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헬릭스미스(084990)는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요청에 따라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을 내년 4월 25일로 정정한다고 10일 공시했다. 지난 4월 11일에 들어왔어야 할 자금이 처음 계획했던 날보다 약 1년 늦게 납입되는 셈이다.
| 헬릭스미스는 10일 오후 5시52분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을 내년 4월 25일로 정정한다고 공시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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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대금 100억원 납입 시점 5번 연기…왜?당초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이날까지 유증 대금 100억원을 납입해야 했다. 앞서 헬릭스미스는 지난 2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카나리아바이오엠을 인수인으로 삼아 1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증 2건을 결의했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같은달 15일 100억원의 유증대금을 납입했다. 나머지 100억원은 4월 11일에 납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유증납입일을 4월 11일→4월 28일→6월 30일→8월 31일→10월 10일로 4회 연기했다. 이번 연기까지 포함하면 벌써 5번이나 납입이 지연됐다.
유증대금 납입일을 6개월 이상 연기할 경우 공시 변경으로 간주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유증대금 납입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었다. 일단 신주발행가액보다 헬릭스미스의 주가가 낮아진데다 이미 이사회 과반수를 확보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지분율을 높일 필요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헬릭스미스는 해당 유증을 결의한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신주발행가액인 1만683원보다 낮아졌다. 이날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유증대금을 납입했다면 시가(10일 종가 4305원)보다 59.7% 비싸게 지분을 매입하게 되는 셈이었다.
또한 지속적으로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유증대금 납일일을 미뤄온 데에는 자금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지난해 12월 헬릭스미스를 사실상 50억원에 인수합병(M&A)하면서 무자본 M&A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리더스기술투자, 에이티세미콘 인수도 현금 유출 없이 경영권을 인수하는 등 다수의 무자본 M&A를 진행해왔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타격 無, 헬릭스미스만 불이익 우려유증 납입이 연기되면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아무런 타격이 없지만 헬릭스미스는 불성실공시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K-OTC 시장 등록종목으로 비상장사, 헬릭스미스는 코스닥 상장사다. K-OTC시장 운영규정과 코스닥공시규정 등을 살펴봤을 때 내년 8월 말까진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유증 철회를 선택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공시규정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가 최초 유증 공시에서 기재한 납입일에서 6개월 이상 연기하는 것은 불성실공시에 해당한다. 유증대금 납입일을 6개월 이상 연기할 경우 공시 변경에 간주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며, 벌점과 공시위반 제재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유증을 철회할 경우에도 헬릭스미스가 공시 번복으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다.
K-OTC시장 운영규정에 따르면 유증 결의를 취소하는 경우 공시 번복에 해당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 유증 납입일을 지연하는 것과 관련된 제재는 딱히 없다. 현재 카나리아바이오엠은 K-OTC 시장 등록종목으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누적횟수가 5회다. K-OTC시장 운영규정 제49조에 따르면 카나리아바이오엠은 내년 8월 29일까지 불성실공시가 추가로 1회 이상 발생할 경우 K-OTC 시장 등록이 해제된다.
결국 양사는 협의 끝에 헬릭스미스가 희생하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유증대금 납입일이 또 연기되면서 헬릭스미스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생겼다. 소명 절차를 통해 한국거래소가 유증 연기 사유에 대해 납득한다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회피할 수도 있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유증대금 납입 지연으로 받을 제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관계자는 “공시를 한 주체는 상장사이기 때문에 해당 공시에 대해 변경 사항이 발생했다면 상장사가 그 원인에 대해 소명해야 하고, 공시 변경이 해당 법인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면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며 “거래소는 상장 법인에 대해 규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비상장사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자꾸 미뤄지는 엔젠시스 DPN 임상 3-2상 결과 발표 시점일각에선 카나리아바이오엠이 헬릭스미스의 ‘엔젠시스’ 임상 3-2상 결과를 살펴본 후 유증대금을 납입하려는 것 아니겠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러한 전망은 이번에 유증대금 납입기일이 내년 4월로 미뤄지면서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헬릭스미스는 엔젠시스 임상 3-2상 결과 발표를 계속 미루고 있다. 엔젠시스 임상 3-2상 중간결과 발표시기는 지난해 6월에서 7~8월로 미뤄진데 이어 올해 2월로 연기됐었다. 결국 헬릭스미스는 지난 4월 홈페이지를 통해 엔젠시스 DPN 임상 3-2상의 중간 분석 없이 최종 분석에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최종 분석 결과 발표 시기는 공개하지 않았다가 지난 8월 엔젠시스 DPN 임상 3-2상과 3-2b상의 결과를 오는 12월에 공개하겠다고 공지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유증대금 납입을 미루면서 엔젠시스 임상 3-2상 발표도 미룬다는 것은 수상하다”면서 “최종적으로 유증대금 납입을 안 하는 방식을 찾기 위해 시간을 벌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카나리아바이오엠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증을 결정한 헬릭스미스 전 경영진들도 이런 부분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며 “신주 발행을 통해 회사에 들어와야 할 돈이 아직까지 안 들어온 것은 소액주주들에게도 피해를 끼치는 것이기 때문에 (제3자배정자에 대한) 검증 없이 이 같은 계약을 추진한 전 경영진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