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아미코젠(092040)의 레진 개발 자회사 퓨리오젠이 본격적으로 레진 사업에 진입했다. 회사는 레진 사업으로 오는 2026년까지 당기순이익 100억원을 달성해 코스닥 상장까지 직진하겠다는 계획이다.
11일 아미코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퓨리오젠의 전남 여수 레진공장이 준공 승인을 받았다. 연 면적 약 5000㎡(1500평), 연간 1만ℓ(400억~500억원)의 레진 생산이 가능한 규모다.
레진은 바이오의약품 개발·생산 단계에서 사용되는 필수 소재다. 배양세포로부터 단백질을 분리하고 바이러스와 불순물을 정제하는 역할을 한다. 아미코젠은 이번 생산공장 완공으로 기존에 임상 및 연구 목적으로만 소량 생산하던 레진을 본격적으로 사업화해 생산·공급할 수 있게 됐다.
| 아미코젠의 레진 개발 자회사 퓨리오젠의 전남 여수 공장 전경 (사진=퓨리오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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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스웨덴 바이오텍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회사 △국내 진단업체에서 이른 시일내 수주 낭보를 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먼저 회사가 가장 자신감을 보이는 첫 고객사는 퓨리오젠과 수년간 레진 사업을 함께해 왔고, 지난해 레진 테스트를 성공리에 마친 스웨덴의 바이오웍스(Bio-Works)다. 계약이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회사는 그간의 협업 경험을 토대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계약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 회사 관계자는 “바이오웍스와의 OEM 계약으로 2025년까지 42억원 규모의 수주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는 2026년 50억원, 2027년 70억원까지 바이오웍스와의 계약 규모를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바이오웍스는 아미코젠과 레진 공동개발 및 기술제휴를 맺으며 수년간 협업관계에 있는 회사다. 아미코젠은 지난 2017년 바이오웍스에 지분 9.06%를 투자하고 단백질 정제용 레진의 국내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아미코젠은 바이오웍스가 북유럽 주식시장에 상장한 이후 지난 2021년 지분을 매각했다.
바이오웍스를 시작으로 조 단위 연 매출을 내는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와의 협업도 목표로 한다. 신규 바이오시밀러 임상시료 생산공정에 도입돼 내년까지 80억원 규모의 수주를 받겠다는 것이 목표다. 회사 관계자는 “실제 레진 양산 및 판매가 시작되는 오는 2026년 이후에는 400억원 이상의 수주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진단업체와의 계약도 준비 중이다. 변장웅 퓨리오젠 대표는 “국내 진단업체에 오는 2025년까지 11억원 규모의 수주를 받겠다”며 “2026년 이후부터는 진단업체서 매년 10억~20억원 이상의 수주고를 올릴 것”이라고 했다.
생산 및 시판 중인 바이오의약품에서 쓰이던 레진을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레진과 같은 바이오의약품의 원·부자재 변경은 의약당국의 승인을 새로 받아야 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퓨리오젠도 신규 바이오시밀러 임상시료 생산공정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글로벌 레진 점유율 1위는 60%를 차지하는 미국의 사이티바다. 현재 한국에서 레진의 수입 의존도는 90% 이상으로 연구소, 학교 등에서 쓰이는 일부 물량을 제외하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도 레진 국산화에 대한 수요가 있고 정부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를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사 대비 기술력만 입증할 수 있다면 시장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레진이 공급 대란을 겪으면서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 퓨리오젠의 레진 (사진=퓨리오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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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레진 사업에서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연구 목적으로 진행된 소량 생산에서 해외 경쟁사와 어깨를 겨룰만한 기술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변장웅 대표는 “국내 굴지의 바이오시밀러 CDMO 업체에서 항체 정제에 사용되는 퓨리오젠의 친화성 크로마토그래피 레진인 ‘프로틴A’(Protein A)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가장 중요한 성능지표인 항체결합용량(DBC)이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 대비 30% 이상 증가했고 레진의 내구성도 더 뛰어나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아미코젠이 지분투자를 단행했던 바이오웍스는 사이티바의 핵심 연구원이 회사를 나와 차린 곳으로, 아미코젠은 바이오웍스를 통해 글로벌 1위 회사의 기술력을 배우기도 했다.
퓨리오젠은 고객사의 요구에 맞춘 레진 개발 및 공급에서 회사의 강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는 글로벌 회사에 디테일한 요구를 하기 어려운 국내 바이오 벤처들에 솔깃한 제안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와 같이 특수한 바이오분자를 고효율, 고순도로 정제할 수 있는 레진을 개발해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용 레진 시장에도 뛰어들겠다는 계획이다.
변 대표는 “공장이 준공되는 올해 매출은 42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고, 2025년에는 250억원, 2026년에는 640억원의 매출을 내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2026년 당기순이익 100억원까지 달성하고 코스닥 상장까지 마치고자 한다”며 “단순히 레진을 제조해 공급하는 회사에서 나아가 추후에는 생물 고분자 정제공정의 종합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정제용 레진 시장은 치료용 항체 수요의 증가, 바이오 의약품 기업의 연구·개발(R&D)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9% 성장해 약 40억 달러(약 5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레진 시장규모는 연평균 약 13%의 성장률을 통해 오는 2025년에는 약 1억 달러(약 1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