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Smilegate Investment)가 22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인벤티지랩(389470)에 4차례 투자했다. 시드(Seed) 단계에 처음 투자하기 시작해 시리즈C 라운드를 제외하고 모든 라운드에 팔로우온 투자를 한 것이어서 그 배경에 벤처·바이오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인벤티지랩은 지난 2015년 설립된 바이오 벤처다. 마이크로플루이딕스(미세유체역학)를 기반으로 약물전달기술(DDS) 플랫폼을 연구·개발하는 기업이다. 인벤티지랩은 생분해성 폴리머 제형의 장기지속형 약물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인벤티지랩이 약물을 마이크로스피어(아미노산 중합체) 제형으로 만들고, 이를 피하에 주사하면 서서히 녹으면서 약물을 방출하게 된다. 이를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구현했다. 1회 투약으로 한 달에서 반년 정도 약효가 유지된다.
인벤티지랩, 기술의 희소성과 상업성 모두 높아강정훈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 상무는 2015년 인벤티지랩 김주희 대표를 만났고, 이듬해 시드 투자를 집행했다. 당시 인벤티지랩은 직원이 두 명밖에 없을 때였다. 강 상무는 이데일리와 만나 “당시에는 모세관 2~3개에서 입자가 한 게씩 만들어지는 수준이었다”며 “스케일업이 가능할까 의구심이 있었지만, 처음에는 김주희 대표만 믿고 투자했다”고 말했다.
| 강정훈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 상무 (사진=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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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인벤티지랩이 점차 공정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수백 개의 모세관이 집적화되고 안정화되는 모습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줬다. 약속한 마일스톤을 어김없이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술 플랫폼이 고도화될 때마다 투자한 결과 시드에서 프리(Pre)IPO까지 4차례 투자하게 된 것”이라며 “인벤티지랩은 단계마다 훌륭한 인력들이 충원되며 성장해왔다”고 설명했다.
강 상무는 인벤티지랩의 글로벌 진출은 물론 상업적 성공 가능성도 크게 보고 있다. 그는 “제형 기술이 어렵지만, 출시되면 대부분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블록버스터가 됐다”라며 “△다케다 루프린주 △알커머스 비비트롤 △얀센 인베가서스테나 등이 대표적이다. 10년에 1개 블록버스터가 나오는 수준으로, 제형 기술이 어려워 특허가 만료돼도 제네릭(복제약)이 나오지 못하고 오리지널 의약품이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계속 가져가는 시장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존 신약 바이오테크와의 차별점도 짚었다. 그는 “인벤티지랩은 없는 약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경구제나 주사제 등으로 이미 존재한 의약품에 대해 약효지속성을 높인 약물 제형을 개발하는 것으로 화학적 변형을 가하는 것도 아니”라며 “제형 개발이 극도로 어려울 뿐 인허가 장벽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강 상무는 “모든 것이 허가받은 약물과 재료를 사용하고, 특히 약물의 사용량은 시판약보다 적어 위험성이 더욱 낮다”며 “플랫폼이 고도화 되면서 확장성이 커졌고, 최근에는 신약 물질을 가진 회사들과 공동개발을 시작했다. 신약 물질을 탑재한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공동으로 개발해서 인벤티지랩에서도 신약 밸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여개 파이프라인 보유…국내외 제약사와 협력중현재 인벤티지랩은 10여 개의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다. 남성형 탈모와 치매, 류마티스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등 개량신약은 물론 신약후보 물질도 보유중이다. 대다수 파이프라인을 파트너사와 협력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상업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남성형 탈모치료제와 치매 치료제다.
남성형 탈모 치료제는 매일 하루에 한 번 경구용으로 투약해야 하는데, 인벤티지랩은 이를 한달과 석 달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임상중이다. 강 상무는 “제형만 정확하게 나온다면 임상에서 허들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탈모 치료제는 경구용으로 매일 먹어야 하는데, 현재 지속형으로 1개월과 3개월짜리를 차례대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혈중농도가 꾸준히 유지된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인벤티지랩 주요 파이프라인 (자료=인벤티지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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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치료제를 라이선스 아웃한
위더스제약(330350)이 관련 품목 바이오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GMP) 공장 라인이 구축중으로, 생산 캐파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경구용 약물의 경우 투약당시 혈중약물농도가 크게 높아진 다음에 점차 사라지는 형태를 띈다. 인벤티지랩이 개발중인 장기지속형 치료제는 혈중농도가 최적화된 수준이 꾸준히 유지된다. 강 상무는 “혈액을 체취해 농도를 측정하면 그래프가 ‘사다리꼴’ 모양으로 이상적인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패턴은 기존의 블록버스터 약물에서도 보여주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의약품 중 3개월 지속형 심장사상충 예방약은 이미 제품화에 성공해 국내 출시됐다. 글로벌 동물의약품기업 ‘버박’과 6개월, 12개월 제형 등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9월부터 자체 구축한 품질관리기준(KVGMP) 시설에서 생산도 진행하고 있다.
공모 청약 흥행에는 실패…스마일게이트 회수 전략은인벤티지랩은 오는 22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앞서 진행된 청약에는 흥행하지 못했다.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경쟁률 14.4대 1을 확보했다. 이에 공모가를 희망 공모가(1만9000~2만6000원) 하단보다 37% 낮은 1만2000원으로 결정했다. 개인을 대상으로한 일반 청약에서도 6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데 그쳤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017억원이다.
강 상무는 “거시적인 영향이 크다고 본다. 공모주들의 실적이 좋지 않아 기관들의 자금이 많이 물려있다”며 “하지만 인벤티지랩의 경우 파이프라인도 많고 개량신약의 형태이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빨리 발표할 수 있을 것이므로, (기업 가치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목표로 한 자금을 모두 조달하지 못했지만,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것들은 마무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강 상무는 “공모규모가 줄어든 것은 아쉬운 상황”이라며 “매크로 환경이 좋은 시절에 공모를 할 수 있었다면 GMP 공장도 지을 수 있었을 것이다. 파트너사가 GMP를 구축하고 판매하고 유통하는 형태로 가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인벤티지랩 R&D 센터 (사진=인벤티지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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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투자자중에 가장 많은 지분(상장 전 기준 11.80%)스마일게이트는 당분간 인벤티지랩의 지분 일정부분을 유지할 계획도 갖고 있다. 상장 이후 기계적으로 장내에서 매각하는 것이 초기 투자사인 벤처캐피탈(VC)의 일반적인 회수(exit) 전략이지만, 이번에는 달리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략적 투자자(SI) 목적이 있는 제약사나 다른 기관들과 연계해 블록딜도 생각해보고 있다. 탈모나 치매치료제 등에서 성과가 나올 것이고 꽤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며 “10% 내외의 우호적인 제약사가 2대 주주로 존재한다면 시장의 신뢰가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벤티지랩의 올해 예상 실적은 매출액 41억6000만원, 영업적자 104억9000만원이다. 공모자금을 활용해 매출은 늘리고 영업적자를 점차 줄여나가 오는 2025년에 매출액 255억원, 영업이익 139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는게 회사측의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