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안티에이징(항노화) 산업이 특수를 맞고 있다. 노화를 지연시키거나 멈추게 하는 개념으로, 생활의 질을 향상시켜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과거 단순히 화장품 등 일부 분야에만 국한됐던 개념이 의약품, 의료기기까지 확장되면서 하나의 거대 산업화를 이루고 있다.
의약품, 의료기기, 기능성 화장품 분야를 포함한 글로벌 안티에이징 시장은 2022년 1조9674억 달러(약 2723조원)에서 2029년 2조8062억 달러(약 3885조원)로 반도체 시장(5330억 달러)보다 훨씬 크고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그만큼 블루오션 시장으로서 국내 기업에도 글로벌 도약의 기회가 있고, 한국이 확고한 경제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라도 안티에이징 시장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팜이데일리는 안티에이징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플레이어 도약이 유력한 기업들을 소개하고 성공 전략을 집중 분석해봤다.[편집자주][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보툴리눔 톡신은 세계 여성 노동 인구 증가, 인구 고령화 추세, 신흥국 소득 증가 등에 따른 이·미용 시술 수요 확대 중심에 있다. 보툴리눔 톡신은 고가의 성형 수술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한번 시술하면 6개월 주기로 반복 투여해야 하고 비슷한 효능을 낼 수 있는 대체수단이 없어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 (제공=프리시던스 리서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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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툴리눔 톡신은 특정 부위와 시간 동안 신경전달흐름을 차단시킬 수 있는 특성을 바탕으로 근육 신경질환, 경련성 방광, 다한증 등을 임상 적응증이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프리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2022년 72억1000만달러(9조4000억원)에서 연평균 9.6% 성장해 2032년 179억8000만달러(23조6000만달러)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 17개 톡신 기업 난립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높은 진입 장벽을 형성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은 맹독성 단백질 원료로 국제적으로 생물무기금지협약 대상 물질로 분류돼 균주 확보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균주를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상용화를 위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개발하는 것도 상당히 까다롭다. 보툴리눔 톡신은 여러 개의 단백질로 이루어진 복합체로, 주로 톡신의 활성 성분인 신경독소 단백질과 비독성 부수 단백질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보툴리눔 톡신의 제조 과정은 복잡하며 고도로 특화된 공정이 요구된다. 톡신의 발효, 정제, 안정화 과정에서 작은 변화라도 최종 제품의 안전성 및 유효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 애브비(엘러간),프랑스 입센, 독일 머츠 등 3개 업체가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반면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지형은 판이하게 다르다. 국내에선 다수의 업체들이 불법 균주 취득은 물론, 공정 기술 탈취까지 자행하며 무려 17개 회사가 난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글로벌 기업까지 포함하면 대한민국 단일 시장에서만 20개의 톡신 업체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은 셈이다.
국내에서 식약처 품목허가(수출용 포함)를 받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기업은 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 휴온스바이오파마, 종근당, 휴메딕스, 메디카코리아, 이니바이오, 프로톡스, 제테마, 함국비엔씨, 한국비엠아이, 종근당바이오, 대웅바이오, 제네톡스, 뉴메코, 파마리서치바이오, 입센, 머츠, 애브비 등 20개사다.
출혈 경쟁에 소송으로 수익성 급감문제는 국내에선 톡신 기업 난립으로 제 살 깎아먹기 출혈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미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다수의 국내 업체들이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신규 진입했다”며 “이들 업체는 글로벌 기업들과 유사한 품질의 제품을 30~50%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저가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메디톡스 소송 정리. (정리=대신증권 리서치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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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신 업체 간 가격 경쟁 심화로 2015년을 기점으로 관련 기업들의 이익률이 둔화하기 시작했다.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균주 도용 등을 문제삼는 국내외 소송전으로 번졌다. 장기간 소송에 따르면 법률 비용 지출은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지급수수료를 1481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 합산 영업이익은 871억원으로 소송비용이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메디톡스는 지난해에도 휴젤·젠틱스 등과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과 대웅제약과 국내 소송 등으로 504억원의 지급수수료를 기록했다. 지급수수료에는 소송비용 외에 로열티, 회계자문 수수료, 특허권 사용료,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 등이 포함된다. 메디톡스의 지급수수료는 소송이 한창일 때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즉, 지급수수료의 대부분이 소송비용이 차지한다는 의미다. 휴젤은 올해 1분기만 40억원의 소송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희석 뉴메코 대표(메디톡스 부사장)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방법으로 보툴리눔 균주를 취득하고 개발한 기업과는 선의의 경쟁을 한다는 입장”이라며 “반면, 불법으로 톡신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는 철저한 조사를 거쳐 규제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K바이오 미래와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선결돼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톡신 업계 소송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무려 7개 업체가 중국 따이공 수출 관련해 국가출하승인 위반으로 식약처 품목허가 취소 행정처분을 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A업체가 경쟁사에 타격을 줄 목적으로 허위 고발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재판부는 식약처와 진행 중인 4건의 톡신 간접수출 관련 행정소송에서 4건(식약처 1건 패소, 3건 일부 패소) 모두에서 톡신 업체 손을 들어줬다.
명확한 균주 기원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앞으로 톡신 시장의 성장세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톡신 시장 성장 수혜는 균주 기원이 명확한 기업에 국한될 전망이다.
김재영 제테마 회장은 “국내 톡신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입이 활발히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내기업 간 균주 출처에 대한 법적 다툼은 국내외 유저들에게 국내 톡신산업의 불신을 초래하는 불씨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8000억원 규모의 톡신 사전수출 계약 성사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이미 해외에서 국내 균주 이슈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균주 출처가 명확한 제테마의 톡신이 선택받은 이유”라고 강조했다.
제테마는 중국 5500억원, 브라질 1440억원, 튀르키예 800억원, 호주·뉴질랜드 193억원 등 총 8000억원 규모의 보툴리눔 톡신 사전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메디톡스 역시 균주 출처의 투명성을 앞세워 세계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현재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등에 톡신을 수출 중이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선 시장 점유율이 25%에 이른다. 메디톡스는 현재 아랍에미리트(UAE)에 보툴리눔 톡신 공장을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외에도 중국과 미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