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벡터(전달체) 기반의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최초 아데노부속바이러스 벡터 기반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가 조단위 연매출을 기록하며 글로벌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르는 등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아데노부속바이러스벡터 기반 유전자치료제가 희귀질환을 넘어 만성질환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제2의 졸겐스마를 만들기 위해 앞다퉈 치료제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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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유전자치료제 매출 4년 만에 6배 ↑30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유전자치료제 매출 규모는 20억3900만달러(약 2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글로벌 유전자치료제 매출 규모가 지난 2019년 3억4400만달러(약 4500억원)였던 점과 비교하면 약 6배 커졌다. 특히 노바티스의 아데노부속바이러스 벡터 기반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가 유전자치료제 중 최초로 연매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넘기면서 아데노부속바이러스 벡터 기반 치료제가 차세대 유전자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척추근육위축증은 척추신경이나 간뇌의 운동신경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는 소아과 희귀병으로 유아 사망의 주요 유전적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졸겐스마는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졸겐스마는 평생 단 1번의 주사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졸겐스마는 1회 투여 비용이 약 20억원(보험급여 적용시 598만원)으로 비싸지만 치료 효과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례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생후 24개월 이하 6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졸겐스마의 투약 후 성과 평가를 공개를 살펴보면 5명이 투약 후 효과가 있었다. 심평원은 병원에서 제출한 임상평가와 진료기록부 등을 확인한 결과 환자 증상이 의미 있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유전자치료제는 현재 5개의 바이러스 벡터가 사용된다. 이중 아데노부속바이러스 벡터가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45%)을 차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렌티바이러스(LV·20%) △아데노바이러스(AV·16%) △단순포진바이러스(HSV·8%) △레트로바이러스(RV·2%) 등의 순이다.
아데노부속바이러스 벡터는 유전자(DNA), 리보핵산(RNA) 등 유전물질을 세포나 생체에 주입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이용해 개발된 전달체다. 아데노부속바이러스는 몸 속에서 오랜기간 유전자 발현을 지속하는데다 다른 바이러스 벡터들과 비교해 면역 관련 문제도 상대적으로 적다. 아울러 아데노부속바이러스 벡터는 전달 효율이 높아 형질주입이 어려운 중추신경계와 근육, 안구 등에도 유전물질 전달이 가능해 바이러스 벡터 중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아데노부속바이러스는 특정 조직에 방향성을 제공해 복제 및 비복제 세포 모두에 세포 표적화를 허용해 기존 혈청형 벡터 변형과 혼성화에 최적화되고 있다”며 “염색체에 삽입되지 않는 효과적인 유전자 전달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어 원치 않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장점 때문에 바이러스 벡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오롱생명과학, 1/2a상 중간결과 내약·안정성 확인현재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기반 치료제 임상 단계가 가장 앞서있는 곳은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에서 요천추 신경근병증 통증 치료제(KLS-2031) 임상 1/2a상을 진행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최근 미국 1/2a상 임상시험 중간 결과 내약·안전성을 확인했다. KLS-2031은 신경병증성 질환 중 엉치뼈 부근에서 발생하는 요천추 신경근병증 통증을 치료한다.
KLS-2031은 2개의 아데노부속바이러스 벡터에 3개의 치료 유전자(GAD65·GDNF·IL-10)를 탑재했다. 첫 번째 전달체에는 GAD65 유전자를 탑재해 뇌로 가는 통증신호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두 번째 전달체에는 GDNF와 IL-10 유전자를 탑재해 손상된 신경을 보호하고 염증을 막는 작용을 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1회 주사로 진통 효능이 장기간 지속되도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통증 관련 시장은 2016년 23조원에서 2023년 34조원 규모로 연평균 5%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2차 목적인 유효성은 코로나 펜데믹 등으로 인한 환자 중도탈락으로 인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저용량 대비 중용량·고용량 투여군에서 뚜렷한 진통효과가 관찰됐다”고 말했다.
이어 “KLS-2031은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제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료계에서 미충족 의료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라며 “KLS-2031의 임상 1/2a상 최종 연구결과 보고서는 내년 상반기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뉴라클제네틱스는 최근 습성노인성황반변성 유전자치료제(NG101)의 캐나다 임상 1/2a상 환자 투여를 시작했다. NG101은 환자의 눈에서 아일리아 유사 단백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아데노부속바이러스 기반 유전자전달체에 아일리아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가 탑재돼 있다. 특히 NG101에는 뉴라클제네틱스가 자체 개발한 유전자발현 최적화 기술이 적용됐다.
현재 습성노인성황반변성 환자들에게 환자의 눈에 반복적으로 투여해야 하는 루센티스나 아일리아와 같은 단백질치료제가 주된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이 치료제들은 우수한 치료효과에도 치료제를 환자의 눈에 1~3개월마다 반복 투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뉴라클제네틱스는 캐나다 임상 1/2a상 6개월 테이터를 내년 3분기쯤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라클제네틱스는 임상 비용 등의 마련을 위해 2025년 주식 상장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습성노인성황반변성 치료제 시장은 2021년 약 9조원에서 2031년 약 30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뉴라클제네틱스 관계자는 “NG101은 환자의 눈에 단 1회 투여하는 것만으로도 장기간 치료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습성노인성황반변성 유전자치료제를 개발 중인 다른 글로벌경쟁사 대비 매우 낮은 용량에서도 우수한 효능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동아에스티(170900)(ST)와
헬릭스미스(084990) 등이 아데노부속바이러스 벡터 기반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아데노부속바이러스 벡터 기반 유전자치료제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졸겐스마를 비롯해 럭스터나 등 블록버스터들도 잇따르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