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전기신호 기반 ‘신경질환 치료용 디지털 치료제’(디지털 신경질환 치료기기)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뉴로시그마가 최초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대상 뇌질환 치료기기를 승인받은 후 다소 정체됐던 디지털 신경질환 치료기기 산업에 출사표를 내던진 기업들이 속속 나오면서다.
최근 미국 리치뉴로(Reach Neuro)는 뇌졸중 환자 치료용 척수 자극 치료기기를 개발해 미국에서 혁신 의료기기로 지정받으며 개발을 앞당기겠다고 공표했다. 국내
비스토스(419540)도 내년 중 뉴로시그마를 뛰어넘는 ADHD 치료기의 미국 허가 완료를 목표로 하고있다.
| (제공=Attikouris Medical) |
|
신경 자극용 의료기기 시장 2031년 27조 이상1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신경 질환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가정용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병원 등 기관을 상대로 한 모델에서 개인이 가정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기기가 급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네스터 리서치 리포츠’(Nester research Repots)는 지난 1월 신경 자극용 의료기기 시장이 2021년 기준 70억 달러에 달했다고 추산했다. 매년 12%씩 성장해 2031년경 210억 달러(13일 기준 한화 약 27조5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기존에 요실금 등 배뇨질환 대상 천골신경자극술, 통증관리를 위한 경피전기자극술에 관련된 치료기기를 넘어 파킨슨병이나 청력 손실, ADHD 등 다양한 뇌신경 질환으로 관련 산업이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병원용이 아닌 가정용 치료기기의 등장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리치뉴로는 자사의 척수자극 치료기기 ‘아반티스’(Avantis)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 의료기기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아반티스는 뇌졸중 후 척수 장애가 발생한 사람들에 척수에 전극을 연결해 충격을 줘 척수를 자극해 팔다리의 운동성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치뉴로는 지난 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아반티스 사용군에서 대조군 대비 악력이 최대 108%, 이동속도가 30~40%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신경관련 의료기기 개발업계 관계자는 “척수 자극용 기기가 이미 다양하게 승인되고 있다”며 “혁신 지정된 이상 미국 규제당국의 허가 기조와 맞물려 아반티스의 시판 승인도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척수와 뇌 등 중추신경계 대상 전기신호 치료기기의 등장이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왼쪽은 미국 뉴로시그마의 주의력과잉결핍행동장애(ADHD) 치료용 의료기기 ‘모나크 eTNS’이며, 오른쪽은 비스토스 연구진이 개발한 ADHD 치료용 의료기기를 시연하는 모습이다.(제공=각 사) |
|
뇌질환 치료기기 개척자 ‘美뉴로시그마’ 쫓는 ‘韓비스토스’
척수가 아닌 뇌질환 치료용 의료기기는 현재까지 미국에서 단 1종 승인됐다. 미국 기준 2019년 처음 승인된 뉴로시그마의 ADHD 치료기기 ‘모나크 eTNS’가 그 주인공이다. 모나크 eTNS는 뇌에 일부 부위에 전기 신호 전달용 패치를 전달하고 그곳에 특정 크기의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치료 효과를 유도한다. 현재까지 주요국에서 승인된 유일한 뇌질환 치료기기이다. KT는 2021년 뉴로시그마에 500만 달러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태아심음 측정기기 전문기업으로 출발한 비스토스도 시장개척자인 뉴로시그마의 대항마 자리를 노리고 있다. 회사는 현재 ADHD 치료기기 후보 제품을 개발해 비임상 연구를 마치고, 한국과 미국 내 임상과 인허가 준비하는 중이다.
이후정 비스토스 대표는 “내부적인 개발을 완료해 ADHD 치료기기 시제품은 나와 있다”며 “한국과 미국의 임상을 동시에 진행할지, 뉴로시그마의 기기를 심사한 선례가 있는 미국에서 먼저 시도할지 전략을 세우는 중이다. 한국에서 보다 수월하게 진행 될 수 있도록 미국 내 인허가를 마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ADHD용 전기자극 기기에 대한 특허도 한국과 미국에서 취득했다. 뉴로시그마보다 정밀한 성능을 가진 것으로 분석 중이다”며 “중국에서도 해당 특허의 출원 절차를 거치는 등 우리 제품의 진입장벽을 높여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현재 비스토스는 태아심음 측정기 등 17종의 의료기기를 120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회사는 뇌질환 치료기와 태아및 산모 관련 신제품 등에 힘입어 2027년경 매출 100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스토스는 지난해 매출은 약 239억원으로 전년(약 205억원)대비 30%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2022년 영업이익은 약 9억1200만원으로 전년(약 16억원) 대비 40%가량 감소했다. 같은 해 당기순손실이 약 4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스팩5호로 합병하면서 스펙기업의 가치가 비용으로 책정이 돼 순손실이 났다”며 “상장하면서 필요했던 감사비, 컨설팅비 등으로 영업이익도 크게 감소했지만, 올해는 곧바로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과 함께 준비한 차세대 성장 동력 중 하나인 ADHD 치료기기를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해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