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바이오 기업과 전통제약사간 영업이익은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최초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라는 이정표를 세웠고, 향후 1~2년 내 셀트리온 등 다른 바이오 기업의 영업이익 1조원 돌파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반면 전통제약사들은 실적 성장에도 불구, 대형 제약사들의 영업이익이 2000억원대에 불과했다. 바이오 기업과의 격차를 좁히고 장기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통제약사들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1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셀트리온 등 바이오 기업과 유한양행, 종근당, 한미약품 등 전통제약사들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큰 폭의 성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영업익 1조원을 돌파한 삼성바이오로직스(1조1137억원)와 매출 1조원대를 기록한 전통제약사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종근당(2466억원)과의 차이는 약 9000억원에 달한다.
| (자료=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 네이버페이금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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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투톱 32.9% vs. 전통제약사 5개사 6.6%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 3조6946억원, 영업이익 1조1137억원을 기록했다. 삼바와 바이오 투톱 체제를 형성한
셀트리온(068270)은 지난해 매출 2조890억원, 영업이익 7380억원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통제약사 중에서는 매출순으로
유한양행(000100)(1조8590억원),
종근당(185750)(1조 6694억원), GC녹십자(1조6266억원),
한미약품(128940)(1조4909억원),
대웅제약(069620)(1조3753억원)이 톱5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전통제약사 톱5 기업은
녹십자(006280)를 제외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상승했지만, 영업이익 면에서는 바이오 투톱(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과 큰 차이를 보였다. 5개 전통제약사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유한양행 567억원(57.6%↑), 종근당 2465억원(124.4%↑), GC녹십자 344억원(57.6%↓), 한미약품 2207억원(40%↑), 대웅제약 1334억원(26%↑) 정도다.
전통제약사의 실적 성장도 눈부시지만,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최초 영업익 1조원을 돌파한 만큼, K-바이오 성공 기준을 기존 매출 1조 클럽에서 영업익 1조 클럽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삼바 이후 두 번째 영업익 1조원 돌파가 유력한 기업도 바이오 기업이 셀트리온이다. 여기에 간암치료제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글로벌 3상을 성공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신청한
HLB(028300)도 미국 시장 론칭시 향후 2~3년내 영업익 1조원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영업이익률은 전통제약사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4년간(2020년~2023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30.35%에 달하고, 셀트리온은 이보다 높은 35.45%로 집계된다. 이들 두 개 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32.9%다. 반면 지난해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종근당 영업이익률은 평균 9.51%, 한미약품 10.33%, 대웅제약 6.42%, 녹십자 3.72%, 유한양행 3.35%다. 전통제약사 톱5 평균 영업이익률은 6.6%에 불과하다.
‘영업익 1조’ 규모의 경제 청신호...전통제약사 체질개선 투자 매력도 높여야전문가들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영업익 1조원 돌파는 K-바이오산업이 규모의 경제에 진입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는 것과 같다고 평가한다. 다만 전통제약사의 낮은 영업이익률에 따른 영업익 규모를 개선하고 모멘텀을 키우기 위해 신약개발사로의 근본적이고 신속한 체질개선을 주문했다. 한 시장 전문가는 “바이오 기업의 높은 영업익은 큰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을 이끌었던 전통제약사와는 다른 사업 구조로 이룩한 성과”라며 “전통제약사가 신속하게 신약개발 사업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 성과를 보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실적 상승과 투자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복제약이 아닌 신약개발 기업으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영업익 1조라고 하는 것은 결국 블록버스터 제품이 나온다는 의미다. 거기서 나오는 이익을 다시 연구개발(R&D) 및 시설에 투자하는 등 결과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면서 “그러다 보면 글로벌 임상 3상을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허가 부분까지 두세 번 경험하게 되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큰 자산이 된다”며 영업익 1조원에 대한 의미를 설명했다.
특히 전통제약사들의 낮은 영업이익률에 대해서는 사업 구조에 따른 현상이라고 지적하며, 최대한 신속하게 제네릭 중심에서 신약개발 사업으로 체질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대형제약사들이 몇 년 전부터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제네릭 중심의 사업 구조가 영향을 주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 및 신약은 마진율이 높은 섹터 중 하나”라며 “반면 전통제약사 매출 구조는 제네릭 사업이 60%를 차지하고, 시장이 작은 국내 시장을 타겟으로 하다보니 마진이 작을 수밖에 없다. 신약개발을 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벤처 기업에 기대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통제약사들은 대형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고, 유한양행, 한미약품, 종근당 등 기술수출 등 일부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바이오 벤처 기업과 협약을 맺는 등의 방식으로 신약개발 사업에 나서고 있다.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바이오 의약품에 정통한 연구개발 인력들을 자체적으로 구성해야 하고, 대대적인 사업 체질개선을 해야 하지만 경영진 및 임원진 등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서동철 의약품정책연구소 소장(전 중앙대 약학대 교수)도 “전통제약사들은 제네릭 또는 개량신약으로 작은 시장인 국내에서 경쟁을 해왔다. 정부 주도하에 약값은 정해져 있고, 치열한 경쟁을 하다보니 상당히 낮은 가격에 유통되면서 영업이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바이오 기업들도 지금은 높은 영업이익률로 전통제약사 대비 큰 규모의 영업이익이 가능하겠지만, 신약이 아닌 CDMO 및 바이오시밀러 위주인 만큼 언제든지 경쟁에 따른 가격 하락과 영업이익률 감소 현상에 부딪칠 수 있다. 전통제약사도 신약 개발 체질개선을 해야 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선두 바이오 기업들도 바이오 신약 개발에 하루빨리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