℓ) △2공장(2만8000ℓ) △백신 관련 설비만으로 이뤄진 3공장(8만8000ℓ) △4공장((3만2000ℓ) 등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15만4000ℓ의 생산 캐파(용량)을 확보했다. 현시점에서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나 셀트리온(068270) 등에 이어 국내 3위의 CDMO 설비를 보유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모회사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와 진행해 온 수주 거래를 제외하면 CDMO 수주 실적 면에서 큰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 회사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와 공동으로 지난 7월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자문위원회(CHMP)로부터 시판 승인 권고를 받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투즈뉴’(프로젝프명 HD201)를 비롯해 글로벌 임상 3상 중인 ‘HD204’(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PBP1510 및 PBP1502 등 기타 신약 후보물질의 CDMO를 도맡고 있다.
이밖에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가 맺은 가장 큰 규모의 수주 사례는 지난해 9월 셀트리온과 맺은 90억원 상당의 계약이었다. 이밖에 국내 기업 10여 곳과 수억원 규모의 CDMO 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인도 닥터레디스의 자회사 오리진 파마슈티컬스와 지난해 9월 CDMO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당시 양사는 수개월 내 100억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고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무소식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닥터레디스의 임상 물질 진전 현황을 고유하면서 그에 따른 CDMO 수주 관련 논의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현재로선 어느 시점에 계약이 성사될지를 가늠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가 생물보안법 영향으로 미국 내 CDMO 수요를 흡수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회사의 모든 공장은 미국의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인 cGMP 인증 획득을 위한 실사를 받은 적은 없다.
앞선 관계자는 “미국에 허가신청을 진행할 물질이 있을 때 cGMP 실사를 받게 되지만 우린 그런 사례가 없다”며 “대신 투즈뉴 개발을 통해 ‘유럽 GMP’(euGMP) 인증을 획득한 것처럼 두 주요국이 요구하는 수준에서 공장을 건설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문제될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과의 CDMO 수주 건의 실제 임상 시도로 이어지는 시점에 맞춰 cGMP 인증을 획득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수주 문의가 50% 이상 늘었고, 미국 내 기업 3곳 정도 와도 꾸준하게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생물보안법이 이제 통과돼 그와 관련한 논의도 더 가팔라질 것이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