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프리미엄 백신개발에 전념해온
차백신연구소(261780)에 수확철이 다가왔다. 최근 차세대 B형간염 예방백신의 임상 1상 톱라인을 발표한 데 이어 이르면 3개월 뒤에는 B형간염 치료백신의 결과보고서도 공개할 예정이다. 회사는 예방백신의 경우 1·2상, 치료백신은 2b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르면 올해 관련 소식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 JPM 2024 참가자들이 전성필 차백신연구소 선임에게 B형간염 예방백신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사진=차백신연구소) |
|
31일 차백신연구소에 따르면 성인 대상 B형 간염 예방백신 ‘CVI-HBV-002’의 임상 1상 결과 1차 투여 후 92.86%, 2차 투여와 3차투여, 48주 장기 추적 관찰 후에서 100%의 혈청방어율을 획득했다.
CVI-HBV-002는 독자개발한 3세대 재조합 단백질 항원인 L-HBsAg와 면역증강제 ‘엘-팜포’(L-pampo)로 만들어진 3세대 B형간염 예방백신이다.
B형간염은 B형간염 바이러스(HBV)에 의해 간에 생기는 염증을 의미한다.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세계적으로 3억명 이상이 있고 국내에도 250만명 이상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성인은 감염시 6개월 내 완치되고 면역력을 얻지만 이중 약 5~10%는 간염이 6개월 이상 지속돼 만성 B형간염이 되고, 만성화되면 간경변 및 간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성인 남성 간암 원인의 약 71%가 만성화된 B형간염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대신 B형간염은 백신을 통한 예방이 가능하다. 기존 2세대 B형간염 예방백신은 80% 이상의 예방효과를 보이는데, 이를 위해서는 위해서는 6개월 동안 3회에 걸쳐 주사를 맞아야 한다.
다만 기존 백신에는 한계가 있다. 방어효과 유도에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의료진과 같은 고위험군이나 신생아용 백신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세 차례의 접종이 필요함에도 약 5~15%는 항체가 생성되지 않아(무반응자) 고위험군은 재접종을 권고받기도 한다.
반면, 차백신연구소측은 이번 임상 결과 CVI-HBV-002가 2회 투여에도 혈청방어율 10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무반응자는 비만, 노화, 흡연,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나 신부전증과 같은 만성질환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3회 접종에도 B형간염 항체가 유의미한 수치로 생성되지 않는 케이스”라며 “반면 CVI-HBV-002는 기존 백신보다 면역증강제의 면역원성이 높아 방어효과도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CVI-HBV-002가 타깃하는 시장은 성인 B형간염 백신시장이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성인 B형간염 백신 시장이 생겨나고 있어 회사는 CVI-HBV-002를 프리미엄 백신으로 개발했을 때 시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글로벌 B형간염 백신 시장 규모는 약 22억3000만 달러(약 3조원)를 기록했다. 오는 2027년에는 30억4000만 달러(약 4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여기에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의 경우 B형간염 백신이 국가필수접종으로 지정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성인접종을 정부가 권장하고 나서, 더 빠른 시장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 한국의 B형간염 백신 예방사업. 한국은 지난 1995년부터 B형간염 백신이 국가예방접종 사업으로 지정됐는데, 이 때문에 1995년 이전에 태어난 30대 이상의 성인들에 대한 성인접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자료=서울대학교병원) |
|
차백신연구소 관계자는 “현재 B형간염 예방백신은 영유아를 타깃으로 하는 국가필수접종의 개념이어서 시장성이 낮은 만큼 (B형간염 예방백신) 무반응자만을 타깃으로 하는 백신을 개발하는 곳도 거의 없었다”며 “하지만 미국에서 지난 2022년 4월 성인에 대한 B형간염 예방백신 접종을 권장하는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에 성인을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백신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해 3월 HBV 관련 강화된 간염 예방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정책은 18세 이상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B형간염 바이러스 선별검사를 진행하고 항체가 없는 이들에게는 HBV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것이 골자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펜드릭스’나 다이나박스의 ‘헤프리사브B’, VBI백신의 ‘프리헤브리오’가 CVI-HBV-002의 경쟁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중 2회 접종으로 허가받은 제품은 헤프리사브B뿐이다. 차백신연구소측은 차세대 B형간염 예방백신 중 CVI-HBV-002만 유일하게 항원과 면역증강제가 모두 개선된 제품으로 경쟁우위에 있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연내 임상 2상을 개시하고 임상 1상과 2상 결과를 기반으로, 무반응자 대상 예방백신으로써 CVI-HBV-002의 기술수출을 추진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임상 2상은 한국을 포함해 2~4개국을 대상으로 하는 다국적 임상으로 설계할 예정”이라며 “타당성 조사를 통해 임상국가를 확정해 오는 3분기 중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목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잠재적인 파트너사와 기술이전을 논의 중이나 계약 시기와 규모가 달라질 수 있어 지금 시점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회사측은 CVI-HBV-002를 예방백신 외 치료백신으로도 개발 중이다. B형간염이 만성화된 경우에는 완치가 불가능해 아직까지는 바이러스를 관리해 간의 손상을 막고 간암 진행 위험성을 낮춰주는 치료제만 있다. 이 때문에 치료백신이 개발된다면 혁신신약(first-in-class)으로 등극할 수 있다.
다만 B형간염 무반응자 예방백신 시장과 달리 B형간염 완치제 개발 경쟁은 뜨겁다. 현재 GSK, 로슈, 얀센 등이 B형간염 완치제를 개발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는 B형간염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24년 30억6000만 달러(약 4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 관계자는 “CVI-HBV-002의 치료백신 임상 2b상도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오는 5~6월 중 결과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