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프로테오믹스(단백질체학) 기반 정밀의료 기술기업 베르티스가 코스닥 상장을 위한 절차에 시동을 걸었다. 내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올해 유방암 조기진단장비 후속제품과 췌장암 조기진단장비의 확증임상을 순차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다.
3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베르티스는 최근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를 신청했다. 베르티스 관계자는 “9월 기술성평가를 신청했고 좋은 결과를 받아 상장예심청구까지 무리없이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4년 SK케미칼(285130) 연구원 출신의 한승만 대표가 설립한 베르티스는 지난 2021년 국내에서 ‘유방암 권위자’로 꼽히는 노동영 강남차병원 병원장을 공동대표로 선임, 대표 제품인 유방암 조기진단장비에서 시작한 조기진단서비스를 다른 암종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는 곳이다.
회사는 2019년 세계 최초로 프로테오믹스 기반 유방암 조기진단 검사인 마스토체크를 상용화했다. 2022년에는 싱가포르의 헬스케어 기업 래플즈메디컬그룹과 공급계약을 맺고 이 그룹이 운영하는 싱가포르 내 래플즈 유방센터 및 건강검진센터 등 30곳 이상의 의료기관에 마스토체크를 공급 중이다. 혈액으로 검사하는 마스토체크는 아시아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치밀유방에서도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치밀유방은 지방조직보다 밀도가 높아 유방 엑스선 촬영에서 종양을 발견하기 어려워 조기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 기존 유방암 검사방법 (자료=베르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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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을 위한 베르티스의 비기는 혈액으로 췌장암을 조기진단하는 진단장비 ‘판크체크’다. 현재 판크체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확증임상을 진행 중인데, 연내 임상을 마무리하고 내년께 승인을 얻는 것이 목표다. 한 대표는 “췌장암 조기진단검사 등 추가 검사 품목 상용화를 통해 매출 확대를 이뤄내면 2026년에는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조용한 암살자’라 불릴 정도로 조기 진단이 어렵기로 유명한 췌장암은 미충족 수요가 커 글로벌 조기진단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랫뷰리서치는 지난 2020년에는 24억달러(약 3조2000억원) 규모였던 췌장암 조기진단시장이 매해 6.7%씩 성장해 오는 2026년에는 35억 달러(약 4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 대표는 “췌장암은 아직 조기 진단에 대한 최적 치료법(Gold Standard)이 없어 혈액 기반의 췌장암 조기진단제품이 상용화된다면 오히려 다른 암종의 조기진단시장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베르티스의 매출은 2022년 16억원에서 지난해 29억원으로 1년 만에 2배에 가까운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현재 베르티스의 매출원은 유방암 조기진단검사 ‘마스토체크’와 다차원오믹스 분석서비스 ‘패스’다. 그중에서도 마스토체크는 지난해 매출 22억원을 기록, 회사 전체 매출의 약 76%를 차지하는 주요 수입원이다.
회사는 정확도를 개선한 유방암 조기진단검사 후속제품 출시도 준비 중이다. 후속제품인 ‘마스토체크2’는 9종의 단백질 바이오마커와 혈액 단백체 동시 다중분석에 특화된 자체 딥러닝 기술로 개발한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전작은 3개의 바이오마커를 사용했다.
한 대표는 “탐색 임상 결과, 마스토체크2는 0~2기 유방암에 대해 현재 상용화된 마스토체크의 정확도(AUC) 83%보다 개선된 91%의 정확도를 나타냈다”며 “현재 마스토체크2의 상용화를 추진하고자 유방암 환자 225명을 포함해 총 568명의 혈액 검체를 확보했고 확증 임상을 진행 중”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판크체크와 마스토체크2가 출시되면 흑자전환 시점도 가시권에 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현재 회사 지출의 대부분이 연구개발에 쓰이고 있는데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과적으로 비용 관리를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검사품목 상용화로 매출이 확대되면 오는 2026년부터는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프리IPO에 착수한 베르티스는 22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목표 상장시점은 내년이지만 다소 늦어지더라도 자금조달이 급한 상태는 아니다. 회사도 당장은 자금조달보다 자생가능한 사업모델 구축을 위해 매출 극대화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만약 내년 상장에 성공한다면 상장을 통한 조달자금은 해외 진출 및 기술 고도화에 쓸 예정이다. 한 대표는 “마스토체크는 현재 싱가포르에 진출해 있는데 이곳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지역 및 중동 지역으로 출시국가를 확대할 것”이라며 “현재 개발 중인 유방암, 췌장암, 난소암 조기진단장비 외 다양한 종류의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체크 시리즈’ 후속작 개발과 더불어 ‘패스’의 분석영역 확장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