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내년 7월 제약업계에 의약분업 이후 최대 격변이 일어날 것이다. 중소제약사들은 폐업 속출이 우려된다. 하지만 팜젠은 자신 있다”.
| 박희덕 팜젠사이어스 대표가 지난 1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CPHI에 참여 중이다. (사진=김지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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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덕
팜젠사이언스(004720) 대표가 제네릭(복제약) 의약품의 생물학적동등시험(생동성 시험) 자료 제출 기한이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내놓은 시장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020년 2월 약제상한금액 재평가 계획을 공고했다. 이 공고에 따르면, 국내 보헙 급여를 적용받는 제네릭 의약품이 기존 약가를 유지하려면 내년 7월 말까지 생동성 시험 통과 자료와 원료의약품 등록 2가지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해야 한다. 2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기존 약가(최고가 53.55%)가 유지되지만, 1개만 충족하면 45.52%, 둘 다 만족하지 못하면 38.69%까지 떨어진다.
이데일리는 지난 1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고 있는 ‘2022 세계 제약·바이오 전시회’(2022 Convention on Pharmaceutical Ingredients Worldwide, 이하 CPHI)에서 박 대표를 만나 단독 인터뷰했다. 이날 인터뷰에선 생동성 시험 통과 자료 제출에 따른 약가 재평가가 불러 올 파장과 팜젠사이언스 대비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생동성 시험, 돈도 많이 들고 통과도 어려워문제는 중소제약사 입장에서 원료의약품 등록은 크게 어렵지 않지만 생동성 시험 통과 자료 제출은 녹록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박 대표는 “생동성 시험 1번 하는데 대략 3억~5억원, 좀 복잡한 건 7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면서 “국내 중소제약사들은 평균적으로 100개 이상의 복제약을 유통하고 있다. 이걸 다 생동성 시험을 하려면 품목당 4억원을 잡아도 400억원이 필요하다. 이걸 감당할 자본력을 가진 중소제약사가 어딨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문제는 복제약의 생동성 시험 통과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그는 “특허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주성분은 모두 공개가 돼 복제약에서도 똑같이 구현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부형제 세부정보는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 의약품에 어떤 목적으로 얼마만한 양의 부형제를 첨가하느냐에 따라 완전 다른 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똑같은 주성분으로 약을 만들어도 부형제가 다르면 오리지널 약은 체내에서 1시간 머무르는 데 반해, 복제약은 10분 이내 방출돼 약 효능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생동성 시험은 약물 흡수량, 피크(약물 최대 혈중 농도)시간 등 모든 면에서 오리지널 제제와 동일한 그래프 곡선을 나타내야 한다.
박 대표는 “실제 모 제약사는 한번에 7억원이 드는 주력 제품의 생동성 시험을 3번이나 거친 끝에 겨우 통과했다”고 부연했다.
메가톤급 시장 재편 불가피결국, 국내 제약 업계 전반에 메가톤급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박 대표는 “내년 2월 말까지 제네릭 생동성 시험 자료를 안 내면 약가가 15%나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53.55% 약가를 확보하는 복제약의 원가 구조를 보면 30~35%가 원가로, 나머지를 가지고 마케팅, 영업, 유통을 하는 것”이라면서 “약가가 45%~38%까지 줄어들면, 동일 원가로 생산한다고해도 원가율이 42%~50%를 육박해 제네릭을 포기하는 상황이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지난 1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CPHI 행사장에서 박희덕 팜젠사이어스 대표가 이데일리와 인터뷰 중이다. (사진=김지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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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보면 상당한 여파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그는 “국내 제약사 350여 개사 중에 신약개발 하는 곳은 많이 쳐도 5%가 안된다”면서 “나머지 95%는 제네릭 판매로 연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의약품 시장이 연간 25조원 규모인데, 이 중에 제네릭이 60~70%에 이른다”며 “단순 계산으로도 15조~17조 5000억원의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팜젠, 국내 최다 생동성 품목 확보...시장재편 수혜팜젠사이언스에겐 이 같은 시장변화가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팜젠사이언스는 지난해 임상시험수탁기관(CRO)으로부터 19개 성분의 29개 품목에 대해 생물학적 동등성을 공식적으로 확인받았다. 29개 품목은 국내 제약사 기준으로는 최다이다. 팜젠사이언스는 해당 생동성 시험을 위해 56억원을 지출했다.
박 대표는 “내년 약가 재편으로 생동성 시험에 적극적으로 임한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 간 매출은 극단적으로 나뉠 것”이라면서 “생동을 하지 못한 회사는 약가가 깎여, 위탁판매를 주지 못한다.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의사 처방도 오리지널 제제와 동등성이 입증된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제네릭 위주로 이줘질 것”이라며 “이대로면 매출 500억원 내외의 제약사들은 모조리 다 폐업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반면, 생동성 시험을 한 약품은 반사시익을 매출이 기존보다 2배 이상 늘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면서 “팜젠사이언스가 내년 7월을 기점으로 매출 급증을 자신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팜젠사이언스는 매출액으로 지난해 1099억원, 올 상반기 75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한편, 박 대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CPHI 방문 목적을 오리지널 의약품과 헬스케어 제품에 대한 판권도입(License-In)이라고 밝혔다. 팜젠사이언스는 내년 7월 약가 재평가 대응해 단기적으론 생동성 시험 통과 품목 확대, 중기적으론 오리지널 의약품 판권 도입, 장기적으론 신약개발 등의 3개 축으로 대응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