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리가켐바이오(141080)가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굵직한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을 다수 체결하자 국내에는 ADC 개발사를 표방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기기 시작했다. 인투셀은 다른 ADC 업체와 달리 리가켐의 뒤를 이을 ADC 명가(名家)가 될 수 있을까. 인투셀은 이미 3개의 ADC 플랫폼 자체 개발에 성공하면서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는 평이다.
| 박태교 인투셀 대표가 대전 대덕구에 위치한 본사 1층 입구 벽면에 걸어둔 ‘오파스’ 관련 이미지가 담긴 판넬 앞에서 포즈를 잡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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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투셀의 핵심 기술 ‘뒤쪽 약물 연결 링커’박태교 인투셀 대표가 리가켐을 박차고 나와 개발한 ADC 신기술의 핵심은 바로 ADC 링커에 있다. 인투셀은 ADC 링커-약물에 집중한 플랫폼 원천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는 회사다.
ADC 신약 분야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항체와 약물을 연결할 수 있는 링커 기술이다. 링커 기술에는 항체와의 연결기술(Conjugation Chemistry·앞쪽 항체 연결 링커)과 약물과의 연결기술(Cleavage Chemisty·뒤쪽 약물 연결 링커)이 있다.
박 대표는 “이 중 더 구현하기 어려운 기술이 후자인 약물과의 연결기술”이라며 “리가켐의 ADC가 항체를 붙이는 앞쪽 항체 연결 링커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인투셀은 약물을 붙이는 뒤쪽 약물 연결 링커에 특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 최신 ADC 링커 케미스트리 (자료=인투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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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 항체 연결 링커가 약물을 항체에 연결하는 기술이라면 뒤쪽 약물 연결 링커는 약물이 암세포에 도달하기 전까지 혈액 내에서는 안전하게 존재하도록 하고 암세포 내에서 선택적으로 약물이 끊어져 암세포를 죽이는 기술이다. 뒤쪽 약물 연결 링커가 상대적으로 매우 어려운 기술인 만큼 세계적으로 해당 기술을 보유한 업체도 드물다.
박 대표는 “앞쪽 링커의 경우 세계적으로 약 40개의 기술이 있고 그 중 주로 쓰이는 기술은 7개 정도”라며 “뒤쪽 링커는 화이자(Pfizer)가 430억달러(한화 약 56조원)에 인수한 씨젠(Seagen)의 기술만 범용화됐다”고 했다. 이어 “씨젠보다 더 좋게 진보한 게 인투셀의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세 가지 ADC 플랫폼 자체 개발…서로 조합 가능이를 기반으로 인투셀이 개발한 자체 플랫폼 기술은 ‘오파스’(OHPAS), PMT(Payload Modification Technology), ‘넥사테칸’(Nexatecan) 등 세 가지가 있다.
오파스는 인투셀의 링커 기술을 집약해 만들어낸 핵심 ADC 원천기술로, 혈액 내에서는 안정적으로 존재하다가 암세포 내에서는 선택적으로 링커와 약물 부분이 끊어져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절단성 링커(Cleavable Linker) 플랫폼 기술이다. 다양한 항체와 약물(페이로드)을 붙이는 링커 기술로, 아민(염기성)과 페놀(산성) 계열 약물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아민 계열의 약물에만 적용할 수 있던 기존 링커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셈이다.
글로벌 경쟁사 씨젠의 기술도 아민 계열의 항체에 주로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다. 뿐만 아니라 오파스는 경쟁 플랫폼 대비 약효 지속성, 혈액 내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였고 경쟁 기술이 가진 면역세포 독성문제까지 줄였다.
박 대표는 오파스 기술과 관련된 논문 3편을 2019년과 2020년 국제학술지 ‘바이오컨쥬게이트 케미스트리’(Bioconjugate Chemistry)에 게재했다. 해당 학술지 2020년 5월호에는 오파스 링커 이미지가 선정됐다. 오파스 링커의 기술 경쟁력을 입증한 논문을 국제학술지 ‘약학’(Pharmaceutics)에도 발표했다.
인투셀은 암세포에 대한 약효를 유지하면서 정상 세포에서의 독성을 떨어트리는 PMT 기술도 개발했다. 강한 독성의 약물 2개를 붙이면서 정상세포에 대한 유입을 최소화해 ADC 약물의 단점인 독성 이슈를 해소했다. 약물과는 별도로 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정 그룹(Modifying Group)을 추가한 것도 특징이다.
고유의 ADC 약물 기술인 넥사테칸은 엔허투의 엑사테칸을 인투셀의 기술에 적용한 것이다. 박 대표는 “독성이 약한 약물을 여러 개 접합한 것이 넥사테칸 약물”이라며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협업 중인 기술이 넥사테칸”이라고 설명했다. 인투셀은 지난해 12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최대 5개의 암을 타깃하는 항체를 붙여 ADC 항암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공동연구 계약을 맺었다.
인투셀이 개발한 세 가지 기술은 서로 조합이 가능한 별도의 기술이다. 박 대표는 “기술과 기술 사이에도 조합이 가능한 별도의 기술”이라며 “기술을 조합해서 기술이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예를 들어 인투셀은 오파스 링커와 PMT가 동시에 적용된 ADC 플랫폼 기술의 미국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2022년 12월에는 스위스 ADC테라퓨틱스가 오파스, PMT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물질이전(MTA) 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있다.
신약 임상 개발보다는 플랫폼 신기술 발명에 ‘주력’인투셀이 보유한 ADC 파이프라인 중 리드 프로그램은 전임상 단계의 B7H3 ADC ‘ITC-6146RO’(이하 B7-H3)이다. 듀오카마이신(duocarmycin) 페이로드를 적용한 고형암 항암제로, 인투셀의 핵심플랫폼 기술과 고유 약물기술이 함께 적용됐다. 인투셀은 이르면 올해 말 임상시험수탁기관(CRO)으로부터 최종결과보고서를 수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임상 진입을 목표로 내년 중 임상시험계획(IND)를 제출할 계획이다.
| 인투셀의 ADC 파이프라인 현황 (자료=인투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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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재 인투셀은 개별 파이프라인 임상 개발보다는 플랫폼 등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박 대표는 현재에도 새로운 ADC 기술을 발명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몰두하고 있다. 인투셀 관계자는 “박 대표는 최근에도 새로운 기술을 발명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